2014년 2월 17일 월요일

2013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1차 논술 사회계열

한국일보

[문제] 제시문 [라]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1]을 평가하시오. (1,000자 안팎ㆍ50점)

[제시문 가]

1.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철학자 데모스테네스는 "자기를 속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쉽게 믿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몇 가지 조사에 따르면 '자존감'뿐 아니라 '행복'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관련이 없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해 지기 위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현실 인식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바보의 낙원'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가 우월하게 보일 비교 기준을 선택할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사실이 아닌 의견을 견지한다는 증거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와 자기의 미래를 '장밋빛 안경'을 통해 바라본다. 이러한 결론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긍정적 편향을 갖는 것이 정확하고 유효한 자기 평가를 하는 것보다 실제로 정신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 환상'이라고 한다. 자기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평가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신념, 그리고 자기 자신이 주변을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하다고 한다. 긍정적 환상이 더 나은 육체적 건강, 그리고 역경에 대한 보다 나은 대응 방법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긍정적 환상을 더 자주 품는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

[제시문 라]

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낙관성'과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을 기준으로 네 집단으로 나누어 시험성적을 분석하였다. 다음 도표는 집단별 시험성적의 평균값을 보여준다. 성적은 점수가 높을수록 우수한 것으로 해석한다.

● 예시답안

제시문 (라)는 낙관성의 정도가 높고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높은 집단이 낙관성의 정도는 높고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낮은 집단과 낙관성의 정도가 낮은 집단에 비해 시험성적이 월등히 좋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좋지만 낙관성이 낮은 집단과 인식의 현실성과 낙관성이 모두 낮은 집단의 시험성적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낙관성의 정도와 인식의 현실성 정도의 합이 시험성적과 비례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둘 중의 한 분야의 정도만 높은 집단은 두 분야 다 높은 집단에 비해 성적이 낮았다. 그 중에서도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낮지만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을 보이는 집단의 성적이 제일 낮았는데, 이는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낙관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제시문 (가)에서는 자기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긍정적 평가와 미래에 대한 과도한 낙관적 신념,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이 정신건강에 유익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제시문 (라)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그저 장밋빛 안경으로 미래를 바라본 집단의 성적이 가장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가 우월하게 보일 비교 기준을 선택하여 자기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얼핏 보기에 그들만의 정신건강에 유익한 것처럼 보이나 자기중심적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자아가 형성해버린 바보의 낙원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고 그 결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질적인 문제를 보이게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극심한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더 나아가 주변의 평가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만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획일화된 사고를 갖게 되고 역경에 처했을 때 유연한 사고를 하기 힘들다. 이는 긍정적 환상이 더 나은 대응 방법과 연관이 있다는 것에 모순된다. 또한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을 갖고, 사고가 유연하지 못한 생활을 하는 것은 결국 문제 대처 능력을 저하시켜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인간의 사고력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인간을 원초적 무지의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 선범수ㆍ광주 동신고 3학년



●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논술 문제의 요구사항은 2가지이다. 자료를 해석하는 것과 평가하는 것이 그것이다. 연세대학교 사회계열 논술 고사의 2번 문항은 전형적인 자료해석하기 문제이다. 그런데 단순하게 자료를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료 해석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가-1)의 내용을 평가하는 복합형 문제이다.

일단, 제시문 (라)를 해석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런데 제시문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냥 막대 그래프이다. 우선 (라)에서 막대 그래프를 들여다 보기 전에 제시된 글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료는 우선 자료의 사실적인 부분을 정리하고 분석한 후에 그것에서 의미가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자료 해석하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분석 과정을 건너 뛰고 자료에 담겨 있는 의미를 해석하기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시문 (라)를 통해 찾아내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3가지가 있다.

첫째, 낙관성의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높은 집단이 낙관성이 낮은 집단의 성적보다 좋다. 그 중 낙관성의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높은 집단이 나머지 세 집단보다 성적이 더 높다.

둘째, 낙관성의 정도가 낮은 집단에서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 모두 낙관성의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낮은 집단에 비해 성적이 모두 높다. 이로 인해 우리가 해석할 수 있는 의미는 낙관성은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이 높은 집단만 긍정적인 영향을 보이므로 성장 가능성을 높이려면 낙관성 뿐만 아니라 현실성 또한 높아야 한다. 그러므로 자기 능력에 대한 인식의 현실성이 높은 집단일 경우에는 미래에 대한 낙관성을 통해 그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현실성이 낮은 집단의 경우에는 오히려 낙관성이 낮은 경우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낙관성만 높고 현실성이 낮다면 성장 가능성은 가장 낮다. 그러므로 현실성이 낮다면 낙관성이 낮은 것이 낙관성만 높은 것보다 오히려 더 성장 가능성이 높다.

답안을 살펴 보면 우선, 자료 분석과 의미 해석 부분이 서로 뒤엉켜 섞여 있어 불분명하다. 그리고 자료에 제시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 자료 해석에 있어서 채점자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인식의 현실성 정도가 낮지만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을 보이는 집단의 성적이 제일 낮았는데' 부분에서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자료에서는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이라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막대 그래프에서 높고 낮은 사실만 알 수 있다. 그것을 단정지어 비현실주의적 낙관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자료를 정리하는 부분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제는 (가-1)의 논지를 정리할 차례이다. (가-1)의 주장은 긍정적 환상을 더 자주 품은 학생들이 시험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긍정적 환상이 더 나은 육체적 건강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건강을 가져오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역경에 대한 보다 나은 대응 방법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시문 (라)를 근거로 (가-1)의 논지를 평가해 보자면 비현실적 낙관성은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안전을 주고, 어떤 어려움의 순간에도 그것을 이겨나갈 수 있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면모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낙관성이 없는 경우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개인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답안에서도 이 부분은 잘 찾아 냈다. 그러나 평가 내용에 있어 제시문에 근거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답안을 전개하고 있어 다소 아쉬운 답안이라 할 수 있다. 자기만의 유토피아에 갇혀 사회적 상호작용을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더 나아가 극심한 소외감이 생겨 사회에서 고립된다는 내용은 제시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 문제에 대한 답안의 초점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정확하고 유효한 평가보다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환상'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경향이 사람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데 유익하다는 것에 대해 (라)의 입장에서 해석한 내용으로 타당한지 아니면 타당하지 않은지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마지막에 인간의 사고력이 떨어져 원초적 무지의 상태로 돌려 놓을 수 있다는 내용은 배경지식이 가져온 폐해라고 본다. 자신의 마음대로 평가하지 말고 철저히 제시문에 근거해서 작성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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