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임기응변식 대응은 No

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앞둔 부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 부모의 보살핌을 받았는데 유치원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걱정한다.

자녀를 유치원에 처음 보내는 부모가 겪는 대표적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현직 유치원 교사인 문연옥 한국교원대 부설유치원 원감, 정해남 서울진관유치원 원장, 정혜손 서울장충유치원 원장에게 그 방법을 들었다.

[분리불안 증세 보이는 자녀]
문제에 직면시켜라

《 지난해 3월 서울지역 유치원에 입학한 A 양(5)은 극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A 양은 유치원에 등원시켜 주러 온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더니 급기야는 아침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와 헤어지길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엄마와 헤어져도

수업을 듣다가 틈만 나면 눈물을 흘렸다. 》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자녀를 떼어놓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정혜손 원장은 “입학 초기에 자녀가 분리불안 증상을 보이면 일단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엄마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와 같이 말하고 몰래 사라지는 부모가 많다”며 “아이가 부모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처음엔 힘들더라도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엄마가 오늘 회사에 가서 일하고 맛있는 거 사올게’와 같이 말하면서 돌아온다는 확신과 믿음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치원에서 소극적인 자녀]
호기심을 갖게 해라

《 인천지역 유치원생 B 군(4)의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와 전화통화 중 ‘유치원에서 활동에 소극적이고 교사와도 대화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집에서 활발한 모습과 유치원에서의 모습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아들이 집에서

버릇없게 행동하거나, 떼를 쓰면 “이런 행동을 유치원에서도 하면 유치원 선생님에게 혼난다”고 타이르던 것이 문제였다. 》

자녀에게 위와 같은 꾸지람을 자주하면 유치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게 돼 유치원에서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난으로라도 유치원 교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해남 원장은 “낯선 곳에 대한 불안함이 심한 아이라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입학 전 유치원에 미리 방문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유치원을 미리 방문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놀이터도 재밌을 것 같아’, ‘장난감도 굉장히 많지?’라고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유치원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갖게 해주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존도 높은 자녀] 기다리고 지켜봐라


《 서울지역 유치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이모 씨(25). 입학 초 하원시간만 되면 유치원 현관에서 벌어지던 진풍경이 아직

생생하다. 하원시간에 자녀를 데리러 온 엄마들이 하나둘 현관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의 신발을 신겨주고 있던 것. 등원할 때는

아이들이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서 엄마에게 신발을 벗겨달라는 듯 문 쪽을 향해 발을 쭉 뻗는 일도 부지기수다. 》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까지 부모가 해주면 자녀가 부모에 의존적이게 된다.

문연옥 원감은 “의존적인 아이들의 경우 유치원 활동 중에 과제가 주어졌을 때도 ‘못한다’ ‘잘 못해’ ‘해주세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고 귀띔했다.

부모에게 의존하던 습관이 유치원 생활에서도 이어져 아이가 유치원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문 원감은 “아이에게 혼자서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며 “처음에는 실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혼자서도 잘하는구나’와 같이 격려해 주고 지켜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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