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아이를 의미 있게 놓아주라… 스스로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과목 간 경계를 허문 '융합교육'이 영재교육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부터 교육부가 문·이과를 통합한 수능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융합교육이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낯설고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맛있는공부는 창의사고력 전문 교육업체인 CMS에듀케이션과 함께 융합교육에 관한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는 이충국 CMS에듀케이션 대표(現 세계수학올림피아드대회 WMO 부위원장)와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現 한국창의정보문화학회장)를 만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바람직한 융합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진행은 류재광 맛있는공부 편집장이 담당했다.

융합교육은 시대적인 요구

사회자=
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융합교육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이재호 교수=
한마디로 시대적인 요구다. 21세기스킬이라는 책에 따르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는 지금껏 없던 직업, 물건들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직업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는 핵심 스킬(skill) 위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우리 교육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21세기 직업이 요구하는 핵심 스킬이란, 새로운 지식을 빨리 배우고 응용하는 능력이 첫 번째고, 둘째는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환경과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융합 능력이다. 따라서 이런 스킬을 익히는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한다.

이충국 대표=
우리 교육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잦은 변화가 있었지만, 패러다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나서 얼마나 많이 익혔는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과학기술은 엄청나게 진화했지만, 교육은 제자리걸음에 머문 측면이 많다. 미디어 기기들의 발전 속도에 맞게 세상의 산물에 적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할 때다. 앞으로 기업들은 이런 미디어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인재를 원할 것이며, 그것의 핵심이 융합교육이다. 정부도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1년부터 현대 사회에 필요한 과학기술 소양을 갖춘 인력 양성을 목표로 ‘융합인재교육(STEAM)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진행하고 있다.

“융합교육은 생활밀착형 교육”

사회자=
많은 분들이 아직도 융합교육을 어렵게 여긴다. 학부모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 좋은가.

이충국 대표=
학부모가 학교에서 공부하던 때는 융합과 거리가 먼 시대적 분위기였기에 낯선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기에 학부모도 자신의 세대와는 변화한 방식을 이해하고 자녀를 대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경험했던 틀에 아이를 끼워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아이들을 의미 있게 놓아주라’고 강조한다. 그 첫 번째는 아이에게 문제만 계속 풀리는 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단 한 문제를 풀더라도 고민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정답을 찾는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체험 활동을 많이 하라는 것. 아이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자신만의 창의적 산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세 번째는 학문 간 영역을 넘나들기 위한 다독을 권장한다. 독서는 상상할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단, 무조건 책만 많이 읽는 것보다는 일명 ‘카테고리식 다독’을 추천한다. 서로 연관된 분야의 책을 읽고 이를 융합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상상하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이재호 교수=
성과 위주의 잣대를 버릴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독서를 할 때도 몇 권을 읽었는지를 강조하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하는지를 살피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융합교육이란 단어에 너무 기죽지도 말라. 융합교육은 실사구시(實事求是)형, 생활밀착형 교육이다.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므로, 이는 학교 선생님보다 학부모가 더욱 잘 교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간다고 가정해보자. 수동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보다 여행 경비나 여행 일정을 아이에게 맡겨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하도록 시켜보자. 미국에서는 가족 여행계획표를 만드는 것이 방학 숙제라고 하더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할 때, 교통수단은 무엇을 이용하고 숙식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학생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확산적 사고 하는 인재를 만들자

사회자=
앞으로 융합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야 할까.

이충국 대표=
이미 초등학교 교과서는 주입식이나 연산이 아닌 스토리텔링형으로 바뀌고 있다. 교육부 발표로는 가령, 자석을 배우는 단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석을 가지고 놀게 한 다음, 발생한 문제점과 이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교과서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제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답을 쓰는 시험이나 수업은 없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놓고 다양한 가설을 세우며, 확산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이재호 교수=
학생이든 학부모든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미래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될 것임을 명심하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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