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1일 화요일

글쓰기 싫어하는 아이


자녀와 규칙 정해 '한 줄 교환 일기' 써 보세요
놀이로 즐기면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배워
한국일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평소 궁금해 하는 점들에 대해 가정에서 자녀를 지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는 새 칼럼을 연재합니다. 학부모 교육정보 커뮤니티 '맘앤톡'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자녀 교육 도움말을 주고 있는 최문영 운영자가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Q: 초등학교 4학년인 저희 아들은 또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유난히 글쓰기를 싫어합니다. 학교 숙제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하는데, 늘 엄마에게 대신 해 달라고 떼를 씁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남자 아이를 둔 부모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것 같습니다. 활동성이 큰 외향형 남자 아이들의 경우 30분을 얌전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조용히 앉아서 글을 쓴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가 힘들어 한다고 그냥 포기할 수는 없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지도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자녀와 '한 줄 교환 일기' 쓰기를 해 볼 수 있습니다. 한 줄 교환 일기는 한 줄씩 각자 일기를 쓰고 난 뒤, 다음 날 일기장을 교환하여 쓰는 것입니다. 먼저 자녀와 함께 문구점에 가서 일기장을 고르고 규칙을 만들도록 합니다. 부모가 시키는 일은 놀이가 아닌 또 다른 공부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최종 의사 결정은 꼭 자녀가 하게끔 합니다. 교환 일기의 규칙은 크게 적어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장소에 붙여둡니다. '규칙'이라 함은 일기장을 교환하는 주기, 일기장 한 권을 다 썼을 때 서로에게 주는 보상, 일기를 쓰지 못한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벌칙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줄 일기라 하더라도 자녀와의 협의 하에 글의 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자녀와 규칙을 정한 후에는 부모 자신도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 줄 교환 일기는 긴 글이 아닌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쓰는 양은 적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또 자신의 뜻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상대방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됩니다. 소통이 늘어나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도 좋아집니다.

'가족 보드'를 통해 글쓰기를 배워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 준비물 등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나, 공식적으로 해야 할 말을 전할 때는 메모지에 적어 가족 보드에 붙여 놓게 합니다. 메모를 남길 때는 단순히 단어 몇 개로 끝내면 안 되고 꼭 육하원칙에 맞춰 적게 합니다. 육하원칙대로 쓰는 연습을 하면 긴 글을 쓸 때 주어와 서술어가 불일치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 학교 준비물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져가야 한다면 "엄마, 제가 내일 교내 사생대회에 나가야 해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필요해요"라고 적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이 이런 방법을 쓰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논리적인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을 글로 표현하는 연습은 아이 혼자가 아닌 온 가족이 함께 할 때, 진정한 소통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자녀 혼자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함께 풀어가는 소통의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글쓰기도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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