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6일 목요일

수능 만점 '工神(공부의 신)'도 서울대·高大 떨어졌다, 왜?

수능 만점이지만 선택 과목 난이도 낮아 표준점수는 1등 못해
서울대는 면접, 高大는 논술이 좌우… 수능만 보는 延大 합격


2014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가 발표된 4일, 인터넷에서는 한 '공부의 신(神)' 삼수생의 서울대 불합격 소식이 화제였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4학년도 수능에서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전모(21)씨가 서울대 의예과에 떨어진 것이다.

전씨는 자기 페이스북에 "면접 괜찮게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떨어지니 붙을 것처럼 행세하고 다녔던 게 부끄럽다"는 글을 올렸다. 전씨는 이에 앞서 수시 모집에선 고려대 의예과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어떻게 수능 만점자가 떨어질 수 있느냐' '수능 만점자가 떨어지면 고대와 서울대 의대는 대체 어떤 학생들이 가는 거냐'는 반응이 나왔다. 전씨는 정시에서 연세대 의예과에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이른바 '공신('공부의 신'의 줄임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씨가 고려대와 서울대 의대에 떨어지고, 연세대 의대에만 합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입 전형이 수능 점수뿐 아니라 다양한 평가 요소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우리나라 대학 입시가 전형 방법에 따라 복잡한 '고차방정식 입시'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대 의대 '면접'이 당락 갈라

우선 정시 서울대 의예과는 1단계에서 수능 점수로 입학 정원의 2배를 선발한 뒤, 2단계 '학생부 10%+수능 60%+면접 3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올해 서울대 의예과는 정시에서 35명을 선발했다.

수능 점수가 우수한 전씨는 1단계 70명에 들어 2단계 면접을 치렀다. 30%를 차지하는 '면접'이 전씨의 당락을 좌우했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 서울대 의예과에는 전국의 '공신'이 다 모이기 때문에 1단계에 합격한 70명의 수능 성적은 거의 차이가 없다.

게다가 전씨는 수능 점수를 단순 합산한 '원점수'는 만점으로 자연계 전국 1등이지만, 시험의 난도를 고려해 매기는 '표준점수'는 1등이 아니다. 수능에서 1개를 틀렸어도 만점인 전씨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다.

전씨와 올해 서울대 의예과 정시에 합격한 A씨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수학에서 4점짜리 한 문제를 틀린 A씨의 표준점수(546점)가 만점 받은 전씨의 표준점수(542점)보다 4점이나 높다. 이유는 A씨가 선택해 치른 과학탐구 과목(생명과학 I, 화학II)이 전씨가 치른 선택과목(물리I, 생명과학 II)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형별로 평가 요소 달라

서울대 의예과 정시 모집 2단계에서는 독특한 형식의 면접인 '다중 미니 인터뷰(MMI·Multiple Mini Interview)'를 치른다.

수험생은 6개 면접실마다 10분씩 총 60분간 심층 면접을 본다. 상황극,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상황을 주면서 수험생의 의사 자질, 적성, 사람을 대하는 법, 의사소통 능력 등을 본다.

서울대 관계자는 "어차피 서울대 의대 지원자들은 수능 점수가 거의 같기 때문에 면접 점수가 중요하다"며 "면접에서는 의사로서 갖춰야 할 소양·인성 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씨가 수시 모집에서 지원했다 불합격한 고려대 의예과는 수능 점수보다 논술 점수가 당락을 가르는 전형이다.


☞원점수·표준점수
원점수는 수능에서 문항당 점수를 단순 합산한 점수. 표준점수는 해당 과목에서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 산출하는 점수.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고,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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