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2일 수요일

첨단과학으로 달리는 겨울올림픽

동아일보

드디어 소치 겨울올림픽이 시작됐습니다. 매일 밤 메달 소식을 기다리느라 밤잠 설치는 분도 많을 텐데요. 눈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겨울올림픽은 0.001초까지 계측하며 속도 경쟁을 벌이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기 위한 최첨단 과학기술과 장비들이 총동원된답니다. 오늘은 겨울스포츠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과학원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 마찰력을 줄여라!
마찰력이란 두 물체의 표면이 서로 맞닿아 있을 때 닿는 면이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말합니다. 마찰력은 바닥과 물체와의 접촉면이 거칠수록 커집니다. 거친 땅을 걷는 것이 매끄러운 얼음 위를 걷는 것보다 쉬운 것은 땅이 얼음보다 더 거칠어 마찰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마찰력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힘입니다. 박수를 치면 소리가 나는 것, 손으로 물건을 집을 수 있는 것도 다 마찰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음이나 눈 위에서 하는 겨울스포츠에서도 마찰력은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스케이트의 날을 보면 아주 가늘고 날카롭습니다. 압력은 접촉면당 가해지는 힘이 커지거나, 힘을 가하는 면적이 좁을수록 커집니다. 압력이 증가하면 얼음은 물로 상태변화를 합니다. 스케이트의 날카로운 날에 사람의 몸무게가 실리면 그 압력에 의해 접촉면의 얼음이 순간적으로 녹아 물이 됩니다. 그 물이 스케이트 날과 얼음판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마찰력을 줄여줄고,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빙상종목에서는 스케이트화가 승부의 70% 이상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을 할 때는 ‘클랩스케이트’를 신습니다. 얼음을 지치고 몸을 앞으로 이동하는 순간, 스케이트화의 뒷굽에서 날이 분리됩니다. 그럼 발을 떼어도 얼음판에 스케이트날이 붙어 있기 때문에 날과 얼음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고, 이로 인해 선수는 체력 부담을 덜면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1998년 열린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이 처음 신고 나와 5개의 금메달을 휩쓴 후 지금은 모든 선수가 이 스케이트화를 신습니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이 착용하는 장갑에도 마찰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곡선 구간을 돌 때 몸을 옆으로 기울이는데 이때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빙판을 짚습니다. 그래서 마찰력을 줄일 수 있도록 손가락 끝을 매끄러운 에폭시수지로 감싼 장갑을 이용합니다.

○ 마찰력이 클수록 속도는 더디다


표면이 거칠수록 마찰력이 커진다고 했죠? 널빤지, 사포, 비닐 등을 손으로 문질러 보면 비닐이 가장 미끄럽고 사포가 가장 거칩니다. 그 위에 블록을 올려놓고 스스로 미끄러져 내려가게 해보면 가장 빨리, 가장 밑에까지 내려오는 것은 비닐입니다. 반대로 사포는 가장 늦게 내려오는 데다 밑에까지 잘 내려오지도 못합니다. 마찰력이 클수록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 커지기 때문에 속도가 더뎌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원심력을 이겨라!

물체가 원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원의 중심 방향으로 작용하는 구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운동을 하는 물체는 관성에 의해 구심력의 방향과 반대 방향의 힘을 받게 되는데 이 힘이 원심력입니다. 줄 끝에 지우개를 매달고 돌리면 자꾸 바깥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바로 원심력 때문입니다.

겨울스포츠에서 원심력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루지 등 트랙에 곡선 구간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111.12m의 작은 트랙에서 펼쳐지는 쇼트트랙은 전체 코스에서 곡선 구간이 48%, 53.41m나 됩니다. 당연히 곡선 구간을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데, 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 원심력입니다.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면 원심력의 방향인 원운동 밖, 즉 트랙 밖으로 튕겨나가기 때문입니다.

곡선 구간에서 선수들이 원심력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속력을 줄여 원심력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 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심력을 견디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속력을 줄이면 뒤로 처지게 되니까 결국 원심력을 이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쇼트트랙 선수들은 튕겨나가는 힘, 즉 원심력을 이기기 위한 훈련을 중점적으로 받습니다.

또 쇼트트랙 선수들은 곡선 구간을 돌 때 몸을 안쪽으로 기울여 원심력을 줄입니다.

스케이트날에도 원심력을 이기기 위한 과학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쇼트트랙 스케이트는 스피드스케이트와 비교해 날이 짧고 왼쪽으로 휘어져 있습니다. 곡선 구간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는 원심력을 줄여 최대한 안쪽으로 붙어 코너를 돌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 공기저항을 막아라!

공기 속을 운동하는 모든 물체는 공기의 저항을 받습니다. 공기의 저항은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으로,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커집니다. 0.001초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속도 경쟁에서 공기 저항의 크기는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피부처럼 달라붙는 가벼운 특수재질의 경기복을 입습니다. 무게 150g, 두께 0.3mm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스케이트날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자세히 보면 표면에 돌기와 홈이 있는데 이 역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표면이 매끄러운 옷을 입고 빠른 속도로 달리면 공기가 몸에 부딪힌 뒤 뒤로 밀려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그럼 몸을 뒤로 잡아끄는 ‘견인현상’이 생겨 달리는 것을 방해합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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