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월요일

STEAM형 수업 모둠 수업으로 역할 분담… '낙오 학생' 없는 게 강점

STEAM 수업,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융합
입학사정관 전형 도움… 관련 교과서는 아직 부족

스팀(STEAM) 교육은 지난 2011년 교육부(옛 교육과학기술부)가 도입한 융합형 강의 콘텐츠다. STEAM 은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수학(Mathematics)의 줄임말. STEAM형 수업이 실시되고 있는 공교육 현장을 찾아 융합 교육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장점… 몰입도 높고 대입 성과도 거둬

지난 11일 서울 광남초 4학년 7반. 이경미 교사가 네댓 명씩 모둠 지어 앉은 아이들 한 무리를 교실 앞으로 불러냈다. 칠판 벽면을 따라 줄지어 선 학생들 앞엔 성인 팔 길이만 한 거울이 놓여 있었다. 이 교사는 줄 왼편에 서서 손전등 불빛을 거울에 비췄다. 빛이 맨 오른편 학생의 옷 언저리로 반사되자 교실이 웅성거렸다. "거울 앞에 서면 내 얼굴이 보여요. 그럼 내가 비춘 손전등 불빛도 내 옷으로 반사돼야 할 텐데, 지금은 빛이 반대편으로 튕겨나갔죠? 여러분 앞에 있는 학습지와 거울로 그 이유를 알아볼 거예요."

이날 열린 수업은 이경미 교사가 과학 교과 '빛의 반사' 단원 강의를 STEAM형으로 구성해 실연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은 두 시간 내내 거울에 레이저를 반사시켜 과녁을 맞히는 등 실습에 나섰다. 수업 말미엔 거울의 반사각을 이용해 벽지 디자인을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교사는 수업 내내 아이들 곁을 맴돌며 질문을 받거나 참여도를 점검했다. 참여도는 STEAM형 수업 후 학생 평가 시 중요한 지표다. 이 교사는 "융합 수업을 하면 전 학급생이 빠짐없이 수업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부터 STEAM형 강의를 이끈 한덕희 경기 용인시 모현초 교사는 일명 '전문가 협의회' 수업안으로 학생의 흥미를 끌었다.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곤충 모양 자동차 디자인'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때 전문가 협의회를 만들어 조원 각자에게 미래학자·곤충학자·디자이너·공학자 역할을 부여했죠. 그랬더니 낙오되는 아이 하나 없이 수업이 진행되더군요."

서울 풍문여고에는 '학생 STEAM 연구회' 동아리가 있다. 고등학교 STEAM형 수업은 일반 강의와 실습수업을 섞어 구성하기 때문에 최소 8차 시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조용현 서울 풍문여고 과학 교사는 자신이 만든 STEAM형 수업 교안을 연구회원과 함께 본수업 전시연해본다. 연구회는 학내에서 일명 '명문대 배출 동아리'로 불린다. 2012년엔 서울대, 이듬해엔 이화여대 합격생이 배출되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조 교사는 "대회에 나가고 논문을 쓰는 등 일반고에선 쉬이 낼 수 없는 성과를 거둔게 입학사정관 전형 공략에 유효했다"고 귀띔했다.

◇아직은 한계… 교재 개발·전용 수업 시간 필요해

STEAM형 수업은 지난 2011년 교육부가 지원 사업안을 발표한 후 일선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2012년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STEAM교사연구회를 발족했고, 각종 공모 사업을 통해 교육청·학교 단위의 지원·연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덕희 교사에 따르면 STEAM형 수업에 대한 인지도는 교사 사이에서도 여전히 낮은 편이다. 조용현 교사는 "입시 위주의 강의가 대부분인 중·고교에선 STEAM형 수업이 선생님과 학생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열심히 실험하고 있는 학생 옆에서 수학 문제집을 푸는 모범생 몇몇이 눈에 띄더군요. STEAM형 과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단 걸 알기 때문에 자신 있게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거죠."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이은주 CMS영재교육연구소장은 "CMS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융합 프로그램은 학교 STEAM형 수업과 큰 연관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STEAM형 수업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 역량에 따라 수업 내용이 달라지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경미 교사에 따르면 초등 1·2학년 수업은 이미 통합 교과서를 기반으로 진행돼 선생님이 STEAM형 강의를 준비하기 쉽다. 반면 관련 교과서가 나오지 않은 5·6학년 수업을 준비할 땐 어쩔 수 없이 교사가 직접 아이디어를 짜내 교안을 구상해야 한다. 강의법 고안은 고학년이 될수록 더 어려워진다. 교과목별로 담당 교사가 다른 중·고교에선 STEAM형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따로 시간표를 조율해야 한다. 교안을 짤 때 과학·수학·기술 등 각 과목 선생님이 일부러 모여야 하는 점도 애로사항 중 하나. 조 교사는 "STEAM형 수업 전용 교시가 따로 마련되고 관련 교과서가 편찬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면 융합교육이 널리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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