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3일 목요일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9월 결정…찬반 여전히 '팽팽'

오는 9월 최종 결정을 앞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학업부담 및 사교육 증가를 우려하고 있고, 찬성 진영에서는 교육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교육 당국은 병기 한자에 대한 평가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정부 시책이 결정될 경우 3년 뒤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한자가 병기된 교과서를 받게 된다.

◇사교육 우려에 교육 단체들 반발 =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진영의 가장 큰 논거는 '사교육' 우려다. 결국 병기되는 한자를 이해하기 위해 등급 시험 등 별도의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 병기 자체가 교과서 이해를 방해한다는 주장도 나오며 현직 교사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5월 응답자 1026명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3%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에 반대했고, 68%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면 자녀에게 별도의 한자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비롯한 별도의 교육부담이 가장 큰 반대 이유로 조사된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한자병기를 추진하는 일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학습부담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교육 유발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했던 한글문화연대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10가지 까닭'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는 △글 읽기에 방해 △암기거리 증가 △한자 없이도 (단어 뜻을) 맥락만으로 알 수 있음 등이 포함됐다. 특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마찬가지로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병기가 글 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이미 (대입준비의 영향으로) 중고등학교의 한문 교과도 파행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는 순서가 뒤바뀐 절차"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사회나 과학 등을 배우기 위해 한자부터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사교육을 찾기 마련"이라고 내다봤다.

또 "눈으로 읽을 때 괄호 안의 한자는 독해를 방해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그 한자 자체를 모른다고 해도 단어를 이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도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상태에서 한자교육은 시기상조"라며 "영어 교과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금 학원들이 성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사교육 증대를 가장 큰 반대이유로 꼽았다.

◇시대 흐름이라는 의견도 = 반면 이러한 사교육 우려가 지나친 비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자병기는 단어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이며 학습효과도 분명 존재한다는 의견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한자 병기로 인한 사교육 증가 우려가 너무 지나치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중간고사 등 별도의 평가 과정이 없음을 전제하면 한자 병기가 사교육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총은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무조건적인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성명에서 "1970년대 한글 전용정책이 추진된 이후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적인 언어와 문자 소통에도 일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자병기는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자는 우리 언어생활에서 떼 놓을 수 없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된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애국가 조차도 '보우' '화려강산' 등 한자어가 들어가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인 한자어를 병기해 교육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어, 학술 용어의 90%이상은 한자어다.

◇사교육 연결고리 끊어야… = 문제 해결의 열쇠는 결국 한자 사교육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데 방점이 찍힌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사교육 증가 우려는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도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숭문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허병두 교사는 "한자를 진정 중히 여기고 싶다면 자격급수 시험 등과 일체의 이해관계를 내려 놓아야 한다"며 "고전에서 올곧은 정신을 담은 읽을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해법"이라고 내다봤다.

전광진 교수는 무료 한자사전 어플리케이션을 예로 들며 "무료 사전 앱이 많은 현실에서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손쉽게 한자 뜻을 찾아볼 수 있는 수단이 많은 만큼 별도의 사교육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열쇠를 쥔 교육부는 사교육 증가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의 (쉬운) 적정 한자를 결정하고 이를 학교시험 등에 출제하지 않도록 명시할 예정"이라고 밝혀 우려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공청회를 통해 최종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며 병기될 한자의 난이도와 개수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하며 "(교과서 한자 병기 대상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맞지만 3학년이 될지, 4학년이나 5학년이 될지 적용 학년 또한 9월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후 논의를 통해 명확한 방침이 결정될 전망이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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