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3일 목요일

동양과 서양 넘나드는 '보스포루스 과학사'



세계사적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보다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의 문물이 이곳을 통해 오간다. ‘보스포루스 과학사’는 이 해협처럼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학서다. 유럽 혹은 서양 중심주의를 벗어나 세계사적 관점에서 서술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은 인간이 자신과 세계에 대한 궁금증에 답을 찾기 시작한 것을 과학의 탄생으로 보고, 인류의 출현부터 현대 과학기술까지 서술한다. 핵심 주제는 서양의 근대과학 혁명이지만, 그 이전에 그리스와 중국이 만들어낸 동서양 지적 전통의 기반과 동서양 과학기술의 교류사를 조명하고, 이슬람과 한국의 전통과학을 함께 탐구한다.
서양의 중세 암흑기에 이슬람이 고대 그리스 과학의 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전해준 덕분에 유럽의 근대과학이 가능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럽은 이슬람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에도 많은 빚을 졌다. 중국이 수출한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 같은 발명품이 대표적이다. 조선 또한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함께하며 독자적인 과학기술을 발달시켰다. 세종 시대의 과학기술은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적 수준이었고, 조선 건국 초기에 제작된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또한 세계적 걸작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전통과학은 일제의 침략으로 단절됐다.
이 책에는 과학이 삶을 바꾼 사례가 많이 나온다. 지동설은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바꿨고,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을 지구상 수많은 동물 중 하나로 새롭게 인식시켰으며, 유럽의 근대과학은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근대사회로 변혁을 일으켰다. 인간 스스로 세계를 앎으로써 삶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어 온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과학의 사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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