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숫자 0의 발견

0의 발견 없는 것을 나타내는 방법 인도에서 등장한<br>수를 쓰고 계산할 때 필요한 수, 0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가장 먼저 얻은 수학적 지식은 태양을 본 뜬 원일 것이다. 태양으로서 원은 남성적인 힘을 뜻하지만 영혼이나 마음, 대지를 둘러싸는 바다로서의 원은 어머니와 같은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중심이 있는 원은 완전한 주기, 둥근 고리의 완전함,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의 해결을 뜻하며 태양을 상징한다. 따라서 중심축이 있는 바퀴 역시태양과 같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둥근 원을 닮은 숫자 0이 있다. 태양과 바퀴, 그리고 숫자 0은 인간의 사유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 개의 원이다. 그렇다면, 숫자 0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수학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숫자 0의 발견.

비어있는 자릿수를 표시하기 위한기호 0

요즘 ‘인도수학’이라 하면 베다수학을 많이 떠올리지만 인도수학은 베다수학 뿐만 아니라 세계 수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도수학에서는 1부터 9까지 아홉 개의 서로 다른 숫자와 특별한 기호인 0을 사용했고 각 숫자가 놓이는 자리에 따라 나타내는 값이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수를 표현했다.
9세기경의 인도 숫자. 어느 정도 현대적인 숫자의 모습을엿볼 수있다.
약 2000년 전 인도에서는 수평 또는 수직으로 적당한 개수의 선을 그어 수를 표시했다. 이후 마른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점차 필기하는 모양이 변했다. 예를 들어 2와 3은 처음에 각각 두 개와 세 개의 획으로 표시됐는데 옮겨 적거나 빨리 쓰면서 은 이 됐고 은  가 됐다. 이런 패턴으로 서로 다른 9개의 숫자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수에 대한 변화의 진전이 여기서 멈췄다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숫자가 지금과 같이 쓰이지 않았던 과거에는동서양 모두 주판을 이용해 계산했다. 이 고대 주판에서 만약 이 단순히 어떤 두 홈에각각 들어 있는 두 개의 조약돌을 나타낸 것이었다면, 그 수는 22, 220, 202, 2002 등의 수 중 하나를 의미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대 주판에서 수를 알기 위해서는 홈마다 있는 조약돌 개수뿐만 아니라 각 조약돌이 몇 번째 홈에 있는 지도 알아야 했다.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도의 서기로 추정되는 한사람이 처음으로 우리가 수를 표기하는 것과 비슷한 표기법을 고안했다. 그는 주판에서 조약돌 수를 나타내기 위해 특별한 표시를 했다. 오늘날 우리가 비어있는 자릿수를 표시하기 위해 0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그는 주판의 비어있는 열을 나타내기 위해 점을 사용했다. 따라서 22는  으로 2020은,,으로 표시했다. 학자들은 이러한 점 표시가후에 숫자 0으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인도, 이집트의 기수법 비교. 실제 고대 그리스에서 그리스 알파벳을 이용했으며 문자와 숫자를 구분하기 위해 숫자 위에 선을 그어 표시했다.

수를 계산할 때 편리한 숫자, 0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국에서는 주판의 서로 다른 열에 조약돌이 같은 개수만큼 있어도 열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기호를 사용했다. 따라서 그들은 주판의 각 열에 있는 조약돌 수를 적거나 암산하기 전에 각 열에 대한 덧셈과 곱셈을 설명한 표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오직 9개의 서로 다른 기호로 각 열에 조약돌 개수를 표기하고 비어 있는 열은 0으로 나타내 계산에도 용이했다. 사실 0은 수를 셀 때가 아니라 수를 쓰고 계산할 때 필요한 숫자이다.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다른 고대의 여러 숫자들을 제치고 오늘날 거의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다양한 수를 쓰고 계산 할 때 편리하기 때문이다.
0을 발견하기 위해선 공백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에 ‘공백’이나 ‘부재’를 의미하는 ‘슈냐’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도의 삶과 문화에서 종교 및 신화적 사고의 핵심적 내용을 구성하고 있었다. 본래 슈나는 공백, 하늘, 공기, 공간의 의미를 지녔으며 나아가 창조되지 않은 것, 존재하지 않는 것, 형상화되지 않은 것, 사유되지 않은 것, 부재, 없음 등을 의미했다. 따라서 인도 학자들은 슈나를 수의 요소로서 ‘없음’을 표현하는데, 수학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철학적 관점에서도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십진법에서 슈나는 그것이 놓인 자릿수에 숫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냈다.

위대한 발명품, 인도-아라비아 숫자

조개껍데기 모양의 마야숫자 0 (좌), 바빌로니아의 비스듬한 모양 쐐기문자 0 (우)
‘없음’을 나타내는 기호는 인도-아라비아 숫자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 마야 인들은 조개껍데기 모양의 기호를 만들어 0을 표시했고 바빌로니아의 수학자들은 수판의 빈 공간을 표시하기 위해 비스듬한 모양의 쐐기문자를 사용했다. 하지만 고대의 0 표시는 인도-아라비아 숫자처럼 수로 생각되기보다 단순히 빈 자리의 의미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바빌로니아 수학자들은 어떤 계산의 결과로 0이 나오면 비스듬한 모양의 쐐기문자를 쓴 것이 아니라 ‘다 떨어졌다’는 말로 ‘없음’을 표현했다.
0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기호를 사용한 인도의 기수법은 11세기경 아라비아 인들에 의해 스페인에 전해졌다. 1부터 9까지 숫자와 0을 사용하는 인도-아라비아 숫자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유럽에서는 반발이 심했다. 유럽사람들의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성격도 한 몫 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해 분수를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인도의 기수법은 유럽에 널리 퍼지지 못했다.
‘눈금 새기기’에서 출발한 수에 대한 인식은 오랜 세월을 거쳐 드디어 인도-아라비아 숫자에 이르렀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로서 이를 사용하면서 수학과 과학은 큰 발전을 이뤘다. 오늘날 인도-아라비아 숫자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거의 유일한 세계 공통의 ‘언어’로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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