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프랙털(fractal) 차원

프랙탈 차원 소수점의 차원? 프랙탈 도형의 차원은 소수점으로 나타난다고 한다.<br>그런데 소수점의 차원이라니? 무슨 소리일까?

흔히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거나 좀 엉뚱한 상상을 잘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4차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3차원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4차원은 우리와는 다른 공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수학에서 4차원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이미 ‘오늘의 과학’ 코너를 통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서는 차원의 정확한 개념을 알고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3차원? 4차원? 차원의 뜻은 무엇일까?

우선 차원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직선 위의 점은 적당히 좌표계를 정하면 하나의 실수 x로 표시된다. 또 평면 위의 점은 적당한 좌표계를 취하면 두 개의 실수의 쌍 (x, y)로 표시되고 공간의 점은 적당한 좌표계를 취하면 세 개의 실수의 짝 (x, y, z)로 표시된다. 이런 의미에서 직선은 1차원, 평면은 2차원, 공간은 3차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n차원을 생각할 수 있으며 n차원 공간에 있는 점은 n개의 실수의 쌍 (x1, x2 ,x3, … ,xn)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점은 위치만 있고 크기가 없기 때문에 수학에서는 0차원으로 정의한다.

0.7차원, 1.3차원 같은 것도 있을까?

지금까지 말한 차원을 살펴보면 차원은 0, 1, 2, 3, 4,…, n과 같이 모두 0 이상인 정수이다. 그렇다면 1보다 작은 소수를 차원으로 갖는 공간도 있을까? 또 1보다는 크지만 2보다는 작은 차원을 갖는 공간이 있을까? 그런 경우를 바로 프랙털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프랙털, 극한자연로그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개념들은 모두 자주 소개되었던 것이므로 여기서는 프랙털만 소개하겠다.
프랙털(fractal)은 철저히 ‘조각난’ 도형을 뜻하는데, 이 말은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가 ‘조각난’이란 뜻의 라틴어 형용사 ‘fractus’에서 가져와 만들었다. 1970년대 후반에 만델브로는 프랙털이란 ‘아무리 확대해도 들쭉날쭉한 것이 계속되는 도형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코흐 곡선, 프랙탈 도형의 사례이다. <출처:Fibonacci at wikipedia>
예를 들어 위의 코흐 곡선 같은 것이 프랙탈 도형의 사례이다. 정의로부터 짐작하건대 위의 도형은 아무리 확대해도 계속해서 들쭉날쭉하므로 1차원의 곡선은 아니고 자를 이용하여 도저히 그 길이를 측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2차원일까? 그러나 위 곡선은 평면은 아니므로 2차원보다는 낮은 차원이다. 그래서 만델브로는 1차원과 2차원의 중간 차원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것이 소위 ‘프랙털 차원’ 또는 하우스도르프(Hausdorff) 차원이라고 한다.

차원의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

선분은 1차원의 도형이고, 정사각형은 2차원의 도형이고, 정육면체는 3차원의 도형이라는 것은 다 아실 것이다. 그런데, 선분을 반으로 나누면 선분의 개수는 2개가 된다. 정사각형을 가로, 세로로 2등분하면 정사각형은 4개(22개)가 된다. 정육면체를 가로, 세로, 높이로 2등분하면 8개(23개)가 된다. 선분을 3등분하면 선분의 개수는 3개가 된다. 정사각형을 가로, 세로로 3등분하면 정사각형은 9개(32개)가 된다. 정육면체를 가로, 세로, 높이로 3등분하면 27개(33개)가 된다.
이제 일반적으로 n차원 물체를 n등분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먼저 길이가 1인 선분을 n등분하면 나누어진 구간 하나의 길이는 ε=1/n이고, 선분의 개수는 N=n=1/ε 이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1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을 가로, 세로로 각각 n등분 하면 각 구간의 길이는 ε=1/n이고, 작은 정사각형의 개수는 N=n 2=(1/ε) 2이다. 마찬가지로 공간에서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를 가로, 세로, 높이로 각각 n등분 하면 각 구간의 길이는 ε=1/n이고, 작은 정육면체의 개수는 N=n 3=(1/ε) 3이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2
따라서 n차원 도형에서 모서리를 길이가 ε=1/n인 선분으로 나누면 작은 도형의 개수는 N=(1/ε)n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어떤 차원의 물체를 길이가 ε인 선분으로 n회 나누었을 때 N=nD=(1/ε)D개가 나온다면 이 D를 물체의 차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D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lnNlnε의 'ln'은 자연로그이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3
그런데, 프랙탈 도형은 그 특성상, 적당히 나누어서는 안되고 아주 철저하게 나눠야 할 것이다. 직선이나 도형의 모서리를 더 잘게 나눈다는 것은 ε을 점점 0에 가깝게 접근시킨다는 것이고, 이때 나누어진 선분의 개수는 점점 무한개가 된다. 이와 같은 성질로부터 다음과 같은 프랙털 도형의 차원 또는 하우스도르프(Hausdorff) 차원을 정의한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4

유명한 프랙털 (1) 칸토어 집합

이제 유명한 프랙털인 칸토어 집합과 시어핀스키 삼각형의 차원을 구해보자. 먼저, 칸토어 집합은 다음과 같은 차례로 만들어진다.
1. 처음 구간은 [0,1]에서 시작한다.
2. [0,1] 구간을 3등분한 후, 가운데 개구간(⅓, ⅔)을 제외한다. 그러면 [0, ⅓]∪[⅔, 1]이 남는다.
3. 2에서와 같이 두 구간 [0, ⅓], [⅔, 1]의 각각의 가운데 구간을 제외한다.
4. 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보자. 칸토어 집합을 만드는데 각 단계에서 빠지는 길이는 차례로 1/3, 2/9, 4/27, 8/81,…이다. 이렇게 빠진 길이를 모두 합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초항이 1/3이고 공비가 2/3인 등비수열이므로 그 합은 1이다. 즉, 무한 번 시행한 후의 칸토어 집합의 길이는 0이 된다. 이와 같은 칸토어 집합은 직선에서 시작했으므로 1차원 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고, 점이 무한개 있으므로 점 하나의 차원인 0차원 이상일 것이다.
칸토어 집합

유명한 프랙털 (2) 시어핀스키 삼각형

이제 시어핀스키 삼각형을 만들어 보자.시어핀스키 삼각형은 다음과 같은 차례로 만들어진다.
1. 정삼각형 하나를 그린다.
2. 정삼각형의 세 변의 중점을 이으면 원래의 정삼각형 안에 작은 정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이때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정삼각형 하나를 제거한다.
3. 남아있는 3개의 작은 정삼각형 각각에 대하여 2와 같은 과정을 시행한다.
4. 3과 같은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다.

시어핀스키 삼각형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찾을 수가 있는데, 무한 번 반복하는 경우 남아 있는 정삼각형의 넓이를 모두 더하면 0이라는 것이다. 즉, 처음 정삼각형의 넓이를 S라 하면 두 번째 남아 있는 정삼각형의 넓이는 처음 정삼각형의 ¾이므로 ¾S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 남아있는 정삼각형의 넓이는 다시 두 번째의 ¾이므로 ¾×¾S=(¾)2S이다. 따라서 n번째 단계에 남아있는 정삼각형의 넓이는 (¾)nS이고, 이 과정을 여러번 계속하면 ¾이 1보다 작은 수니까 넓이가 0에 가까워지고, 무한히 반복하면 결국 0이 된다.
시어핀스키 삼각형
따라서 2차원인 평면에서 시작한 시어핀스키 삼각형은 거의 몇 개의 직선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시어핀스키 삼각형의 차원은 직선인 1차원보다는 크고 평면인 2차원보다는 작을 것이다.

칸토어 집합의 차원은 약 0.63, 시어핀스키 삼각형의 차원은 약 1.58

칸토어 집합은 1/3씩 줄어들고 그 때 선분의 개수는 2배씩 늘어나므로 ε=(1/3)n, N=2n이다. 따라서 칸토어 집합의 차원은 다음과 같이 약 0.63으로 점의 차원보다는 크고 직선의 차원보다는 작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5
마찬가지로 시어핀스키 삼각형은 선분의 길이가 1/2씩 줄어들고, 제거하고 남은 정삼각형의 개수는 3배씩 늘어나므로 ε=(1/2)n, N=3n이다. 따라서 시어핀스키 삼각형의 차원은 다음과 같이 ln3/ln2 =약 1.58로 직선의 차원보다 크고 평면의 차원보다 작다.
프랙탈차원 이미지 6
칸토어 집합이나 시어핀스키 삼각형은 간단한 경우의 프랙털이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상상할 수 있을지라도 수학적으로 옳고 그름이나 어떤 성질을 알아내는 것은 프랙털의 차원을 구하는 것과 같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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