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한국 청소년 학력 소폭 하락.. 하위권 2배 늘어

2015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 모든 영역서 지난번보다 하락
'쉬운 수능'으로 학업 부담 줄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 추세
여학생이 全영역서 남학생 앞서
- 학업 흥미 최하위권이지만..
과제 수행 자신감은 대폭 상승 "순위보다 흥미·자신감 더 높여야"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수준이 3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학력 수준은 여전히 OECD 상위권으로 조사됐다. 공부에 대해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는 낮았지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은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전 세계 72개국(OECD 회원국 35곳·비회원국 37곳) 만 15세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결과를 6일 발표했다. 한국은 중 3과 고 1 학생 5749명이 이 평가에 참여했다. PISA는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소양을 얼마나 갖췄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3년마다 치러진다.
◇전 영역 모두 순위 하락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전 영역에서 2012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우리나라 순위는 읽기 1~2위, 수학 1위, 과학 2~4위였다. OECD 국가 중 영역별로 가장 순위가 높은 국가는 ▲읽기는 캐나다·핀란드 ▲수학과 과학은 일본이었다〈그래픽〉. 비(非)OECD 회원국까지 포함할 경우 3개 영역 모두 싱가포르가 1위를 휩쓸었다.
한국 순위가 떨어진 것은 "상위권 학생 비율은 줄고, 하위권 학생 비율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과학 평가의 경우 하위권에 포함된 우리나라 학생 비율은 2012년 6.7%였지만 2015년엔 14.4%로 배 이상 늘었다. 읽기와 수학도 각각 7.6%→13.6%, 9.1%→15.4%로 상승했다. 교육부 강성철 교육과정운영과장은 "PISA 결과는 최근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비슷한 추세"라며 "기초 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것이 국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들어 '쉬운 수능 정책'이나 교육 내용을 줄이는 등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 쉽게 가르치려는 추세가 있었는데, 그런 점이 평가 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일본의 약진은 '국가 주도의 교육 정책 개선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혁준 한국교원대 교수는 "싱가포르는 소규모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교육 방식을 개선하면서 성적이 크게 올랐다"면서 "일본도 2000년대부터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유토리 교육'에서 벗어나 수업 시수를 늘리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업 흥미 낮지만 자신감은 증가
이번 PISA 결과에서 한국 여학생들은 읽기·수학·과학 전 영역에서 한국 남학생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2년까지 읽기 영역은 남학생보다 앞서고 수학·과학은 뒤지는 현상이 이번에 뒤집힌 것이다. 읽기 영역은 남학생보다 41점 높았고, 수학과 과학은 각각 7점, 10점씩 높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구자옥 실장은 "읽기 능력이 수학과 과학 학력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뛰어난 읽기 능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PISA가 과학 영역에 대해서만 추가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 학생들은 과학을 배우는 것이 즐거운지와 흥미가 있는지 묻는 설문 항목에서 70개국 가운데 60위, 61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지난 2006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반면, '병을 치료할 때 항생제가 하는 역할 설명하기' 같은 과제에 대한 자신감을 묻는 항목은 2006년 최하위 수준에서 2015년엔 70개국 중 41위로 순위가 대폭 올랐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하면서 PISA 성적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그런 교육 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나타나면서 일시적으로 성적이 떨어진 것 같다"며 "무조건 1등에 집착하기보다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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