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공책의 수학

공책의 수학 ‘빈 책’을 채운 수학의 비밀 공책은 왜 16절지를 쓸까?<br>공책의 줄 간격은 어떻게 정해졌을까?

공책은 한자어로 ‘빈 책’이다. 비어 있는 곳에 나의 생각과 지식을 채워 넣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책에 담긴 깊은 뜻만큼 공책의 크기와 두께를 결정하는 원리에도 수학적 원리가 빼곡히 숨어 있다.
공책에 숨은 비밀을 살펴보자.

중학생부터 많이 쓰는 줄 간격은 8mm

창고를 정리하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쓰던 공책을 발견했다. 삐뚤빼뚤한 글씨에 웃음이 나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큼직큼직한 게 더 신기하다. 공책의 줄 간격도 어쩜 그렇게 넓은지. 한글을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는 글씨를 작게 쓰기 힘들다. 가로 한 줄로 쓰는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야 하고 받침까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한 자 한 자 눌러 쓰려다 보니 글씨는 커지기 마련이다. 또한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에 따라 글자의 높낮이가 달라지기 쉬워 기준이 되는 가로줄이 필요하다. 공책에 그려진 가로줄이 담당해야 할 임무다.
우리나라 공책 중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을 위해 만든 공책은 줄 간격이 13mm 정도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깨우치는 사람이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당에서도 이 공책을 사용한다. 초등학교 3~6학년생을 위한 공책은 줄 간격이 9mm 정도다. 중학생부터는 줄 간격이 8mm인 공책을 많이 쓴다. 최근에는 줄 간격이 8mm인 공책도 넓다는 지적이 있다. 심의 굵기가 0.3~0.4mm로 가는 펜을 즐겨 쓰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줄 간격을 6~7mm로 좁힌 공책이 나왔다. 줄 간격이 좁아 촘촘해 보이지만 가는 펜과는 잘 어울린다.
공책은 사용 대상의 연령과 쓰임에 따라 줄의 특징이 다르다. 일반 줄 공책은 초등학교 1, 2학년을 위한 13mm에서부터 8mm까지 줄 간격이 다양하다.
공책의 줄 간격은 조금씩 다른 줄 간격의 공책을 주고, 학생들이 쓴 글자 크기와 자연스러운 줄 간 격의 평균값으로 정해졌다. <출처: gettyimages>
공책의 줄 간격은 특별한 연구를 거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학생들의 글자 크기를 관찰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줄 간격이 조금씩 다른 공책을 주고 학생들이 가장 쓰기 편하게 생각하는 공책을 골라냈다. 결국 공책의 줄 간격은 학생들이 쓴 글자 크기와 자연스런 줄 간격의 평균값으로 정해졌다. 공책은 쓰임에 따라 줄의 특징이 다르다. 영어 공책은 알파벳을 높이에 맞춰 쓸 수 있게 네 줄이, 음악 공책은 음표를 그릴 수 있게 다섯 줄이 그려져 있다. 한자의 뜻과 음을 적는 공간을 따로 둔 한자 공책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줄이 없는 연습장도 있다.

16등분한 종이 쓰는 이유

책상에는 크기가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다. 교과서, 단행본, 참고서 등 크기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 옆에 꽂아둔 공책은 크기가 대부분 비슷하다. 공책의 크기는 대체 어떻게 정하는 걸까? 학교나 회사에서 가장 많이 쓰는 종이는 A4 용지다. 그런데도 공책은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16절지라고 불리는 용지를 쓴다. 16절지는 16등분으로 자른 종이라는 뜻이다. 16절 공책을 가로세로 4권씩 총 16권을 나란히 놓으면 전지 크기가 된다. 대형 벽보로 쓰는 ‘46전지’다. 너비가 788mm, 길이가 1,090mm로 일본에서 쓰는 규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 공책은 주로 16절지를 이용해 만든다. 16절지는 전지를 16등분한 종이라는 뜻이다.
2 용지의 크기에 따라 사용 용도도 달라진다(46전지의 경우).용지 크기의 기준 중 하나인 46전지는 너비가 788mm, 길이가 1,090mm로 일본에서 쓰는 규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9세기 후반 일본은 서양에서 인쇄기를 들여왔다. 인쇄기에 맞춘 종이 크기가 바로 전지다. 완전히 펼친 신문지는 전지를 2등분한 2절지에 해당한다. 미술시간에 쓰는 4절지나 8절지는 전지를 4등분 또는 8등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책은 전지를 16등분한 크기로, 신문지를 3번 접은 크기와 같다. 최근에는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운, 20절 크기의 공책도 많이 쓰인다. 32절 공책도 있는데, 단어장처럼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다. 대학교에서는 A4 용지 크기의 공책을 많이 쓴다. A4 크기로 된 자료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공책에 자료 문서를 붙이기 쉽고, 필요할 때면 공책을 찢어 바로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46전지보다 약간 작은 ‘B전지’(743×1,050mm)를 16등분한 공책도 많이 쓰인다.
공책의 크기를 살피다 보니 자연스레 공책의 무게도 궁금하다. 종이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종이 한 장의 무게를 재기보다는 1m2 넓이의 종이를 기준으로 무게를 따진다. 16절 공책은 1장의 넓이가 535.84cm2(=19.7×27.2)이다. 18장 정도를 합쳐야 1m2 넓이가 나온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장 많이 쓰는 공책에는 1m2당 무게가 75g인 종이가 주로 쓰인다. 대학생들이 많이 쓰는 공책에는 1m2당 무게가 85g이 넘는 종이가 들어간다. 공책을 무거운 종이로 만들면 종이조직이 촘촘해 글씨가 빠르게 잘 써진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기능성을 강조한 공책 제품의 예.
1m2당 무게가 70g인 종이를 쓰는 공책도 있다. 스프링으로 묶인 연습장이 대표적이다. 만화책에도 같은 무게의 종이를 쓴다. 만화책에 쓰는 종이는 종이조직이 엉성해 무게는 가벼워도 두께가 두껍다. 인쇄 잉크가 빠르게 마른다는 장점이 있다.
공책은 공부하는 학생에게 오래도록 함께할 친구와 같다. 필기를 할 때나 집에 와서 복습할 때 그리고 과제를 할 때도 공책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오래 보는 만큼 종이의 색은 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종이의 색이 밝으면 화사하고 글자가 눈에 잘 띄는 장점이 있지만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공책 회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이 색을 조사한 결과, 학년이 낮을수록 밝은 색의 종이를 좋아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은은한 색의 종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의 공책은 A4 용지처럼 밝은 종이는 쓰지 않는다. 눈이 편하게 느끼는 색이 옅게 들어간 종이가 많이 쓰인다.
공책은 움직이는 가방 안에서 모서리가 쉽게 구겨진다. 공책을 오래 쓰면 끝이 조금씩 닳기도 한다. 아예 처음부터 공책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공책이 나오는 이유다.

바인더 공책의 구멍은 몇 개일까?

공책에 문제를 풀다가 전체적으로 잘못 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적고 있던 쪽을 찢어버리고 싶다. 조심하면서 종이를 찢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다른 한 쪽이 같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가운데를 실로 묶어 만든 공책이라면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공책을 만들 때 8절지의 가운데를 실로 묶어 만드는 것은 가장 쉬운 제본 방식이다. 실 대신 스테이플러로 철심을 찍는 방식(중철 제본)도 간편하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공책에는 이렇게 실이나 철심으로만 묶어 만든 공책이 드물다. 8절지의 가운데를 접긴 하지만 실 대신 접착제를 바르는 무선 제본 방식이 많이 쓰인다. 한 장을 찢어도 반대쪽 장이 접착제로 붙어 있어 떨어지지 않는다.
공책 제본의 다양한 방식. 1) 실 제본, 2) 중철 제본, 3) 무선 제본, 4) 양장 제본, 5) 스프링 제본
공책이 아니라 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은 한 쪽을 찢을 일이 없기 때문에 실로 묶고 접착제까지 바르는 양장 제본을 많이 쓴다. 양장 제본은 종이를 묶는 가장 튼튼한 방식이다. 공책을 쓰다가 필요 없는 부분을 찢을 일이 많다면 스프링으로 제본한 공책이 좋다. 이 공책은 종이가 한 장씩 따로 묶여 있다. 공책을 반으로 접어 쓰기에도 편해 책상 위의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스프링 공책은 종이의 왼쪽이나 위쪽에 작은 구멍을 뚫고 스프링을 끼워 만든다. 스프링 지름의 크기는 1cm에서 수cm로 종이의 매수에 따라 다르다. 묶을 종이가 많으면 당연히 지름이 큰 링을 쓴다. 하지만 스프링 지름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종이를 지름의 크기만큼 많이 묶어 공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종이를 편하게 넘기기 위한 공간의 여유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프링 공책을 만들 때는 종이의 매수를 먼저 정해 놓고 종이를 쉽게 넘길 수 있도록 스프링 지름의 크기를 결정한다.
원링 방식(왼쪽)과 트윈링 방식(오른쪽). 나선형 스프링을 한쪽 끝에서 돌려 만드는 원링 방식에 비해 트윈 방식은 각 구멍의 위아래에서 맞물리게 끼워 고정하므로, 종이를 쉽게 펼치고 넘길 수 있다.
최근 스프링 공책에는 스프링 2개가 한 쌍을 이루는 트윈 스프링이 많이 쓰인다. 스프링이 1개인 공책은 나선형 스프링을 한쪽 끝에서 돌려 만들기 때문에 스프링이 조금 기울어 있다. 공책을 펼쳐 두면 좌우 구멍의 위치가 삐뚤어 공책을 펼치거나 넘길 때 부드럽지 않다. 트윈 스프링을 쓴 공책은 한쪽 입을 벌린 스프링을 각 구멍의 위아래에서 단번에 맞물리게 끼워 만든다. 공책을 펼치면 좌우 구멍이 언제나 평행해 종이를 쉽게 펼치고 넘길 수 있다.
바인더 공책은 필요에 따라 원하는 종이를 뺐다가 다시 끼워 넣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공책은 종이를 한 번 찢으면 복구할 수 없다. 바인더 공책은 다르다. 필요에 따라 원하는 종이를 뺐다가 다시 끼워 넣을 수 있고, 중간에 새로운 종이를 끼워 넣을 수도 있다. 바인더는 종이에 구멍을 뚫는 개수가 2개나 3개에서 26개까지 다양하다. 바인더의 지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한 번에 수백 장의 종이를 묶을 수 있다. 다만 바인더에 맞게 구멍이 뚫린 종이를 쓰지 않으면 매번 구멍의 위치에 맞춰 종이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럼 공책 한 권에는 몇 장의 종이가 들어 있을까? 종이의 매수는 공책의 크기를 정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전지를 3번 접으면 8절 크기의 용지 8(=23)장이 나온다. 이것을 한 꼭지라고 하는데, 한 꼭지의 가운데를 살짝 접어서 묶으면 16절로 된 16장짜리 공책을 만들 수 있다. 두 꼭지를 묶으면 32장, 세 꼭지를 묶으면 48장이 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공책은 24장인 경우가 많다. 대학생은 필기할 것이 많기 때문에 40장짜리 공책을 많이 쓴다.
물론 종이를 한 장 한 장 모아 만든 공책은 종이 매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스프링 공책이나 접착제로만 붙여 만든 공책은 가격에 따라 매수를 정한다. 적게는 45장에서, 많게는 130장을 넘기도 한다. 다만 스프링 공책에 종이의 매수가 너무 많으면 공책을 좌우로 넓게 펼치기 힘들다.

수학동아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