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사라진 사각형

사라진 사각형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다음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위쪽의 직각삼각형을 네 조각으로 분할하여 아래쪽과 같이 다시 맞추었더니 놀랍게도 작은 구멍이 생겼다. 분할했던 조각을 다시 맞춘 것이니 넓이가 달라질 리가 없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라진 사각형 이미지 1

사각형은 어디로 갔을까?

이 재미있는 볼 거리는 미국의 아마추어 마술사 폴 커리(Paul Curry)가 1953년에 발표한 것으로, 실은 아주 간단한 속임수를 이용한 것이다. 위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위쪽 직각삼각형의 빗변은 직선이 아니라 살짝 오목한 형태이고, 아래쪽 구멍난 직각삼각형의 빗변은 살짝 볼록한 형태이다. 그러니까 구멍난 것처럼 보이는 정사각형 하나만큼의 넓이가 오목했던 빗변 쪽에 더해져 직각삼각형을 볼록하게 한 것이다. 이해가 안 된다면, 빨간 삼각형과 파란 삼각형이 만나는 지점이 두 그림에서 어떤 지점에 있는지를 살펴보라. 다음 그림은 위아래 두 그림을 겹쳐서 빨간 삼각형과 파란 삼각형이 만나는 지점을 나타낸 것이다.
사라진 사각형 이미지 2
실제로 각 조각의 기울기를 구해 보면 이 마술의 속임수는 더욱 분명해진다. 온전한 직각삼각형으로 생각할 때 13칸, 세로로 5칸이니까 빗변의 기울기는 5/13처럼 보인다. 이제 위쪽 그림에서 빗변의 아래쪽 부분 기울기를 구해 보면 3/8이고 빗변의 위쪽 부분 기울기를 구해 보면 2/5이다. 그러면 3/8 < 5/13 < 2/5이므로 직각삼각형의 빗변처럼 보이는 부분이 실제 빗변보다 약간 아래로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래쪽 그림에서는 2/5 > 5/13 > 3/8이므로 실제 빗변보다 약간 튀어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울기의 차이를 구해 보면 5/13 - 3/8 = 1/104, 2/5 - 5/13 = 1/65, 2/5 – 3/8 = 1/40이므로, 언뜻 보면 마치 하나의 선분처럼 보일 정도로 그 차이가 작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3, 5, 8, 13이라는 수 사이에 2×8-3×5=1, 3×13-5×8=-1이라는 성질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

알고보면 뻔한 속임수지만, 그림이 워낙 그럴듯해서 인터넷 세상에서 많은 인기를 끈 것도 이해가 된다. 이 마술은 삼각형의 크기를 바꾸어 만들 수도 있지만, 원작처럼 그럴듯하게 만들려면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원작의 경우, 2, 3, 5, 8, 13이 바로 피보나치 수열이었다. 3, 5, 8, 13, 21로 만들면, 삼각형의 기울기가 되는 세 분수인 3/8, 5/13, 8/21이 모두 비슷한 크기가 된다. 다만, 이 경우 속임수는 더 그럴듯하지만 사라지는 정사각형이 상대적으로 작아 충격(?)이 덜하다. 그러니까 원작의 2, 3, 5, 8, 13은 마술의 효과 면에서 적절하면서, 속임수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성질은 피보나치 수열의 특징으로, 연속된 네 피보나치 수열 Fn, F(n+1), F(n+2), F(n+3)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성질이 성립한다.
사라진 사각형 이미지 3
피보나치 수열의 특징을 이용한 마술로는 다음과 같은 것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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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65인 직사각형을 네 조각으로 나누었다 재조합하니 8×8=64가 되는 놀라운 마술이다. 이 마술도 두 기울기 2/5와 3/8이 비슷한 크기라는 사실을 이용한 것으로, 피보나치 수열의 특징인 다음 등식을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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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 분할의 역설

위의 예와 같이, 어떤 도형을 분할했다가 다시 조합했을 때 넓이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도형 분할의 역설(dissection paradox)이라 한다. 이런 역설의 원리는 기울기가 비슷한 삼각형을 이용하거나,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을 이용하는 등, 눈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는 작은 차이가 있는 도형을 이용한다.
최근에 인터넷에 떠돌던 다음 그림도 비슷한 원리이다. 여기서는 11/10과 1/1이 비슷한 기울기라는 사실을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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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릭의 퍼즐 마술

이런 종류의 마술 가운데 아마 가장 극적인 것으로는 몇 년 전에 설날 특집 방송에서 일본의 마술사 Mr. 마릭이 선보인 퍼즐 마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마술은 다음 그림처럼 여덟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직사각형의 크기를 바꾸지 않으면서 9번 조각과 10번 조각을 집어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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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제는 앞서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한 마술과 같은 원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9번 조각은 다음과 같이 넣으면 된다. 먼저 2번과 3번 사이에 9번 조각을 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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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3번 조각을 위로 옮긴 다음, 5번과 6번 조각을 1번 조각 왼쪽에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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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의 조각들을 아래로 미끄러지게 옮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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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마술을 보면 그 원리를 알아내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어서, 이 마술이 방송되었을 때에도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 마술의 속임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여러 의견 가운데 조각이 뚜껑처럼 생겨서, 마술사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9번 조각을 덮어버렸다는 것도 있었는데, 기발한 의견이기는 하지만 이 마술의 수학적 원리는 물론이고 조각의 개수가 그대로라는 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오답이었다.
아직도 속임수가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격자를 덧붙여 조각을 그리면 다음과 같다. 언뜻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1번 조각의 왼쪽 길이에 비해 5번 조각의 왼쪽 길이가 조금 더 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직사각형의 가로가 그대로이니 세로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5번 조각의 왼쪽 길이가 1번 조각의 왼쪽 길이와 같다면, 1번 조각과 5번 조각을 잇는 비스듬한 선의 기울기는 1/4일 것인데 이 값은 실제 기울기인 2/7에 가까운 값이어서, 여기에 눈속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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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Mr. 마릭은 이 마술에 대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라는 식으로 소개하였는데, 사실 이 마술 도구는 마술 도구점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어서 Mr. 마릭의 소개는 허풍이 심하였다. 7번 조각과 8번 조각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도 두 조각이 분리되어 있는 것도 조각 10개를 넣을 상자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10번 조각을 넣는 방법을 설명할 차례인데, 여기서는 비밀로 해 두자. 마술의 전모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니까.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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