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7일 수요일

나폴레옹의 수학 문제

나폴레옹의 문제 자 없이 작도하기 흔히 작도란,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이용한 작도를 말한다. 그런데 만일 자가 없이도 작도가 가능할까?<br>반대로 컴퍼스 없는 작도도 가능할까?

수학의 역사에는 수학자가 아니면서도 수학과 관련하여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최고위급(?)은 아마도 나폴레옹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의 황제였던 바로 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말이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의 수학 문제

나폴레옹의 이름이 붙은 것으로는 나폴레옹의 정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작도와 관련된 “나폴레옹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네이버 수학산책에서 몇 차례 작도를 주제로 다루면서 설명했지만, 수학에서 말하는 작도란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이용하여 특정한 도형을 그리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들이 왜 이 두 가지 도구만을 사용한 작도를 생각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두 도구가 작도의 관점에서는 거의 최소한의 도구인 셈이니 마치 결벽증이나 완벽주의 같은 느낌도 받게 된다.
나폴레옹 다비드의 그림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두 도구 중 하나만으로도 작도할 수 있는 도형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자 없이 컴퍼스만으로 직선을 그을 수 없고, 컴퍼스 없이 자만으로 원을 그릴 수는 없다. 따라서 컴퍼스만으로 작도한 경우, 두 점을 작도하면 직선은 결정된 것으로 보며, 자만으로 작도한 경우, 중심과 반지름만 주면 원은 작도한 것으로 본다. 즉, 필요한 점을 찾은 다음, 자나 컴퍼스의 어느 하나는 마지막 순간에만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퍼스만으로 주어진 각을 이등분하는 문제라면, 컴퍼스만 써서 각의 이등분선 위의 한 점을 작도하면, 각의 이등분을 작도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런 종류의 문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나폴레옹의 문제”다.
주어진 원에 내접하는 정사각형을 컴퍼스만 써서 작도하여라

앞서 말했듯이 컴퍼스로 직선을 그릴 수는 없으므로, 원 위에 정사각형의 네 꼭짓점을 컴퍼스만으로 찾으라는 문제를 뜻한다. 이 때, 원의 중심은 이미 아는 것으로 본다. 자와 컴퍼스를 모두 쓸 수 있다면 직각을 만들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컴퍼스만으로 푸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아래에 답을 실어 두었는데, 답을 보지 않고 독자들도 한 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자 없이 컴퍼스 만으로도 작도가 될까? - 나폴레옹에 헌정된 마스케로니 정리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로 할 수 있는 작도는 모두 컴퍼스만으로 할 수 있음이 알려져 있다. 이 때도, 직선을 결정하는 두 점을 찾으면 선분을 긋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 결과는 이탈리아 수학자 로렌초 마스케로니(LorenzoMascheroni, 1750-1800)가 발견하였다. 나폴레옹의 신봉자였던 마스케로니는, 1796년 고국 이탈리아에 주둔한 나폴레옹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이듬해 『Geometria del Compasso (컴퍼스의 기하학)』을 써서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로 작도할 수 있는 것은 컴퍼스만으로도 작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긴 송시를 덧붙여 나폴레옹에게 헌정했다. 이후 이 정리는 마스케로니 정리로 알려진다.
예를 들어, 두 점을 잇는 선분을 이등분하는 점도 컴퍼스만으로 작도 가능하다. 먼저, 자와 컴퍼스를 모두 쓸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등분점을 찾을 수 있다.
나폴레옹의 문제 이미지 1
그렇지만 자를 쓸 수 없다면 이 작도는 다음과 같이 대단히 복잡해진다. 도구가 하나 줄었으니 복잡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의 문제 이미지 2
점 M이 선분 AB의 이등분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논증기하의 좋은 연습문제이므로 도전 문제로 남긴다. (수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독자를 못살게 구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수학을 사랑한 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수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을 우대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몽주의 정리 및 몽주-앙페르 방정식으로 유명한 몽주(Gaspard Monge, 1746-1818)는 나폴레옹과 평생 친구로 지냈으며, 푸리에(Joseph Fourier, 1768-1830)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이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라그랑주(Lagrange, 1736-1813)나 라플라스(Laplace, 1749-1827)와도 교류했는데, 훗날 이들을 백작으로 삼기도 하며, 독일을 침공할 때도 가우스(Gauss, 1777-1855)가 사는 마을은 공격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라플라스의 회고에 따르면, 1797년 어느 날, 라그랑주, 라플라스와 얘기하던 나폴레옹이 전혀 새로운 마스케로니 작도의 해법을 얘기하여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정치적 야심이 있었고 실제로도 잠깐이지만 내무부 장관에도 올랐던 라플라스의 말인지라 어느 정도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폴레옹이 수학에 — 특히 군사적 가치가 있는 기하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상당한 소질도 있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프랑스 수학계에 마스케로니 작도를 소개한 것도 사실상 나폴레옹이니, 마스케로니의 문제 중에 나폴레옹의 이름이 붙은 문제가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하겠다.

자 없는 작도에 관한 사실을 마스케로니보다 더 먼저 발견한 모르

넘어가기 전에 여기서 모르(Mohr)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마스케로니의 정리를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은 사실 마스케로니가 아니라 덴마크의 수학자인 예르겐 모르(Jørgen Mohr, 1640-1697)다. 마스케로니보다 125년이나 앞선 1672년에 쓴 책 『Eucildes Danicus(덴마크의 유클리드)』에 마스케로니와 거의 같은 결과를 실어 놓았다. 그렇다면 마스케로니가 모르의 결과를 표절한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모르는 동시대의 위대한 수학자 라이프니츠(Leibniz, 1646-1716)의 편지에 한 번 언급될 뿐, 알려져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니 마스케로니가 자신의 책 서문에 “이와 같은 종류의 연구는 본 적이 없다”고 쓴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그야말로 모르는 아무도 모르는 수학자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모르가 자신의 책을 당시의 학술어인 라틴어가 아닌 덴마크 어와 네덜란드 어로 썼던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모르의 책은 1928년에 덴마크의 어느 헌책방에서 발견될 때까지 그런 책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모르-마스케로니 정리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컴퍼스 없는 작도도 가능할까? 퐁슬레-슈타이너정리

모르-마스케로니 정리와 반대로, 컴퍼스 없이 자만으로 하는 작도를 생각해 보자. 물론 이 경우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눈금 없는 자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을 긋는 것뿐이니 말이다. 실제로 직선만으로는 ‘사칙연산’만을 할 수 있을 뿐, 제곱근은 작도할 수 없다. 따라서 자만으로 작도하면 유리수만 작도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심을 표시한 원을 하나만 주면, 자와 컴퍼스로 할 수 있는 보통의 작도를 모두 컴퍼스 없이 자만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자로 곡선을 그릴 수는 없으므로, 중심과 반지름만 있으면 원은 결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튼 애초에 아무렇게나 원을 하나 그려 놓기만 하면, 자만으로 모든 작도를 다 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 놀랍게도, 완전한 원이 주어질 필요도 없고, 원의 일부분인 작은 호만 주어져도 충분하다. 이 정리를 처음 예상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장-빅토르 퐁슬레(Jean-VictorPoncelet, 1788-1867)였고, 1833년 스위스의 야콥 슈타이너(Jakob Steiner, 1796-1863)가 증명에 성공하였다.
나폴레옹 문제의 해답
처음에 제시했던 나폴레옹 문제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나폴레옹의 문제 이미지 3
네이버캐스트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