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GPS의 위치는 시계가 결정한다

GPS의 위치는 시계가 결정한다. 빛의 과학 (4) 시간과 공간

사람들 등에 빨간 핀이라도 꽃은 걸까? GPS는 내 위치를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찾아낼까? <출처: Arambar at wiki.org>
현대 사회는 시계와 함께 돌아간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버스, 기차, 비행기 모두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평소에는 일 분 일 초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일을 할 때면, 단 일 초의 차이도 크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귀성 기차표 예매나 주식 거래를 할 때면 만분의 일 초 차이로도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속 장소에 시간 맞춰 가야 할 때만 시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지구 반대편 미국이나 유럽의 거래처 사람과도 실시간 화상통화를 하기 위해 시간을 맞춘다.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같은 시계에 묶여 생활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 세계의 휴대전화 기지국은 국제협정시(CoordinatedUniversal TimeUTC)에 동기화되어 있고, 사람들이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의 시간은 휴대전화 기지국의 시계에 맞춰져 있다. 전 세계의 시계는 모두 국제원자시와 윤초 보정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국제협정시에 동기화되어 움직이고 있다.

GPS의 핵심은 시간, 모든 시계는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

지구상 어디에서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고 한다. 범지구 위치결정 시스템인 GPS는 본래 1970년대 군사적 이용을 염두에 두고 미국 국방성에서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개발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GPS 인공위성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수신기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당초 GPS는 지상에서 약 2만 킬로미터 떨어진 원 궤도를 하루에 2번 공전하는 24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됐지만, 현재 운영되는 인공위성은 보조 위성을 포함하여 30여 개나 된다. 노후 위성의 교체와 새로운 위성 발사 등의 유지와 연구개발에 매년 1조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는 GPS 시스템을 전 세계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데는 1983년 구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 007 사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KAL 007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당시 개발 중이던 GPS 시스템이 완성되면 GPS 신호를 민간인에게도 개방할 것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지구 주위를 6개의 궤도로 나눠, 각 궤도당 4개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총 24개의 위성이 공전하고 있다. <출처: El pak at wiki.org>
GPS의 핵심은 시간이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원자시계는 모두 같은 시간에 맞춰져 있고 지상의 국제협정시와도 동기화되어 있다. 정해진 원 궤도를 일정하게 공전하는 인공위성은 GPS 신호에 자신의 위치와 시간을 담아 전자기파 형태로 지상에 보낸다. 전자기파는 빛과 속력이 같고 진공 상태에서 항상 일정한 속력으로 전파된다. 따라서 GPS 신호의 발신 시간과 수신 시간을 알면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번 인공위성의 위치와 발신 시간이 담긴 정보가 포함된 신호를 GPS 수신기가 받은 수신 시간이 정해지면, 1번 인공위성과 수신기의 거리는 발신-수신 시간의 차이에 빛의 속력을 곱해서 구할 수 있다. 2번 인공위성의 위치와 시간을 수신하면 2번 위성과 수신기의 거리를 알게 되고, 마찬가지로 3번 위성과의 거리도 정확히 알 수 있다. 지구를 둘러싼 공간에서 각 인공위성의 위치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의 원을 그리면, 세 개의 원이 만드는 교점이 두 개가 생기는데, 이 중 하나가 지표면 근처에 있게 된다. 지상에서 지형을 측량할 때 쓰는 삼각측량법과 같은 원리다.
GPS가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 <출처: GIS Commons>
만일 인공위성의 시간과 GPS 수신기의 시간이 모두 정확히 동기화 되어있고, GPS 신호가 주변 환경의 방해 없이 정확히 도달했다면 1, 2, 3번 위성에서 전달된 3개의 신호만으로도 충분히 위치를 결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GPS 수신기의 시간이 정확히 동기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공위성으로부터 GPS 신호를 받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러 개의 GPS 위성에서 지속적으로 보내는 신호를 받은 지상의 GPS 수신기는 자신의 위치와 더불어 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장착된 GPS 수신기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은 모두 GPS 시스템의 시간 덕분이다.

그런데 움직이는 시계가 느려진다면, 인공위성의 시계도...

빛의 속력은 초속 30만 킬로미터다. 빛의 속력에 시간 차이를 곱해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을 쓰기 때문에 비록 작은 값이라도 시간에 오차가 생기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 분의 1 초만큼 오차가 나면 측정 거리는 0.3 킬로미터, 즉 300 미터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GPS 위성의 원자시계는 10억 분의 1 초 이내로 정확도를 유지하도록 고안되었다. 거리로 환산하면 30센티미터다. 이 길이가 GPS를 이용해 위치를 측정할 때 측정된 위치의 정확도를 의미한다.
앞선 글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간다]에서 언급한 대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간다. 지상 2만 킬로미터 고도에서 공전 주기 12시간으로 움직이는 GPS 위성의 속력은 초속 3900미터에 달한다. 지표면의 GPS 수신기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GPS 위성에 있는 시계는,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라 계산해보면 하루에 약 100만분의 7초 정도씩 느려진다. 만일 GPS 시계의 시간을 그대로 쓴다면 매일 2.1킬로미터씩 오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인공위성의 움직임에 대한 상대적인 오차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인공위성의 시간은 실제 느리게 가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100만 분의 7초가 아니고 100만 분의 38초나 빨리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빠른 공전에 의한 속력 효과보다 지구 중력에 의한 감속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중력에 의해 시간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과연 중력과 시간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중력과 등가원리인 가속하는 엘리베이터로 시간과 중력을 알아보자

앞선 글 [달이 지구를 향해 떨어진다고?]에서 저울판을 이용한 중력 측정을 설명했다. 사과의 무게를 재기 위해 저울판 위에 사과를 얹어 놓으면, 중력과 저울판의 힘의 합은 정확히 “0”이 되고, 저울판의 힘 덕분에 사과는 정지 상태로 있다. 다시 말하면 저울판 위에 정지한 물체의 무게는 중력을 의미한다. 엘리베이터에 저울을 놓고 사과의 무게를 잰다. 지상에 정지한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측정된 사과의 무게는 지구의 중력가속도와 사과의 질량을 곱한 값이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을 하면 중력에 엘리베이터의 가속도가 더해져, 저울의 사과 무게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무거워질 것이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중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우주 공간에 가져다 놓았다고 가정해 보자. 주변에 당기는 힘이 없기 때문에 저울 위에 놓인 사과에 작용하는 힘은 없다. 따라서 정지한 사과의 무게 또한 “0”이 된다. 여기서 엘리베이터가 지구의 중력가속도와 같은 가속도로 움직인다면, 사과도 엘리베이터와 같은 가속도로 운동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저울이 사과에 가한 힘은 지구 상의 사과 무게와 같아야 한다. 따라서 저울의 눈금은 지구 상의 사과 무게와 같은 숫자를 가리키게 될 것이다.
엘리베이터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관측자 입장에서는, 사과와 저울이 주고 받는 힘의 크기, 즉 저울 눈금이 유일한 측정 결과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관측자는 지구 상에 정지한 엘리베이터와 지구의 중력가속도와 같은 크기로 가속하는 엘리베이터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가속하는 비관성계와 중력의 관계를 등가원리로 설명하였다.
(왼쪽) 지구의 중력가속도 g와 같은 크기로 위로 가속운동을 하는 엘리베이터, (오른쪽) 지구 위에 놓여져 크기 g의 중력이 작용하는 엘리베이터

빛은 중력장에서 휘어진다

앞선 글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게 간다]에서 관측자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빛으로 가는 시계를 통해 생각해 봤다.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시간과 빛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일정하게 가속하는 비관성계에서 빛의 움직임을 생각해 보자. 빛은 관성계에서 항상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반사를 해서 방향을 바꾸는 경우를 제외하면 속도의 변화가 없다. 예를 들어, 가속하는 로켓을 생각하자.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는 로켓에 수평 방향으로 빛을 쏘면, 로켓 밖에 있는 관성계의 관측자가 보는 빛의 경로는 수평 방향으로 직선 경로를 그린다. 로켓의 반대편에 부딪힌 빛은 처음 입사된 위치보다 가속해서 움직인 만큼 아래 부분에 도달하게 된다.
관성계에서 직선으로 움직인 빛의 경로를 가속하는 비관성계, 즉, 로켓 내부에 있는 관측자가 볼 때는, 입사된 빛의 위치와 반대편에 도달한 위치의 높이 차이 만큼 빛의 경로가 휘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 빛의 경로는 직선이 아니라 가속 운동 때문에 포물선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난다. 가속하는 로켓에서 휘어진 빛의 경로를 중력장에 정지해 있는 로켓에 적용해 보면,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중력의 방향으로 빛이 휘어짐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왼쪽) 가속 운동을 하는 로켓에서 내부 관측자가 빛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오른쪽) 중력장에 있는 정지한 로켓 내부의 관측자가 빛의 움직임을 보았을 때,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은 가속하는 비관성계다.
앞선 글 [원심력은 가짜 힘]에서 살펴본 대로 뉴턴의 ‘관성기준계’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공간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빛이 휘어진다 해도 빛의 절대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도 빛은 여전히 직선으로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공간 자체가 휘어져 있어 직진하는 빛이 휘어진 것처럼 관측되는 것일 뿐이다.

중력이 강하면 시간은 느려지고, 약하면 빨라진다

휘어져 가는 빛 만큼이나 중력과 시간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중력에 의해 시간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기 위해, 가속하는 로켓 안에 있는 두 개의 시계를 비교해 본다. 똑같은 원자시계를 로켓의 앞쪽에 시계 A, 그리고 뒤쪽에 시계 B를 매달아 놓고, 매 초마다 다른 쪽에 있는 시계를 향해 불빛 신호를 보내도록 만든다. 로켓이 가속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는 시계 A에서 B로 보낸 신호의 간격과 B에서 A로 보낸 신호의 간격이 정확히 일치한다. 두 시계 A, B는 동기화된 상태에 있다.
가속하는 로켓 안의 두 시계
이제 로켓을 시계 A 방향으로 가속한다고 하자. 시계 A에서 신호를 보내는 순간 로켓의 속력과 같이 움직이는 관성계에서 보면, 시계 B를 향해 움직이는 신호는 빛의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고 동시에 시계 B는 가속운동을 하는 로켓과 더불어 A에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A에서 B로 움직이는 신호가 로켓이 등속운동을 할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도착하게 된다. 시계 B의 입장에서는 시계 A의 1초가 더 짧게 측정되는 것이다. 반대로 시계 B에서 떠난 신호는 시계 A에 도착하는 시간이 지연되어 시계 A에서 측정된 시계 B의 1초는 더 길어진다. 결과적으로 시계 A의 시간은 시계 B보다 빨리 간다. 가속하는 로켓의 앞쪽 시계가 뒤쪽 시계보다 빨리 간다는 것은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중력 방향 쪽의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는 것과 같다. 중력에 의해 시간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표면보다 중력이 약한 하늘 위 인공위성 시계는 빨리 간다.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효과를 계산해 보면, GPS 인공위성이 위치한 고도의 중력이 지표면의 중력보다 작아서 하루에 약 100만분의 45초 정도 빨라진다.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특수상대성 효과보다 중력의 효과가 크게 작용해서 특수상대성과 일반상대성 효과를 모두 합해 매일 100만분의 38초의 차이가 생긴다. GPS 위성에서 상대론적인 효과는 GPS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시험을 거쳐 확인되었고, 상대론적인 차이는 위성에 탑재되는 원자시계에 이미 보정되었다. 실제로 위성의 원자시계의 시간 간격은 지상에서 발사하기 전에 매일 100만분의 38초씩 느리게 가도록 맞추어 궤도에 올린다.
지구 중력에 의해 인공위성의 시간은 빨라진다.
GPS 인공위성과 지상의 수신기 간의 중력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하루에 1만분의 1초보다 작은 차이는 사실상 27년에 1초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보다 중력이 훨씬 큰 별에서는 시간의 효과가 매우 커진다. 예를 들어, 중성자별의 표면에서 중력의 크기는 지구 중력의 10배에 달해서 시간이 매우 느려지고 빛이 휘는 정도도 커진다. 중성자별보다 중력이 더 커지면 블랙홀이 되는데,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거의 정지하게 되고 빛도 휘어지는 정도가 심해 빠져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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