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6일 금요일

"논리적 칭찬으로 자존심 강한 아이 불편함 덜어줘야"


못하는 것은 안 하려는 아이
“과하게 칭찬해 주세요. 약간은 호들갑스러워도 좋습니다.”
얼마 전 “(자녀가) 못하는 건 안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학부모에 대한 필자의 대답이었다.
칭찬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솔루션일 수 있지만, 여기서 방점은 ‘과하게’에 있다. 자신이 잘못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그 이면에는 자녀가 자존심이 강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유에는 성격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과거에 못했기 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경험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못한다는 것이 주는 ‘불편함’을 자녀가 싫어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주 조금만 잘해도 정말 잘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에도 정말 수학을 하기 싫어하고 하지 않던 학생을 만났던 적이 있다. 이 학생도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 그래서 자꾸 못하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수학책을 펴서 보니 많이 깨끗했다. 채점도 안 돼 있었다. 틀렸다는 표시를 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 한 페이지는 채점이 잘 되어 있었고, 맞았다는 동그라미가 참 잘 쳐져 있었다. 우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10분 가량 칭찬했다.
칭찬은 논리정연해야만 한다. 무조건 감성적으로만 칭찬하면 상대가 자신에게 아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시 그 학생에게 했던 칭찬은 3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근거를 명확히 하려고 했다.
첫째는 공부 의지를 갖고 채점을 했다는 것. 둘째는 문제 난이도가 중간단계의 이상이었다는 것. 셋째는 풀이과정이 깨끗하고 수학논리에 적합하게 잘 쓰여 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 학생은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 학생은 감화돼 갔다. 수학 전체로 보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수학을 정말 잘하는 아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런 페이지가 조금씩 꾸준하게 늘도록 했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였지만 그다음에는 두 페이지, 네 페이지 등. 이런 식으로 ‘수학을 정말 잘하는 아이’라고 칭찬할 수 있는 페이지들이 늘어가며 아이는 수학을 점점 잘하고 좋아하게 됐다.
이런 방식은 어릴수록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충분히 성장한 아이들에게도 ‘과하게’의 수준이 조절된 칭찬은 나름의 효과가 있다. 칭찬을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기만 한 칭찬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아이들도 무척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무조건 공감하고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하되, 논리적인 칭찬’의 힘을 믿어보자.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천천히 노력하면 아마도 아이는 점점 변해갈 것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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