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의 대진표는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思考)에서 비롯
⊙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 번으로 일반화 … 등비수열을 사용하여 확인 가능
⊙ 월드컵 대진표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공정한 대진표 시스템으로 작성
⊙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 번으로 일반화 … 등비수열을 사용하여 확인 가능
⊙ 월드컵 대진표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공정한 대진표 시스템으로 작성
온 국민을 축구에 열광하게 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 4강 신화 기적 이후 16년이 지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놀라운 기적이 펼쳐지고 있던 2002년 6월의 순간으로 잠시 돌아가 보자.
〈표-1〉은 당시 우리가 속했던 D조 2차전까지의 결과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폴란드에 2대0으로 승리하고 미국과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1승 1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은 명백했지만, 공교롭게도 3차전의 결과로 진출과 탈락이 정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팀이 어떤 순위를 차지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 이것이 리그전이라는 방식이 갖고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 대표팀이 탈락하는 경우의 수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패배 & 미국이 폴란드에 이기거나 비길 경우 = 탈락
ⅱ)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점 차 이상 패배 & 미국이 폴란드에 1점 차 이내 패배 = 탈락
D조 조별리그 3차전의 결과는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에 1대0으로 승리하면서, 미국과 폴란드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1위 진출하여 사상 최초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우리나라 대표팀은 G조 2위였던 이탈리아, B조 1위였던 스페인, E조 1위였던 독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C조 2위였던 터키까지 만나며 4위로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본다. ‘대진운(對陣運)’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당시 많은 사람은 거듭된 축구 강호들을 연거푸 맞닥뜨리는 대표팀에 대진운이 나쁘다고 평했다. 일정 부분 수긍은 할 수 있지만, 이는 가능한 최상의 공정함을 기하는 시스템 속에서 비롯된 결과다. 프로스포츠에서의 대진표는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思考)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설명을 하기에 앞서, 월드컵과 그 진행방식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우선 하고자 한다.
월드컵 : 어떻게 진행되는가?
FIF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세계축구선수권 대회인 월드컵은 본대회에 앞서 각 대륙의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국 32개국을 확정짓는다. 그 후 32개 진출국의 순위를 고려하여 8개 조에 4개국을 각각 배정하고 풀리그 방식으로 각 조의 상위 2개국을 선출하게 된다. 16개국이 남은 시점부터 대회는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변경, 진행하여 준준결승, 준결승, 그리고 결승을 거치며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 1930년 제1회 월드컵 이래 본선 진출국의 수에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일 뿐 조별 풀리그 →토너먼트 방식은 꾸준히 이어진 전통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타 스포츠 종목, 대표적으로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일컬어지는 풋볼, 야구, 농구, 하키 역시 위와 같은 풀리그→토너먼트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어째서 위의 방식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는가? 리그와 토너먼트를 먼저 알아보자.
라운드 로빈 방식 (Round robin)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널리 이용되며 우리에게는 리그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방식이다. 좁게는 각 조, 넓게는 전체 참가팀 간의 공평한 경기 횟수를 거친 후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라운드 로빈이라 일컫는다. 모든 팀과 경기를 진행하므로 객관적 전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하다.
풀리그전의 결과는 주로 도표 방식과 그래프 방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표-2〉는 행의 팀이 열의 팀을 이겼을 경우를 표현한 방식이다. [승리 시 O 패배 시 X]
위 〈표-3〉은 각 팀을 꼭짓점과 중심에 놓고 승리한 팀을 향해 화살표를 그려 표기하는 방식이다.
풀리그전의 경기 수
위의 표에서 보듯이 4명의 선수 혹은 팀(이하 4개의 팀으로 서술)이 참가하여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게 될 시, 전체 경기 수는 4×3/2=6이 된다. 4개의 팀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3팀과 경기를 진행하므로 4×3이지만, 중복되는 경기, 일례로 A팀과 B팀, B팀과 A팀의 경기는 제외해야 하므로 2로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n개의 팀이 풀리그를 진행할 때, 필요한 경기의 수는 nC2=n(n-1)/2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너먼트 방식
토너먼트는 경기를 진행할 시, 승자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 패자는 탈락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현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일정 순위를 선정하고 그 후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토너먼트 방식을 사용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월드컵 역시 16강부터는 승자→진출, 패자→탈락이라는 단판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리그전에 비해 경기의 수가 적기에 단시간에 순위 결정이 가능하고 선수들과 관중들 역시 소수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토너먼트의 경기 수
토너먼트의 경기 수 역시 리그전과 마찬가지로 일반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의할 점은, 참가하는 팀의 수를 n이라 할 때, n = 2a인 경우와 n ≠ 2a일 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ⅰ) n = 2a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 번으로 일반화된다. 이때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 모든 팀이 공평하게 동일한 경기수를 진행하게 되어 부전승(不戰勝)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등비수열을 사용하여 이를 확인해 보자. 예를 들어, 월드컵 16강 토너먼트와 같은 〈표-4〉에서 16강 통과를 위해 16개의 팀은 8경기를 치러야 한다. 계속해서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 4경기, 2경기, 마지막으로 결승에서 1경기를 치러야 우승을 가릴 수 있게 된다. 즉 23+22+21+20=15, 16-1을 확인할 수 있다. 즉, n = 2a의 경우 2∝-1+2∝-2+…+20=2∝-1 이라는 등비수열의 합의 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ⅱ) n ≠ 2a
참가국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닐 경우,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로 위와 동일하지만, 부전승의 경우가 발생하여 공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과 같이 5개 팀이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할 시, 경기 수는 4경기로 고정되지만 조합상의 변동이 발생한다.
어떤 대진이 가장 공평하고 혹은 그렇지 않은가? 전자의 답은 한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후자의 답으로는 대부분 〈표-7〉을 선택할 것이다. 좀 더 일반화시켜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토너먼트 방식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때, 팀은 자연스레 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단계의 최댓값을 l이라 표기하고, 참가하는 팀의 수를 n이라 했을 때, 토너먼트 방식은 n≦2l을 따르게 된다. 토너먼트의 총 경기 수는 (n-1) 이기에, 5개의 팀인 경우 5≦23 혹은 5≦24의 값이 나온다. 위 표에서 〈표-5〉와 〈표-6〉은 3단계를 거치는데 비해, 〈표-7〉은 E팀이 가장 마지막 4단계에서 1경기만을 치르기 때문에 불공평하다. 즉, n≦2l의 l값이 최소일수록 공정한 대진표를 위한 필요조건이 마련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위의 식으로는 상이한 단계를 거치는 대진표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동일한 단계를 거치는 〈표-5〉와 〈표-6〉 중 더 공평한 대진을 찾기에는 불충분하다. 〈표-6〉이 가장 공정한 대진표인 이유는 〈표-5〉 역시 E팀은 한 경기만으로 우승자가 될 수 있는 대진이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의 대진표
이쯤에서, 당신이 다가올 월드컵의 대진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가정을 해 보자. 작성하기에 앞서, 이 대회의 중요도를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월드컵은 하나의 큰 산업이다. 일례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사시킨 대한민국의 한 달여간의 대회 기간 수입은 4700억원, 순이익으로 약 165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문화행사이다. FIFA에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한 인구가 32억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대회에서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초반에 격돌시킬 수 있겠는가? 상당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순위에 산정해 공정한 대진표 작성법을 알아보자.
ⅰ)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 (n = 2a)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는 부전승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팀이 동일한 경기수를 진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6개의 팀이 참가한다는 가정하에 미리 산정한 순위에 기반을 두어 {1,2,3,4,5,6,7,8}, {9,10,11,12,13,14,15,16} 두 집합으로 나누고, 같은 집합에 속한 팀들은 서로 경기를 펼치지 않도록 한다. 다음 라운드인 8강에서는 {1,2,3,4}, {5,6,7,8}, {9,10,11,12}, {13,14,15,16}의 집합으로, 4강전에서는 {1,2}, {3,4}, {5,6}, {7,8}, {9,10}, {11,12}, {13,14}, {15,16}의 세분화 작업을 통해 동일 집합 내 경기를 편성하지 않게 한다. 이를 도식화할 시 〈표-8〉과 같은 대진표가 완성된다.
ⅱ)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닌 경우 (n≠2a)
토너먼트에 출전한 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닌 경우는 위의 방식을 응용하여 부전승을 만들고 팀을 제거하여 대진표를 완성한다. 예를 들어 한국 프로 농구 KBL(Korean Basketball League)은 정규 풀리그 시즌을 보낸 후 6팀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6보다 크고 6에 가장 가까운 2의 거듭제곱인 23=8이다. 위 〈표-9〉는 8명이 참가했을 때의 대진표를 작성한 후 7, 8위를 제거하여 완성한 것이다. 위의 방식을 일반화하면 n개의 팀이 출전할 때, 2∝-1‹ n ‹2∝가 도출된다. 즉, 2∝팀으로 가정하여 대진표를 작성한 후, (n+1)부터 2∝까지 (2∝-n)개의 팀을 제거한다. 수 (2∝-n)는 또한 부전승의 횟수와도 같다.
가장 치열했던 월드컵 조별예선
역사상 가장 흥미로웠던 월드컵 조별예선을 꼽자면 1994년 미국 월드컵 E조를 들 수 있다. 먼저 조별 풀리그는 토너먼트와 달리 녹아웃 제도가 아니기에 승리, 무승부, 패배가 기록되는데, 각각 승점 3점, 1점, 0점이 주어진다. 팀당 3경기를 치른 후 승점에서 가장 앞선 두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되, 승점이 같을 시 득실차→다득점→승자승 →동전 던지기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 득실차 : 조별리그 3경기의 득점수 -실점수가 높은 순
※ 다득점 : 조별리그 3경기에서 넣은 득점수의 총합이 높은 순
※ 승자승 : 위 두 가지 항목이 동일할 시, 팀의 상대 전적을 비교하여 승리한 팀이 더 높은 순
다음 〈표-10〉은 당시 E조에 속해 있던 4개국의 조별리그 결과이다.
멕시코는 이탈리아와 최종전 경기에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역시 최종전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1, 2위로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멕시코와 아일랜드이다. 그렇다면 멕시코와 노르웨이의 E조 최종 승점과 득실차는 어떻게 될까?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칭한다. 예측,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기적 같은 반전을 만들어 내어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반전은 반전 그 자체의 카타르시스를 감소시킨다. 예상할 수 없는 순간을 자아내기 위해 가능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자아내려는 것. 스포츠경기와 그 운영방식은 역설적이기에 그만큼 흥미롭다.
만약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순조롭게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면 지금까지 회자되는 순간으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기억됐을까? 그들은 조별리그 3위를 기록, 와일드카드에서도 마지노선인 4위로 가까스로 본선 진출 후, 16강과 8강, 4강 경기들 모두 힘겹게 2대1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하여 브라질과의 접전 끝에 마지막 끝내기 승부차기에서 패배했기에 아름다운 패자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가 가지는 매력이다.
다가올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현 전력은 강팀으로 분류하기 힘들다. 더욱이 어려운 조편성을 받은 부분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인 FIFA 랭킹을 기준으로 공정한 대진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결과다.
하지만 이렇게 누구나 예측하기 쉬운 조건 속에서 그 조건들을 뒤엎을 때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는가. 다시금 스포츠의 매력에 매료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표-1〉은 당시 우리가 속했던 D조 2차전까지의 결과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폴란드에 2대0으로 승리하고 미국과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1승 1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은 명백했지만, 공교롭게도 3차전의 결과로 진출과 탈락이 정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팀이 어떤 순위를 차지할지를 생각해 보는 것, 이것이 리그전이라는 방식이 갖고 있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 대표팀이 탈락하는 경우의 수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패배 & 미국이 폴란드에 이기거나 비길 경우 = 탈락
ⅱ)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점 차 이상 패배 & 미국이 폴란드에 1점 차 이내 패배 = 탈락
D조 조별리그 3차전의 결과는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에 1대0으로 승리하면서, 미국과 폴란드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조1위 진출하여 사상 최초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후 우리나라 대표팀은 G조 2위였던 이탈리아, B조 1위였던 스페인, E조 1위였던 독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C조 2위였던 터키까지 만나며 4위로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본다. ‘대진운(對陣運)’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당시 많은 사람은 거듭된 축구 강호들을 연거푸 맞닥뜨리는 대표팀에 대진운이 나쁘다고 평했다. 일정 부분 수긍은 할 수 있지만, 이는 가능한 최상의 공정함을 기하는 시스템 속에서 비롯된 결과다. 프로스포츠에서의 대진표는 합리적이고 수학적인 사고(思考)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설명을 하기에 앞서, 월드컵과 그 진행방식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우선 하고자 한다.
월드컵 : 어떻게 진행되는가?
FIF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세계축구선수권 대회인 월드컵은 본대회에 앞서 각 대륙의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국 32개국을 확정짓는다. 그 후 32개 진출국의 순위를 고려하여 8개 조에 4개국을 각각 배정하고 풀리그 방식으로 각 조의 상위 2개국을 선출하게 된다. 16개국이 남은 시점부터 대회는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변경, 진행하여 준준결승, 준결승, 그리고 결승을 거치며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 1930년 제1회 월드컵 이래 본선 진출국의 수에서만 약간의 차이를 보일 뿐 조별 풀리그 →토너먼트 방식은 꾸준히 이어진 전통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타 스포츠 종목, 대표적으로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로 일컬어지는 풋볼, 야구, 농구, 하키 역시 위와 같은 풀리그→토너먼트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어째서 위의 방식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는가? 리그와 토너먼트를 먼저 알아보자.
라운드 로빈 방식 (Round robin)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널리 이용되며 우리에게는 리그전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방식이다. 좁게는 각 조, 넓게는 전체 참가팀 간의 공평한 경기 횟수를 거친 후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라운드 로빈이라 일컫는다. 모든 팀과 경기를 진행하므로 객관적 전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하다.
풀리그전의 결과는 주로 도표 방식과 그래프 방식으로 표기할 수 있다.
〈표-2〉는 행의 팀이 열의 팀을 이겼을 경우를 표현한 방식이다. [승리 시 O 패배 시 X]
위 〈표-3〉은 각 팀을 꼭짓점과 중심에 놓고 승리한 팀을 향해 화살표를 그려 표기하는 방식이다.
풀리그전의 경기 수
위의 표에서 보듯이 4명의 선수 혹은 팀(이하 4개의 팀으로 서술)이 참가하여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하게 될 시, 전체 경기 수는 4×3/2=6이 된다. 4개의 팀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3팀과 경기를 진행하므로 4×3이지만, 중복되는 경기, 일례로 A팀과 B팀, B팀과 A팀의 경기는 제외해야 하므로 2로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n개의 팀이 풀리그를 진행할 때, 필요한 경기의 수는 nC2=n(n-1)/2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너먼트 방식
토너먼트는 경기를 진행할 시, 승자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 패자는 탈락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현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는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일정 순위를 선정하고 그 후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데 토너먼트 방식을 사용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월드컵 역시 16강부터는 승자→진출, 패자→탈락이라는 단판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 리그전에 비해 경기의 수가 적기에 단시간에 순위 결정이 가능하고 선수들과 관중들 역시 소수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토너먼트의 경기 수
토너먼트의 경기 수 역시 리그전과 마찬가지로 일반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의할 점은, 참가하는 팀의 수를 n이라 할 때, n = 2a인 경우와 n ≠ 2a일 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ⅰ) n = 2a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 번으로 일반화된다. 이때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 모든 팀이 공평하게 동일한 경기수를 진행하게 되어 부전승(不戰勝)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등비수열을 사용하여 이를 확인해 보자. 예를 들어, 월드컵 16강 토너먼트와 같은 〈표-4〉에서 16강 통과를 위해 16개의 팀은 8경기를 치러야 한다. 계속해서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 4경기, 2경기, 마지막으로 결승에서 1경기를 치러야 우승을 가릴 수 있게 된다. 즉 23+22+21+20=15, 16-1을 확인할 수 있다. 즉, n = 2a의 경우 2∝-1+2∝-2+…+20=2∝-1 이라는 등비수열의 합의 공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ⅱ) n ≠ 2a
참가국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닐 경우, 토너먼트의 경기 수는 (n-1)로 위와 동일하지만, 부전승의 경우가 발생하여 공평성의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과 같이 5개 팀이 토너먼트 경기에 출전할 시, 경기 수는 4경기로 고정되지만 조합상의 변동이 발생한다.
어떤 대진이 가장 공평하고 혹은 그렇지 않은가? 전자의 답은 한눈에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후자의 답으로는 대부분 〈표-7〉을 선택할 것이다. 좀 더 일반화시켜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토너먼트 방식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때, 팀은 자연스레 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단계의 최댓값을 l이라 표기하고, 참가하는 팀의 수를 n이라 했을 때, 토너먼트 방식은 n≦2l을 따르게 된다. 토너먼트의 총 경기 수는 (n-1) 이기에, 5개의 팀인 경우 5≦23 혹은 5≦24의 값이 나온다. 위 표에서 〈표-5〉와 〈표-6〉은 3단계를 거치는데 비해, 〈표-7〉은 E팀이 가장 마지막 4단계에서 1경기만을 치르기 때문에 불공평하다. 즉, n≦2l의 l값이 최소일수록 공정한 대진표를 위한 필요조건이 마련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위의 식으로는 상이한 단계를 거치는 대진표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동일한 단계를 거치는 〈표-5〉와 〈표-6〉 중 더 공평한 대진을 찾기에는 불충분하다. 〈표-6〉이 가장 공정한 대진표인 이유는 〈표-5〉 역시 E팀은 한 경기만으로 우승자가 될 수 있는 대진이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의 대진표
이쯤에서, 당신이 다가올 월드컵의 대진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는 가정을 해 보자. 작성하기에 앞서, 이 대회의 중요도를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월드컵은 하나의 큰 산업이다. 일례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성사시킨 대한민국의 한 달여간의 대회 기간 수입은 4700억원, 순이익으로 약 165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월드컵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문화행사이다. FIFA에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한 인구가 32억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대회에서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초반에 격돌시킬 수 있겠는가? 상당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순위에 산정해 공정한 대진표 작성법을 알아보자.
ⅰ)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 (n = 2a)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인 경우는 부전승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팀이 동일한 경기수를 진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6개의 팀이 참가한다는 가정하에 미리 산정한 순위에 기반을 두어 {1,2,3,4,5,6,7,8}, {9,10,11,12,13,14,15,16} 두 집합으로 나누고, 같은 집합에 속한 팀들은 서로 경기를 펼치지 않도록 한다. 다음 라운드인 8강에서는 {1,2,3,4}, {5,6,7,8}, {9,10,11,12}, {13,14,15,16}의 집합으로, 4강전에서는 {1,2}, {3,4}, {5,6}, {7,8}, {9,10}, {11,12}, {13,14}, {15,16}의 세분화 작업을 통해 동일 집합 내 경기를 편성하지 않게 한다. 이를 도식화할 시 〈표-8〉과 같은 대진표가 완성된다.
ⅱ) 참가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닌 경우 (n≠2a)
토너먼트에 출전한 팀의 수가 2의 거듭제곱이 아닌 경우는 위의 방식을 응용하여 부전승을 만들고 팀을 제거하여 대진표를 완성한다. 예를 들어 한국 프로 농구 KBL(Korean Basketball League)은 정규 풀리그 시즌을 보낸 후 6팀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6보다 크고 6에 가장 가까운 2의 거듭제곱인 23=8이다. 위 〈표-9〉는 8명이 참가했을 때의 대진표를 작성한 후 7, 8위를 제거하여 완성한 것이다. 위의 방식을 일반화하면 n개의 팀이 출전할 때, 2∝-1‹ n ‹2∝가 도출된다. 즉, 2∝팀으로 가정하여 대진표를 작성한 후, (n+1)부터 2∝까지 (2∝-n)개의 팀을 제거한다. 수 (2∝-n)는 또한 부전승의 횟수와도 같다.
가장 치열했던 월드컵 조별예선
역사상 가장 흥미로웠던 월드컵 조별예선을 꼽자면 1994년 미국 월드컵 E조를 들 수 있다. 먼저 조별 풀리그는 토너먼트와 달리 녹아웃 제도가 아니기에 승리, 무승부, 패배가 기록되는데, 각각 승점 3점, 1점, 0점이 주어진다. 팀당 3경기를 치른 후 승점에서 가장 앞선 두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되, 승점이 같을 시 득실차→다득점→승자승 →동전 던지기 순으로 순위를 가린다.
※ 득실차 : 조별리그 3경기의 득점수 -실점수가 높은 순
※ 다득점 : 조별리그 3경기에서 넣은 득점수의 총합이 높은 순
※ 승자승 : 위 두 가지 항목이 동일할 시, 팀의 상대 전적을 비교하여 승리한 팀이 더 높은 순
다음 〈표-10〉은 당시 E조에 속해 있던 4개국의 조별리그 결과이다.
멕시코는 이탈리아와 최종전 경기에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아일랜드와 노르웨이 역시 최종전에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1, 2위로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멕시코와 아일랜드이다. 그렇다면 멕시코와 노르웨이의 E조 최종 승점과 득실차는 어떻게 될까?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칭한다. 예측,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기적 같은 반전을 만들어 내어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반전은 반전 그 자체의 카타르시스를 감소시킨다. 예상할 수 없는 순간을 자아내기 위해 가능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을 자아내려는 것. 스포츠경기와 그 운영방식은 역설적이기에 그만큼 흥미롭다.
만약 1994 미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순조롭게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면 지금까지 회자되는 순간으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기억됐을까? 그들은 조별리그 3위를 기록, 와일드카드에서도 마지노선인 4위로 가까스로 본선 진출 후, 16강과 8강, 4강 경기들 모두 힘겹게 2대1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하여 브라질과의 접전 끝에 마지막 끝내기 승부차기에서 패배했기에 아름다운 패자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가 가지는 매력이다.
다가올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기다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현 전력은 강팀으로 분류하기 힘들다. 더욱이 어려운 조편성을 받은 부분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인 FIFA 랭킹을 기준으로 공정한 대진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결과다.
하지만 이렇게 누구나 예측하기 쉬운 조건 속에서 그 조건들을 뒤엎을 때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는가. 다시금 스포츠의 매력에 매료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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