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눈 것은 해시계에서 비롯, 원을 10등분 하는 것보다
12등분 하는 것이 더 쉬워
⊙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낮과 밤이라 일컬어지는 시간대 결정
⊙ 브라질과는 12시간 차이, 일주일 전에 선수단 도착해 시차적응 훈련
12등분 하는 것이 더 쉬워
⊙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낮과 밤이라 일컬어지는 시간대 결정
⊙ 브라질과는 12시간 차이, 일주일 전에 선수단 도착해 시차적응 훈련
올림픽이 열릴 즈음이면 필자에게는 잊히지 않고 매번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12년을 거슬러 올라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한국 대 멕시코전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중계방송 도중 한 출연자가 내뱉은 농담조의 질문이다. “왜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새벽에 하죠?” 당시 한국 시각은 새벽 2시30분. 물론 그리스 시각으로는 새벽이 아닌 저녁 8시30분이었다.
모두 가벼이 웃어넘겼지만, 지금 밤잠을 설치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당신. “왜 브라질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새벽에 하죠?” 누군가 당신에게 질문한다면 자신 있게 명쾌한 수학적, 그리고 과학적 해답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이쯤에서 우리도 시간의 차이, 시차(時差)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지구와 태양이 만드는 낮과 밤, 그리고 시차
시간(時間). 이 철학적이고 수학적이며, 과학적이고 문학적인 단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먼저 과학적 도구를 꺼내보자. 익히 알고 있듯 지구의 자전은 남극과 북극을 통하는 선을 축으로 지구가 스스로 도는 현상이다. 지구의 자전은 한낮과 한밤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만든다. 이때 태양과 마주보는 위치는 낮, 태양을 등지는 위치는 밤이 된다. ‘하루’ 동안을 ‘24’시간(실제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56분 남짓이다)이라 측정한 것은 단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인류의 약속에 불과하다.
이번에는 수학적 도구를 꺼내어 ‘시간’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우리는 시간을 시각이라는 실체로 표현하며, 쓰임에 맞게 사용하곤 한다. 반복되는 낮과 밤, 즉 하루의 길이를 표현하기 위해 원 형상을 익숙한 10진법이 아닌 12진법을 이용하여 하루의 길이를 24 등분으로 나눈다. 10시간, 20시간이 아닌,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해시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원을 10등분 하는 것보다 12등분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는 사실을 우리도 1분이면 체험할 수 있다.
〈종이 두 장을 원 모양으로 잘라, 이를 절반으로 접는다. 다시 한 번 절반으로 접었다 펼치면 금세 원형 시계 속 3, 6, 9, 12의 익숙한 위치가 만들어진다. 다음 단계는 두 장의 원을 각 칸 절반씩 겹친 후, 원 둘레에 생긴 접점을 살펴보자. 시계 속 1, 5 또는 7, 11의 익숙한 위치가 찾아지리라. 나머지 지점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쉬 찾을 수 있다.〉
직접 해보시라. 이를 계기로 우리가 하루 안의 시간을 수치로 표현할 때, 하필 12시간, 24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얼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차(時差). 이 과학적이고 수학적이며, 복잡함과 거추장스러움을 부르는 단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어떠한 도구를 달리 꺼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구 반대편 위치에서 동 시간대에 같은 시간의 풍경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구의 둥근 표면 위 한 지점과 무시할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진 다른 한 지점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양은 동일할 수 없다. 현재 태양을 마주한 지구의 한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이동하여 지구의 반대편 지점에 도달하였다면, 시차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시간의 차이. 이를 간단한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기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경우,
기준점보다 a시간 빠른 곳의 시각 = 기준점의 시각 + a기준점보다 a시간 빠른 곳의 시각이 24 이상이면, 다음날의 시각으로 환산한다.
(지구의 자전 방향과 동일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할 경우, 시간이 빨라진다.)〉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낮과 밤이라 일컬어지는 시간대가 결정되지만, 어느 지점의 시간을 기준으로 a시간 빠른 곳, 느린 곳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간대의 기준이 필요해진다. 기준을 제공하는 국제 표준시는 197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협정 세계시(UTC)를 따른다. 또한 밤 12시와 낮 12시가 시작되는 기준선인 본초자오선으로는 IERS기준자오선이 사용되고 있다. 기준자오선은 낮 12시(오선)를 구분 짓는 경계이며, 정 반대편 태평양 위에 밤 12시(자선)를 구분 짓는 날짜변경선이 존재한다.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시차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실생활에서의 시차를 살펴보자.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들의 시차 적응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은 개막 일주일 전 현지에 도착했다. 선수단은 경기 당일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열중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바로 이 ‘시차’이다. 시차는 생명체의 생체리듬에 이상을 만들어낸다. 일부 생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빛이 있는 시간에 활동하고, 빛이 없는 시간에 활동을 중지하는 리듬을 유지하며 진화해 왔다. 빛과 활동의 불일치는 규칙적인 생체리듬을 깨어 생명체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 사이의 12시간의 차이는 낮과 밤이 정반대로 뒤바뀐 생체리듬을 요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나라 선수단에는 이번 올림픽 경기력의 관건인 셈이었다.
선수들은 국내에서부터 시차적응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그 훈련의 시작은 맑은 날의 오후 정도 밝기의 방에 머무르며 하루 30~60분씩 수면 시간을 늦추는 것이었다. 또한 현지 낮 시간에 도착한 선수들은 낮잠을 자지 않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밤까지 수면을 늦추었다고 한다. 이렇듯 시차 극복은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앞서 소개한 선수들의 시차 극복 방법은 일반인도 참고할 만하다.
시차와 투자
시차는 생명체의 생체리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시차는 각국의 증시(證市)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증시는 특히 미국 증시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미국 증시가 기침만 해도 한국 증시는 감기에 걸린다”는 증권가의 오랜 속설이 있을 정도이다. 이때 한국과 미국의 시차가 그 발단을 제공한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오르면 다음날,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대부분 오른다. 이를 ‘동조화(同調化)’ 현상이라 일컫기도 한다. 엉뚱한 상상이겠지만, 만약 미국과 한국이 같은 시간대를 공유한다면? 현재의 정보통신 환경에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만약 20년 전이라 가정한다면? 현재와 같은 동조화 현상을 간단하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정보의 유통 시간을 시차가 벌어준 것이라 감히 생각할 수 있다.
여기 조금 다른 시차도 있다. 시차효과. 기업의 R&D 투자는 투입 시점과 산출 시점 사이에 분명한 ‘시차’가 존재한다(이 경우에도 역시 ‘time lag’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투자와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차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시차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투자 분석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분석하려는 여러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한 방법을 소개하자면, 특정 시차 분포 모형을 사용하여 기업의 R&D 투자의 투입 시점과 산출 시점 사이의 시차를 측정하는 방법이다(이헌준, 백철우 & 이정동. 2014. 기업 R&D 투자의 시차효과 분석. 기술혁신연구, 22(1), 1-22). 이때 투자는 기업의 투자 금액, 성과는 대개 특허 출원 건수로 상정되며, 투자와 산출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의 길이를 추정하는 것이다. ‘시차’가 미치는 영향이 기업의 성과를 분석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차에 끌려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이번에는 수학적으로 시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합법적 그리고 효율적인 시간의 이용 사례는 물론, 비윤리적, 비합법적 악용 사례들도 있다.
미국 서부 지역과 인도는 약 12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즉 미국 서부에서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인도에서는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두 지역의 시차를 활용하면 연속된 업무 시간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이를 적용한 사례가 늘고 있는데, 미국 서부의 개발자들이 일일 개발을 마치면, 인도의 개발자들이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시차 이용한 범죄
여기 시차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지난 2010, 2011 수능에서 ‘시차’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저시력자의 경우 과목당 1.5배의 응시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이용해, 일반 수험생의 시험 종료 후 발표된 정답을 휴대전화로 확인하여 자신의 답안지를 고치는 수법이었다. 2012년부터 이러한 악용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시차’를 둔 정답 발표는 사라졌다고 한다.
정답 발표 시차를 악용한 국내 수능시험 사례뿐 아니라,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도 시차를 악용한 사례가 있다. SAT는 각 나라에서 같은 날 시행되는데, 시차를 이용하여 시험 내용을 빼돌려 국내에 유출하려 한 사건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에도 시차가 악용된다. 뉴욕 유학 중인 한인 학생의 한국 부모들에게 ‘자녀를 납치했다’는 거짓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 사건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10시간이 넘는 뉴욕과 한국의 시차를 악용한 사례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허점을 노렸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보이스 피싱은 사례를 숙지할수록 그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다시 한 번 명심하도록 하자. 이러한 시차를 악용한 지능 범죄들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우리도 시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합법적인 방법이다. 9월 늦은 휴가 또는 추석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이번에야말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던 우리 선수들처럼 무리 없이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나만의 수학적, 그리고 과학적인 계획을 세워보자. 투자의 시차 이용? 이것만은 개인의 운에 맡기겠다.⊙
모두 가벼이 웃어넘겼지만, 지금 밤잠을 설치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방송을 지켜보는 당신. “왜 브라질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새벽에 하죠?” 누군가 당신에게 질문한다면 자신 있게 명쾌한 수학적, 그리고 과학적 해답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이쯤에서 우리도 시간의 차이, 시차(時差)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지구와 태양이 만드는 낮과 밤, 그리고 시차
시간(時間). 이 철학적이고 수학적이며, 과학적이고 문학적인 단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먼저 과학적 도구를 꺼내보자. 익히 알고 있듯 지구의 자전은 남극과 북극을 통하는 선을 축으로 지구가 스스로 도는 현상이다. 지구의 자전은 한낮과 한밤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만든다. 이때 태양과 마주보는 위치는 낮, 태양을 등지는 위치는 밤이 된다. ‘하루’ 동안을 ‘24’시간(실제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56분 남짓이다)이라 측정한 것은 단지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인류의 약속에 불과하다.
이번에는 수학적 도구를 꺼내어 ‘시간’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우리는 시간을 시각이라는 실체로 표현하며, 쓰임에 맞게 사용하곤 한다. 반복되는 낮과 밤, 즉 하루의 길이를 표현하기 위해 원 형상을 익숙한 10진법이 아닌 12진법을 이용하여 하루의 길이를 24 등분으로 나눈다. 10시간, 20시간이 아닌,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해시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원을 10등분 하는 것보다 12등분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는 사실을 우리도 1분이면 체험할 수 있다.
〈종이 두 장을 원 모양으로 잘라, 이를 절반으로 접는다. 다시 한 번 절반으로 접었다 펼치면 금세 원형 시계 속 3, 6, 9, 12의 익숙한 위치가 만들어진다. 다음 단계는 두 장의 원을 각 칸 절반씩 겹친 후, 원 둘레에 생긴 접점을 살펴보자. 시계 속 1, 5 또는 7, 11의 익숙한 위치가 찾아지리라. 나머지 지점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쉬 찾을 수 있다.〉
직접 해보시라. 이를 계기로 우리가 하루 안의 시간을 수치로 표현할 때, 하필 12시간, 24시간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얼추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차(時差). 이 과학적이고 수학적이며, 복잡함과 거추장스러움을 부르는 단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어떠한 도구를 달리 꺼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구 반대편 위치에서 동 시간대에 같은 시간의 풍경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지구의 둥근 표면 위 한 지점과 무시할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진 다른 한 지점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양은 동일할 수 없다. 현재 태양을 마주한 지구의 한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이동하여 지구의 반대편 지점에 도달하였다면, 시차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바로 시간의 차이. 이를 간단한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기준점에서 동쪽으로 이동한 경우,
기준점보다 a시간 빠른 곳의 시각 = 기준점의 시각 + a기준점보다 a시간 빠른 곳의 시각이 24 이상이면, 다음날의 시각으로 환산한다.
(지구의 자전 방향과 동일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할 경우, 시간이 빨라진다.)〉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낮과 밤이라 일컬어지는 시간대가 결정되지만, 어느 지점의 시간을 기준으로 a시간 빠른 곳, 느린 곳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시간대의 기준이 필요해진다. 기준을 제공하는 국제 표준시는 197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협정 세계시(UTC)를 따른다. 또한 밤 12시와 낮 12시가 시작되는 기준선인 본초자오선으로는 IERS기준자오선이 사용되고 있다. 기준자오선은 낮 12시(오선)를 구분 짓는 경계이며, 정 반대편 태평양 위에 밤 12시(자선)를 구분 짓는 날짜변경선이 존재한다. 물리적 현상으로서의 시차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실생활에서의 시차를 살펴보자.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들의 시차 적응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은 개막 일주일 전 현지에 도착했다. 선수단은 경기 당일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열중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바로 이 ‘시차’이다. 시차는 생명체의 생체리듬에 이상을 만들어낸다. 일부 생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생명체는 빛이 있는 시간에 활동하고, 빛이 없는 시간에 활동을 중지하는 리듬을 유지하며 진화해 왔다. 빛과 활동의 불일치는 규칙적인 생체리듬을 깨어 생명체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 사이의 12시간의 차이는 낮과 밤이 정반대로 뒤바뀐 생체리듬을 요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우리나라 선수단에는 이번 올림픽 경기력의 관건인 셈이었다.
선수들은 국내에서부터 시차적응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그 훈련의 시작은 맑은 날의 오후 정도 밝기의 방에 머무르며 하루 30~60분씩 수면 시간을 늦추는 것이었다. 또한 현지 낮 시간에 도착한 선수들은 낮잠을 자지 않고, 가벼운 운동을 하며 밤까지 수면을 늦추었다고 한다. 이렇듯 시차 극복은 상당한 노력을 요한다. 앞서 소개한 선수들의 시차 극복 방법은 일반인도 참고할 만하다.
시차와 투자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오르거나 내리면 다음날, 한국 코스피 지수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사진=조선일보 |
여기 조금 다른 시차도 있다. 시차효과. 기업의 R&D 투자는 투입 시점과 산출 시점 사이에 분명한 ‘시차’가 존재한다(이 경우에도 역시 ‘time lag’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투자와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차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시차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투자 분석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분석하려는 여러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한 방법을 소개하자면, 특정 시차 분포 모형을 사용하여 기업의 R&D 투자의 투입 시점과 산출 시점 사이의 시차를 측정하는 방법이다(이헌준, 백철우 & 이정동. 2014. 기업 R&D 투자의 시차효과 분석. 기술혁신연구, 22(1), 1-22). 이때 투자는 기업의 투자 금액, 성과는 대개 특허 출원 건수로 상정되며, 투자와 산출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의 길이를 추정하는 것이다. ‘시차’가 미치는 영향이 기업의 성과를 분석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차에 끌려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이번에는 수학적으로 시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합법적 그리고 효율적인 시간의 이용 사례는 물론, 비윤리적, 비합법적 악용 사례들도 있다.
미국 서부 지역과 인도는 약 12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즉 미국 서부에서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인도에서는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두 지역의 시차를 활용하면 연속된 업무 시간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이를 적용한 사례가 늘고 있는데, 미국 서부의 개발자들이 일일 개발을 마치면, 인도의 개발자들이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시차 이용한 범죄
여기 시차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지난 2010, 2011 수능에서 ‘시차’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저시력자의 경우 과목당 1.5배의 응시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이용해, 일반 수험생의 시험 종료 후 발표된 정답을 휴대전화로 확인하여 자신의 답안지를 고치는 수법이었다. 2012년부터 이러한 악용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시차’를 둔 정답 발표는 사라졌다고 한다.
정답 발표 시차를 악용한 국내 수능시험 사례뿐 아니라,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도 시차를 악용한 사례가 있다. SAT는 각 나라에서 같은 날 시행되는데, 시차를 이용하여 시험 내용을 빼돌려 국내에 유출하려 한 사건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에도 시차가 악용된다. 뉴욕 유학 중인 한인 학생의 한국 부모들에게 ‘자녀를 납치했다’는 거짓 협박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 사건이 빈번히 발생한다고 한다. 10시간이 넘는 뉴욕과 한국의 시차를 악용한 사례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허점을 노렸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보이스 피싱은 사례를 숙지할수록 그 피해를 줄일 수 있기에 다시 한 번 명심하도록 하자. 이러한 시차를 악용한 지능 범죄들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우리도 시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합법적인 방법이다. 9월 늦은 휴가 또는 추석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가? 이번에야말로 리우 올림픽에 참가했던 우리 선수들처럼 무리 없이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나만의 수학적, 그리고 과학적인 계획을 세워보자. 투자의 시차 이용? 이것만은 개인의 운에 맡기겠다.⊙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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