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대 전형에 평가 도입 계획
의대 준비생, 사고·판단력 길러야
"서울대 의대 입시 지원자 전체에 대해 적성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작년 1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에 취임한 신찬수(56·내분비내과 교수) 학장은 조선에듀와 인터뷰에서 "서울대 의학 교육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기본적 인성과 의사로서의 소양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의대 동기생 집단 성추행 사건과 의사의 환자 성추행,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 감염 등 의대생과 의사들의 비윤리 행태가 잇따르자,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학업 역량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가치관 등을 더욱 중요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신 학장을 지난달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나 향후 서울대 의대 입시와 교육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훌륭한 의사는 지식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도 지녀야 한다”며 “의대 입시에서부터 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현호 객원기자
◇'적성·인성' 평가해야… "입학본부와 협의 중"
신 학장은 의대 입시에서부터 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지난 2013학년도부터 일부 전형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인성, 적성 등을 평가하는 '적성·인성면접'을 실시해왔다. 이는 수험생 사이에서 다중미니면접(MMI· Multiple Mini Interview)으로 알려졌다. 면접관이 있는 5개의 방을 돌며 상황제시형(4개·각 10분)과 제출 서류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1개·20분)으로 치러진다. 현재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학사 편입학전형 등 일부 대입 전형에서 시행하며, 정시모집에서는 '통과/탈락(Pass/Fail)'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신 학장은 "서울대 의대가 시행하는 적성·인성면접은 의사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질과 특성을 함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앞으로 모든 의대 입시 전형에서 적성·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대입 전형뿐 아니라 의대 선발인원 전체에 대해 적성·인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전형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똑같은 방식의 적성·인성면접을 적용할 계획은 아니며, 최소한의 검증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구체적 방안은 앞으로 입학본부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서울대 의대는 내실 있는 적성·인성 면접 평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평가 과정을 균형 있게 진행하기 위해 매년 대상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 또한 이 전형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추수관리(이력관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신 학장은 "2013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처음으로 적성·인성 면접을 도입했기 때문에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의대 특성상 졸업 이후 인턴이나 전공의 과정 등 몇 년간의 상황을 지켜본 이후 이전과의 변화나 효과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학장은 입학 후 윤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적성·인성 면접을 통과한 것이 입학생의 높은 도덕적·윤리적 수준을 보장하지 않기는 때문에 지속적인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대는 실제 사례 중심, 토론식 수업을 의예과부터 의학과 4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의예과에서는 의학 입문, 자유주제탐구 등 전공 필수 과목을 통해 보편적 윤리를 배우고, 의학과 진입 이후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의료 윤리를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국내 최초로 '통합임상실습'을 도입했다. 통합임상실습은 재학생들이 1년 동안 담당 환자의 치료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면서 환자를 통합적이고 전인적으로 진료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 학장은 "효과적인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그룹별로 모여서 (담당 환자와 관련해) 의사·환자 관계, 의료 윤리 등에 대해 토의하고 담당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환자가 질병으로 겪게 되는 사회·경제·윤리적 문제까지 고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대 준비생이라면 '스스로 생각·판단하는 능력' 길러라
신 학장은 서울대 의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입시 유·불리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기계발에 필요한 노력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경험해야 최종 선발 과정인 면접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학장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만 깨친다고 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게 아니다"며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대응, 적절한 시점의 의사 결정, 다양한 상황에서의 소통 등 다채로운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대 의대 적성·인성 면접을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학생 대다수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에서의 생각 정리가 필요한 면접이라고 평가했어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학부모에게도 자녀의 선택과 판단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 학장은 "부모가 떠먹여 주는 학습에 길든 학생은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차 퇴화할 수밖에 없다. 자녀가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의대 준비생, 사고·판단력 길러야
"서울대 의대 입시 지원자 전체에 대해 적성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작년 1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장에 취임한 신찬수(56·내분비내과 교수) 학장은 조선에듀와 인터뷰에서 "서울대 의학 교육에 입문하고자 하는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기본적 인성과 의사로서의 소양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의대 동기생 집단 성추행 사건과 의사의 환자 성추행,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 감염 등 의대생과 의사들의 비윤리 행태가 잇따르자,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학업 역량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품성과 가치관 등을 더욱 중요하게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신 학장을 지난달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만나 향후 서울대 의대 입시와 교육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훌륭한 의사는 지식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인성도 지녀야 한다”며 “의대 입시에서부터 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조현호 객원기자
◇'적성·인성' 평가해야… "입학본부와 협의 중"
신 학장은 의대 입시에서부터 적성과 인성을 평가하는 장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지난 2013학년도부터 일부 전형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인성, 적성 등을 평가하는 '적성·인성면접'을 실시해왔다. 이는 수험생 사이에서 다중미니면접(MMI· Multiple Mini Interview)으로 알려졌다. 면접관이 있는 5개의 방을 돌며 상황제시형(4개·각 10분)과 제출 서류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1개·20분)으로 치러진다. 현재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학사 편입학전형 등 일부 대입 전형에서 시행하며, 정시모집에서는 '통과/탈락(Pass/Fail)'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반영한다. 신 학장은 "서울대 의대가 시행하는 적성·인성면접은 의사에게 필요한 다양한 자질과 특성을 함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앞으로 모든 의대 입시 전형에서 적성·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대입 전형뿐 아니라 의대 선발인원 전체에 대해 적성·인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전형에서 수시모집 일반전형과 똑같은 방식의 적성·인성면접을 적용할 계획은 아니며, 최소한의 검증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구체적 방안은 앞으로 입학본부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입니다."
서울대 의대는 내실 있는 적성·인성 면접 평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평가 과정을 균형 있게 진행하기 위해 매년 대상자들의 피드백을 듣고 이를 평가에 반영한다. 또한 이 전형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추수관리(이력관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신 학장은 "2013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처음으로 적성·인성 면접을 도입했기 때문에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의대 특성상 졸업 이후 인턴이나 전공의 과정 등 몇 년간의 상황을 지켜본 이후 이전과의 변화나 효과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학장은 입학 후 윤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적성·인성 면접을 통과한 것이 입학생의 높은 도덕적·윤리적 수준을 보장하지 않기는 때문에 지속적인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서울대는 실제 사례 중심, 토론식 수업을 의예과부터 의학과 4년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의예과에서는 의학 입문, 자유주제탐구 등 전공 필수 과목을 통해 보편적 윤리를 배우고, 의학과 진입 이후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의료 윤리를 경험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국내 최초로 '통합임상실습'을 도입했다. 통합임상실습은 재학생들이 1년 동안 담당 환자의 치료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면서 환자를 통합적이고 전인적으로 진료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 학장은 "효과적인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그룹별로 모여서 (담당 환자와 관련해) 의사·환자 관계, 의료 윤리 등에 대해 토의하고 담당 교수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환자가 질병으로 겪게 되는 사회·경제·윤리적 문제까지 고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대 준비생이라면 '스스로 생각·판단하는 능력' 길러라
신 학장은 서울대 의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입시 유·불리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기계발에 필요한 노력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라"고 조언했다. 스스로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경험해야 최종 선발 과정인 면접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학장은 "단순히 의학적 지식만 깨친다고 해서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게 아니다"며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대응, 적절한 시점의 의사 결정, 다양한 상황에서의 소통 등 다채로운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분명한 가치관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서울대 의대 적성·인성 면접을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학생 대다수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다양한 관점에서의 생각 정리가 필요한 면접이라고 평가했어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계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학부모에게도 자녀의 선택과 판단을 믿고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 학장은 "부모가 떠먹여 주는 학습에 길든 학생은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차 퇴화할 수밖에 없다. 자녀가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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