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1일 금요일

거울 나라의 앨리스

NobleMath

거울나라의 앨리스거울나라의 앨리스

Prologue_ 시계를 들여다보며 늦었다고 허둥대는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내려갔다가 신비한 모험을 겪은 앨리스. 그 뒤 앨리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앨리스의 모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거실에서 아기고양이와 놀던 앨리스는 안개처럼 녹아 내리는 거울을 뚫고 거울 나라에 들어갑니다. 과연 거울 나라에서는 어떤 신기한 일이 벌어질까요?


거울에 비친 글자
 
거울에 비친 글자거울에 비친 글자

앨리스는 이 시를 두고 한참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을 해 냈다.
“맞아. 이건 거울 나라의 책이잖아! 이걸 거울에 비추면 글자가 다시 똑바로 비칠 거야.”


거울을 뚫고 들어가 거울 속의 방으로 들어간 앨리스에게 갖가지 희한한 일이 벌어집니다. 탁자에 놓여 있는 책을 보려고 펼쳤는데 도무지 글씨를 읽을 수 없는 일처럼요.

하지만 앨리스는 고민 끝에 읽는 방법을 알아 냅니다. 바로 거울에 비춰 보는 방법이었죠. 그러니까 거울 나라의 책은 제대로 된 글자를 거울에 비췄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거울에 비췄을 때의 모습을 ‘거울상’이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이자 기술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거울상으로 글을 써서 남긴 일은 유명하지요. 앨리스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글을 거울에 비춰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버워키 시재버워키 시

재버워키란 제목의 시로군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거울에 비춰 보면 좌우는 바뀌어 보이는데, 위아래는 그대로입니다. 왜 그럴까요?

엄밀히 말하면 거울에 비췄을 때 좌우가 바뀐다는 건 틀린 설명입니다. 오히려 앞뒤가 바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요. 이것은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시를 투명한 셀로판지 또는 기름종이에 써 보세요. 그리고 글자가 쓰인 반대쪽 면을 보세요. 어떤가요? 글자를 거울에 비췄을 때와 똑같이 보이지요? 앨리스는 이와 관련된 현상을 또 겪습니다. 다음 쪽을 보세요.


거울 속에서는 반대로 움직인다?

앨리스는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아무 말 없이 곧장 붉은 여왕이 있는 쪽으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앨리스는 다시 앞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앨리스는 조금 약이 올라서, 뒤로 돌아서서 여왕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고 나서(마침내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여왕을 찾아 냈다),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가기로 했다.
멋지게 성공했다. 앨리스는 채 1분도 걷지 않아서 여왕과 마주볼 수 있었고, 그토록 찾아 헤맸던 언덕도 한눈에 들어왔다.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보고 가까이 가려 합니다. 그런데 정원의 꽃들이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라고 충고합니다. 앨리스는 그 말이 어처구니가 없어 대꾸하지 않고 곧장 붉은 여왕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분명히 붉은 여왕이 있는 방향으로 걸었는데, 붉은 여왕은 가까워지기는커녕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결국 앨리스는 붉은 여왕이 있는 방향과 반대로 걸어가서 붉은 여왕과 만나는 데 성공합니다.

이건 앞뒤를 바꾸는 거울의 성질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거울 앞에 서 보세요. 그리고 거울을 향해 한 발짝 움직여 보세요. 거울 속의 여러분은 여러분이 움직이는 것과 반대 방향, 즉 거울면을 향해 움직입니다. 거울에서 멀어진다면 거울 속의 여러분도 거울면에서 멀어집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3차원 좌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y축과 z축으로 이루어진 평면을 거울면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x축 위에 있습니다. 이 때 거울에 비치는 여러분의 모습은 똑같이 x축 위에 있으면서 거울면의 반대쪽에 있습니다.

이제 이해가 가나요? 거울에 비친 물체의 모습은 원래 물체와 좌우 대칭이 아니라 거울면에 대해 대칭인 겁니다. 그래서 좌우가 바뀌었다는 표현보다는 앞뒤가 바뀌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답니다.


가만히 있으려면 달려라

“글쎄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대개 어딘가에 닿게 되거든요.”
여왕이 말했다.
“느려터진 나라로군! 이제 너도 알게 되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곱은 빨리 달려야 하고!”
앨리스가 말했다.
“저는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여기 있는 것도 괜찮아요.”


마침내 붉은 여왕을 만난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마침내 달리기를 멈춘 앨리스는 숨을 헐떡이며 주위를 돌아봅니다. 그런데 그 곳은 아까 출발했던 곳입니다. 앨리스는 황당해서 붉은 여왕에게 그렇게 오래 달렸는데 왜 똑같은 장소에 있는 건지 따집니다. 하지만 붉은 여왕의 대답이 이상합니다. 거울 나라에서는 같은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거지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거울 나라에서는 많은 것이 거꾸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세계에서 속도는 일정한 시간에 움직인 거리를 이용해 나타냅니다.


그래서 거리는 속도 곱하기 시간이 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움직인 거리도 커집니다. 앨리스의 말처럼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어딘가에 닿는다는 건 보통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거울 나라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만약 이 분수의 위나 아래에 거울을 놓아 비춰 보면 분수와 분모가 거꾸로 될 겁니다. 따라서 거울 나라에서는 이 공식이 다음과 같이 반대가 된답니다.


그러면 거리는 시간 나누기 속도가 되지요. 속도가 분모이므로 속도가 빠를수록 움직인 거리는 작아지고 속도가 작을수록 움직인 거리가 커집니다. 이제 붉은 여왕의 말이 이해가 되지요? 작가인 캐럴은 거울 나라에서는 속도와 시간, 거리의 공식이 거꾸로 된다고 가정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공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거울 나라에서는 똑같이 행동해도 보통 세계와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앨리스가 어리둥절한 것도 당연한 일이네요.


누구 맘대로 그 뜻이래?

앨리스는 반박했다.
“하지만 ‘영광’이란 말은 ‘납작하게 깨진 말싸움’이라는 뜻이 아니잖아요.”
험프티 덤프티는 조금 깔보는 투로 말했다.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것은 바로 내가 선택한 의미만 가지는 거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앨리스가 말했다.
“문제는 당신이 그렇게 여러 가지 것을 뜻하는 단어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지요.”
험프티 덤프티가 말했다.
“문제는 누가 주인이냐는 거야. 그게 전부야.”


붉은 여왕과 헤어진 앨리스는 또다시 몇 가지 기이한 일을 겪은 뒤 이번에는 달걀을 닮은 사람을 만납니다. 달걀을 닮은 사람의 이름은 험프티 덤프티라고 하네요.

그런데 험프티 덤프티와 대화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처음에는 앨리스라는 이름이 형편없다고 시비를 걸더니 또 생일이 아닌 날에 받을 수 있는 ‘비생일 선물’이 있다고 우깁니다. 단어를 멋대로 쓴다고 앨리스가 반박하자 험프티 덤프티가 한 말이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면, 그것은 바로 내가 선택한 의미만 가지는 거야”입니다.

만약 험프티 덤프티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각자 원하는 뜻으로 단어를 사용한다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모두 험프티 덤프티와 대화하고 있는 앨리스처럼 혼란스러워 하겠지요.

수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도 언어와 같거든요. 만약 사람들이 수학에 쓰이는 기호나 표현의 뜻을 제멋대로 생각한다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옛날에는 수학자들이 쓰는 기호가 통일돼 있지 않아서 혼란 스러웠습니다. 수학은 숫자나 연산기호의 뜻을 확실히 알아 두어야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풀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확한 용어가 중요합니다.학년이 올라가 배우는 수학이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의미를 확실히 알아 두어야 공부하기 쉬워진답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슬픈가 보구나. 위로의 노래를 하나 불러 주지.”
앨리스는 그날 하루 동안 이미 상당히 많은 노래를 들었던 터였다.
“긴 노래예요?”
“길지만 굉장히, 굉장히 아름다운 노래야.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다들 눈물을 글썽이거나 아니면….”
“아니면요?”
“아니면 눈물을 글썽이지 않는단다. 노래 제목은 ‘대구의 눈’이라고 불리지.”


얼마 뒤 앨리스가 만난 사람은 말은 탄 기사입니다. 기사는 앨리스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며 노래를 불러 준다고 합니다. 기사는 노래에 대해 설명하며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다들 눈물을 글썽이거나 아니면…”이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그래서 앨리스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눈물을 글썽이지 않는다”라고 대답합니다. 참으로 맥빠지는 대답이네요.

그런데 기사의 대답에는 논리학의 기본 법칙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배중률’이라는 법칙이지요. 배중률은 ‘~이거나, ~가 아닌 것이다’와 같은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지 중간은 없다는 논리법칙입니다. ‘눈물을 글썽이다’와 ‘눈물을 글썽이지 않는다’ 둘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란 없기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거나 눈물을 글썽이지 않는다’는 언제나 참이 됩니다.



Epilogue_모험의 막바지에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분노를 터뜨립니다. 앨리스가 마구 흔드는데, 붉은 여왕은 반항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붉은 여왕이 천천히 고양이로 변하는 게 아닌가요! 눈을 뜬 앨리스의 곁에서는 조금 전에 함께 놀던 아기고양이가 가르릉거리고 있습니다. 또 한바탕 꿈을 꾼 것일까요?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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