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1일 금요일

수 세기의 지혜, 진법의 발견


수학의 위대한 발견

수 세기의 지혜, 진법의 발견수 세기의 지혜, 진법의 발견

일, 십, 백, 천, … 우리가 사용하는 수는 10이 될 때마다 묶어서 한 자리씩 올린다. 그러나 5가 될 때마다 한 자리 올리는 수를 쓰던 곳도 있고 20이 될 때마다 한 자리 올리는 수를 쓰던 곳도 있다. 또 숫자의 모양도 각양각색이었다.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수 세계를 평정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돌멩이에서 진법으로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은 몇 명이 같이 살고 있는지, 가축을 몇 마리 기르고 있는지 세기 위해 손가락을 이용했다. 그러다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개수가 많아지면 작은 돌멩이나 조개 껍데기를 사용했다. 만약 양이 13마리 있다면 작은 돌멩이 13개를 우리 입구에 두었다가 양과 하나씩 맞춰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모아 놓은 나무 열매가 42개가 되어 이를 세던 작은 돌멩이도 42개가 되었다고 하자. 돌멩이가 너무 많아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자 누군가가 작은 돌멩이 10개를 큰 돌멩이로 바꿨다. 이것이 바로 숫자 역사의 위대한 첫 걸음이다. 이제 나무열매 42개를 기억하기 위해서 작은 돌멩이 42개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큰 돌멩이 4개와 작은 돌멩이 2개, 모두 6개의 돌멩이만 갖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지역에서는 큰 돌멩이가 작은 돌멩이 5개를 대체했을 것이고 또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작은 돌멩이 20개를 대신했을 것이다. 이 위대한 첫 걸음이 수를 기록하는 문자가 생길 때 기본수를 결정했다. 기본수라는 것은 묶음의 단위다. 작은 돌멩이 10개를 묶어 큰 돌멩이 1개로 대신했을 때, 한 묶음이 10개였던 것이다. 다시 큰 돌멩이를 더 큰 돌멩이로 대신하면 큰 돌멩이 한 묶음은 역시 10개를 묶어 만들게 된다. 이와 같이 10개씩 될 때마다 묶어서 더 큰 돌멩이로 대체할 때 10을 기본수라고 한다.
 
큰 돌 하나는 10개의 작은 돌을 의미한다. 즉 큰 돌 2개와 작은 돌 4개로 24를 표현 할 수 있다.큰 돌 하나는 10개의 작은 돌을 의미한다. 즉 큰 돌 2개와 작은 돌 4개로 24를 표현 할 수 있다.


지금 보기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고대 수메르인과 그들의 문화를 이어받은 바빌로니아인이 기본수로 60을 택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60은 약수가 많아서 나눗셈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10은 1과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약수가 2와 5뿐이다. 그러나 60은 1과 자신을 제외하고도 약수가 2, 3, 4, 5, 6, 10, 12, 15, 20, 30으로 매우 많다. 따라서 물건을 나눌 때나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사람을 나눠 배치할 때 10보다 훨씬 다루기 쉽다. 곱셈과 나눗셈은 인도-아라비아 숫자가 널리 쓰이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나누어 떨어지는 수가 많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고대 바빌로니아 이후 이렇게 큰 수를 기본수로 택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한 손의 손가락 개수인 5나 손가락과 발가락의 개수를 모두 더한 20을 기본수로 택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그린란드의 에스키모족, 사할린 섬의 아이누족, 마야족, 아즈텍족 등은 기본수로 20을 택했다. 마야에서는 고대 바빌로니아처럼 1을 나타내는 기호 •와 5를 나타내는 기호 ━, 두 개만을 사용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 체계는 고대 이집트나 로마의 방법보다 기호를 적게 쓴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또 세 나라는 각 자리마다 기호가 달라 더 큰 수를 쓰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기호의 개수가 많아지는 반면, 지금은 기호 10개로 모든 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보다 더 큰 차이점은 0을 사용해 계산이 매우 편리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연필만으로도 사칙연산을 쉽게 한다. 그러나 다른 수 체계에서는 덧셈, 곱셈 등이 결코 간단하지 않아 수를 셈할 때는 주판 또는 셈판을 이용했다.

 
셈돌을 이용한 덧셈 방법

셈판에서 선은 1, 10, 100, 1000의 자리를 나타내고 그 사이는 5, 50, 500을 나타낸다. 왼쪽은 907, 오른쪽은 825를 나타낸 것이다.
셈판으로 나타낸 907과 825셈판으로 나타낸 907과 825

셈돌을 이용해 두 수를 더하면 다음과 같다. 5를 나타내는 칸에 돌 2개가 있으므로 5와 5를 더해서 10의 자리에 셈 돌을 올린다. 100의 자리에는 셈돌 7개가 있으므로 그 중 5개를 1개로 바꿔 500의 자리에 올린다. 그러면 500의 자리에 3개가 생기므로 2개를 1개로 바꿔 1000의 자리로 올린다.
 
셈돌로 나타낸 907+825=1732셈돌로 나타낸 907+825=1732

인도-아라비아 십진법이 수 세계를 평정하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 체계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면 ‘인도-아라비아 위치적 십진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는 이 수 체계가 생긴 지역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에서 만들어진 숫자는 500년경에 위치에 따라 숫자의 값이 결정되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4와 24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리가 비었음을 나타낼 수 있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사용하던 기호를 0이라는 수로 인정한 것이 인도인들의 위대한 점이다.

인도의 숫자와 위치 원리의 편리성, 실용성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사람들은 아라비아인이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숫자는 아리비아인의 손을 거쳐 아랍 제국의 일부였던 스페인을 통해 가장 먼저 유럽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처음부터 인도-아라비아 숫자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로마 숫자를 사용해 온 그들은 로마의 위대한 전통을 내세우며 인도-아리비아 숫자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 벽을 뚫고 인도-아리비아 숫자가 전 세계에 통용되는 수 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수 체계가 매우 우수했기 때문이다.

위치적 십진법이라는 것은 한 자리 올라갈 때마다 자릿값이 10배가 되는 수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라고 하여 왼쪽으로 갈수록 10배씩 커진다. 222에서 2는 모두 똑같은 2가 아니다. 이들은 2, 20, 200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위치적 십진법위치적 십진법

이렇듯 진법에는 십진법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편리하고 실용적인 십진법을 사용해 전 세계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수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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