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1일 금요일

수학의 영웅들


수학의 난제에 도전하는 수학자들의 노력이 항상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지던 난제를 풀어 내는 수학 영웅이 탄생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수학자가 난제를 해결해 큰 명성을 얻었다. 수학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 낸 영웅들의 활약상과 그들이 밝혀 낸 비밀이 무엇인지 들어 보자.


그린-타오 정리
소수의 비밀을 한겹 벗기다


연속한 두 항의 차가 일정한 수열을 등차수열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항이 1이고 일정하게 6씩 증가하는 등차수열은 다음과 같다.

1 7 13 19 25 31 37 43 49 ···

이 중에 7과 13, 19는 소수다. 따라서 이 셋만 떼어 놓고 보면 7, 13, 19는 소수로만 이뤄진 등차수열이 된다. 31과 37, 43도 마찬가지다. 수학자들은 소수의 목록을 연구해 이와 같은 등차 수열을 여럿 발견했다.

항의 개수가 5개이고 6씩 증가하는 수열 | 5 11 17 23 29
항의 개수가 6개이고 30씩 증가하는 수열 | 7 37 67 97 127 157
항의 개수가 7개이고 150씩 증가하는 수열 | 7 157 307 457 607 757 907

과연 이렇게 소수로만 이뤄진 등차수열은 길이가 얼마나 길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등차수열은 무한히 많을까?

이 의문에 해답을 보여 준 사람이 벤 그린과 테렌스 타오다. 2004년 벤 그린과 테렌스 타오는 어떤 수에 대해서도 그만한 개수의 항이 있는 소수 등차수열이 존재한다고 증명했다. 소수 등차수열이 무한히 길지는 않을지 몰라도 유한한 길이의 소수 등차수열은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그린-타오 정리가 발표된 뒤 많은 수학자들이 소수 등차수열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소수 등차수열 중 가장 긴 것은 항이 26개다.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해서 더욱 긴 소수 등차수열이 발견될까? 그건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테렌스 타오 교수는 지난 해 말 한국을 방문해 그린-타오 정리에 대한 강연을 했다.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테렌스 타오 교수는 지난 해 말 한국을 방문해 그린-타오 정리에 대한 강연을 했다.


푸앵카레 추측
괴짜 수학자가 100년 난제를 해결하다

 
푸앵카레는 위상학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이면서도 책이나 강연을 통해 대중에게 수학과 과학을 전파하는 데 뛰어났다.푸앵카레는 위상학에 큰 공헌을 한 수학자이면서도 책이나 강연을 통해 대중에게 수학과 과학을 전파하는 데 뛰어났다.

‘푸앵카레 추측’은 19~20세기의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시한 문제로 위상학이라는 수학의 분야와 관련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도형의 모양이 바뀔 때도 그대로 유지되는 성질을 연구하는 분야다.

간단한 예로 다음 두 개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자. 두 지하철 노선의 모양이 몇 군데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선도를 보고 지하철을 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지하철 노선도는 지하철이 움직이는 선을 그대로 축소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선도지하철 노선도

지하철 노선도는 목적지까지 가려면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하고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만 알려 주면 될 뿐 선의 모양이나 방향이 바뀌어도 상관 없다. 이런 경우 두 지하철 노선도를 가리켜 위상이 같다고 한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구의 표면에 닫힌 곡선을 그린 뒤 곡선을 점점 축소하면 결국 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만약 어떤 입체도형에 똑같이 닫힌 곡선을 그린 뒤 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입체도형은 구와 위상이 같다는 것이 푸앵카레의 추측이다.
 
푸앵카레의 추측^어떤 입체도형에 닫힌 곡선을 그린 뒤 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입체도형은 구와 위상이 같다푸앵카레의 추측^어떤 입체도형에 닫힌 곡선을 그린 뒤 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입체도형은 구와 위상이 같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약 100년 동안 위상학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마침내 2006년 그리고 리 페렐만의 증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푸앵카레 추측은 클레이수학연구소가 발표한 밀레니엄 문제 중 첫 번째로 해결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페렐만은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린채 수학계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케플러의 추측
쉬워 보여도 증명은 어렵다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유명한 케플러는 케플러의 법칙이라 부르는 행성 운동의 3법칙을 발견했다.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유명한 케플러는 케플러의 법칙이라 부르는 행성 운동의 3법칙을 발견했다.

지나가다가 과일 가게를 보면 과일이 쌓여 있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자. 과일이 어떤 모양으로 쌓여 있을까? 과일 사이의 빈 공간을 가능한 적게 만드는 모양으로 쌓여 있을 것이다. 바로 이렇게 쌓인 과일에 수학의 난제가 숨어 있다.

17세기 초 영국의 수학자 토마스 해리엇은 일정한 공간에 대포알을 가장 많이 쌓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유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케플러와 의논했다. 구 모양의 물체를 쌓으면 어쩔 수 없이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한 빈 공간을 적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 내야했다. 케플러는 두 가지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아 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쓸 경우 구의 부피가 전체 부피의 약 74%를 차지한다.


케플러의 법칙에 해당하는 두 가지 쌓기 방법
 
케플러의 법칙에 해당하는 두 가지 쌓기 방법케플러의 법칙에 해당하는 두 가지 쌓기 방법

하지만 케플러는 자신의 추측을 증명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도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증명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케플러 이후 뉴턴, 라그랑주, 가우스, 힐베르트 등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완벽하게 증명하지 못했다.

결국 케플러의 추측이 완전히 증명되는 데는 무려 약 400년이 걸렸다. 1998년 미국의 수학자인 토머스 헤일스는 컴퓨터를 이용해 케플러의 추측을 증명했다고 발표했다. 헤일스의 증명은 4년에 걸쳐 다른 수학자들에게 검증을 받았고 결국 2003년 99% 옳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케플러의 추측은 케플러의 정리로 이름이 바뀔 날이 머지 않았다.


4색 정리
지도에 숨은 난제


수많은 나라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세계지도. 그런데 세계지도의 각 나라를 색으로 칠하려면 몇 개의 색이 필요할까? 서로 붙어 있는 나라는 다른 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면서 말이다. 꽤 많은색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의외로 정답은 4개다. 아무리 복잡한 세계지도라도 4가지 색으로 각 나라를 구별할 수 있도록 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4색 정리는 평면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색을 칠할 때 서로 붙어 있는 조각을 서로 다른 색으로 칠한다고 해도 4가지 색이면 충분하다는 이론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수학자 프랜시스 구드리는 영국의 지도를 색으로 구분해 칠하다가 4가지 색만 있으면 모든 부분을 구별해서 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4가지 색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 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수학자들이 이 문제에 매달렸다. 만약 4가지 색으로 칠할 수 없는 평면을 찾아 낸다면 4색 정리가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고, 그런 평면이 없다면 4색 정리가 옳다고 증명할 수 있었다.

마침내 1976년 미국의 케네스 아펠과 독일 출신의 볼프강 하켄이 컴퓨터를 이용해 4색 정리를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아펠과 하켄은 4색 정리가 거짓이라면 5가지 색이 있어야 칠할 수 있도록 나눠진 평면이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그런 평면은 없었고 결국 4색 정리가 옳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평면을 아무리 복잡하게 나눠도 4가지 색만 있으면 각각의 부분이 서로 구별되도록 칠할 수 있다.평면을 아무리 복잡하게 나눠도 4가지 색만 있으면 각각의 부분이 서로 구별되도록 칠할 수 있다.


수학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수도 없이 많은 난제를 안겨 주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이해하지도 못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가 있는가 하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데 막상 증명하기는 아주 까다로운 문제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이런 난제에 도전하고 해결하는 수학 영웅들이 있다. 그들이 난제를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수학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과연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궁극의 비밀이 드러나는 날은 언제일까?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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