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1일 금요일

탈출할 수 있는 미로와 없는 미로


조르당

심사위원 여러분, 세상엔 탈출할 수 있는 미로만 있을까요? 없는 미로도 있을까요? 물론 탈출할 수 없는 미로도 있겠죠. 미로의 형태를 먼저 살펴보고 나올 방도가 없다면 애초에 들어가선 안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냐고요? 제게 방법이 있지요. 하하.

전 어느 날, 원을 그리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원 안쪽을 색칠하면 원은 안과 밖으로 나누어진다는 점을 알아 낸 것이지요. 더 확장해 원처럼 한 점에서 출발한 선이 시작점과 도착점이 같은 도형을 이룬다면 모두 안과 밖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죠. 전 시작점과 끝나는 점이 같은 곡선을 닫힌 곡선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중요한 내용은 지금부터랍니다.

지금부터 제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해 보세요. 구불구불한 선을 그어 닫힌 곡선을 만드세요. 그리고 안과 밖을 연결하기 위해 임의의 두 점을 잡아 직선을 그으세요. 닫힌 곡선과 직선이 만나는 점의 개수가 홀수개지요? 놀랍게도 어느 점을 잡아도 만나는 점의 개수는 홀수 개예요. 저도 제 눈을 의심하고 계속해서 선을 그어 봤어요. 아무리 반복해도 홀수 개가 나오더군요.
 
정리1^닫힌 곡선에서 안과 밖을 연결하는 선은 닫힌 곡선과 반드시 홀수 번 만난다.정리1^닫힌 곡선에서 안과 밖을 연결하는 선은 닫힌 곡선과 반드시 홀수 번 만난다.

그럼 이번엔 안과 안, 밖과 밖에 임의의 두 점을 잡아 직선을 그어 보세요. 만나는 점이 몇 개인가요? 아마도 짝수 개일 거예요. 제 말이 맞지요? 전 정리 1, 2와 같은 중요한 수학적 사실을 알아 낸 거예요.
 
정리2^닫힌 곡선에서 안과 안이나 밖과 밖을 연결하는 선은 닫힌 곡선과 반드시 짝수번 만난다.정리2^닫힌 곡선에서 안과 안이나 밖과 밖을 연결하는 선은 닫힌 곡선과 반드시 짝수번 만난다.

그런데 이것과 미로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정리 1, 2를 이용하면 탈출할 수 있는 미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원, 사각형, 육각형, 마름모, 하트 모양의 도형은 시작점과 도착점이 같은 도형으로 닫힌 곡선이다.원, 사각형, 육각형, 마름모, 하트 모양의 도형은 시작점과 도착점이 같은 도형으로 닫힌 곡선이다.

미로 A를 보세요.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직선을 그으면 미로와 직선이 몇 번 만나나요? 총 8번 만나지요? 짝수 번 만나므로 이 미로의 출발점과 도착점은 둘 다 안에 있거나 둘 다 밖에 있습니다. 즉 출발점에서부터 길을 잘 찾으면 도착점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이번엔 미로 B를 보세요.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직선을 그어 미로와 만나는 점을 세어 보세요. 총 9번 만나지요? 이미로는 아무리 용을 써도,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가 와도 도착점까지 갈 수 없습니다.

정말인지 궁금하신 심사위원 분들은 미로 A와 B의 길을 찾아보세요.
미로A / 미로B미로A / 미로B

탈출할 수 있는 미로인지 없는 미로인지 알려 주는 이 이론을 조르당 곡선 정리라고 해요. 이 정리는 미로뿐 아니라 미로처럼 어지럽게 선이 연결되어 있는 전자회로에도 쓰입니다. 스위치나 저항의 위치가 회로 밖에 있는지 안에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어 회로 설계에 유용하죠. 전자회로는 컴퓨터, TV 등 모든 기계에 쓰인답니다.


마리 엔느몽 카미유 조르당

프랑스의 수학자 조르당은 군 이론에 큰 업적을 남겼다. 집합의 임의의 원소 사이에 덧셈이나 곱셈과 같은 어떤 연산이 이루어졌을 때 그 결과가 다시 이 집합에 속하면 수학에서는 이 집합을 군이라고 한다.
수학동아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