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카이스트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처음 1년간 하루 3~5시간 자며 과학고 출신보다 2배 이상 노력

"과학고·영재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 학생 간 실력 차가 가장 큰 때가 1학년 때죠. 수학·물리 등을 충분히 공부한 과학고·영재고 학생보다 일반고 출신은 선행학습이 부족해 따라가기가 어려우니까요."

"일반고 학생이 심적 부담을 떨치고 성적을 끌어올리려면 과학고 출신보다 2배 이상 노력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 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작년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일반고 학생은 150명이며 이 중 다른 학교에 등록한 16명을 제외한 134명이 입학했다.

기숙사를 종종걸음으로 나서던 강원 지역 일반고 출신 1학년 김모(20)씨는 "방학이라 집에 며칠 다녀왔지만 화학 등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책과 씨름 중"이라며 "일반고 출신자 중 방학에도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친구들이 절반을 넘는다"고 했다.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경남과학고 출신 1학년 정유진(19)양은 "과학고 출신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 일반고 출신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반면 일반고 출신으로 고군분투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작년 입학한 서울 구일고 출신 최재훈(20)씨는 "평소 잠이 많은데 3~5시간 정도 자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장학금을 받게 됐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평점에 따른 등록금 차등제를 실시 중인데, 평점 2.0이 안 되면 한 학기 등록금이 450만원을 넘는다. 카이스트는 원래 많은 숙제와 학사 일정으로 유명하지만 서남표 총장 부임 후 도입한 등록금 차등제와 맞물리면서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

학교측이 일반고 출신 학생을 위해 보다 체계적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컸다. 한 교수는 "학력 격차를 해소해주기 위해 브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전기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노수정(24)씨는 "일반고 출신 저학년 학부생들이 수업을 따라가느라 겪는 심리적 부담을 해소하는 상담센터와 튜터제 같은 지원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학교측은 성적 부진 학생을 위해 고학년 학생을 연계시켜 성적을 끌어올리도록 돕는 튜터제 운영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섭 학생처장은 "봄학기부터 일반고 출신은 물론 1학년 학생 전체를 30명씩 묶어 젊은 지도교수를 담임교수로 배정하고 고학년 학생을 연계해 학교생활 전반을 상담하고 고민 해결을 돕는 체계적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은 공부를 잘하고 있고 과학고·영재고 출신 중에도 학업을 못 쫓아가는 학생이 있으니 입학사정관제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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