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6일 화요일

국제학교 가이드

국제학교계열의 학교가 많이 생겨 좋긴 하지만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도 혼란스럽다.

 아들을 유학 보내려던 김씨는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유학생 관련 사건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국내에 국제학교가 개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도 내국인의 입학이 자유로운 국제학교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김씨는 "외국인 학교는 내국인 입학자격이 너무 까다로워 국내 국제학교도 그런 줄 알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내국인 입학자격을 없앤 국제학교가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한 채드윅인터내셔널 입학 시기를 놓쳐 아쉬워하고 있었다. 정보에 어두웠던 자신을 책망하던 그는 국제학교 계열의 대안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력인증이 안된다는 말에 그마저도 포기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제주국제학교와 NLCS 제주에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혼란이 시작됐다. 내국인 입학이 전체 정원의 30%라는 말과 비율에 상관없이 내국인 입학이 허용된다는 말이 함께 떠돌았다. 학교 이름도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등 다양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어떤 법 조항에 따라 관리 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보낼 수는 없어 김씨는 고민했다.

 현재 국내에 있는 국제학교 계열의 학교 중 학력이 인정되는 공식적인 유형은 3가지다. 우선 외국 시민권소지자나 외국 거주기간이 총 3년 이상인 학생에 한해 입학이 허용되는 외국인학교가 있다. 서울외국인학교, 한국외국인학교, 하비에르국제학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대표적인 외국교육기관이다. 내국인을 전체 정원의 30%까지 뽑을 수 있다. 지난 9월 대구에 개교한 대구국제학교도 같은 유형이다. 마지막 유형은 정원에 상관없이 내국인 입학이 자유로운 국제학교다. 최근 입학 전형이 끝난 한국국제학교(KIS 제주)와 합격자 발표만을 남겨둔 NLCS 제주가 여기에 속한다.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정답은 관련법이 정치·경제 논리에 따라 개정되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유형의 학교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외국인학교는 초중등 교육법, 제주국제학교는 제주특별법, 외국교육기관은 외국교육기관특별법에 의해 관리된다. 그리고 각각의 법안에서 규정하는 학교 설립 목적과 신입생 전형 규정이 모두 다르다.

채드윅 인터내셔널, 내국인 비율 전체의 30%

 내국인 입학이 까다로운 외국인학교를 제외하고 외국교육기관과 국제학교를 비교해 보자. 최근 2011/2012학년도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한 채드윅인터내셔널은 총 12년제 국제학교다. 학생 정원은 2100명이며 지난해 9월 270명의 첫 신입생을 맞았다. 매년 신입생 숫자를 늘려 5년 이내에 1200명 규모를 갖추고 2016년에 첫 고교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다. 법정 총 정원의 30%까지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대부분의 학생이 한국인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학년별로 차이가 있으나 보통 12~18명이다. 교사 대비 학생 비율은 모든 학년에 걸쳐 1대8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커리큘럼은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에 따른다. 과목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는 교과교 실제를 시행하고 발표·토론식 수업이 이뤄진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채드윅 인터내셔널은 졸업과 동시에 국내는 물론 미국의 WASC(미국 서부 교육연합회)의 학력인증을 받을 수 있다. 또 IB국제 인증 협회의 인증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별도의 자격기준을 통과하지 않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 대학에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차드 C. 워밍턴 총괄교장은 "고교 전 과정에서 3단계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고 언어·인문·미술·과학 분야에서 융합 수업이 이뤄질 것"이라며 "요즘 한국에서 관심이 큰 통합 사고력 수업은 이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채드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주국제학교, 내국인 입학 제한 없어

 제주국제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서는 KIS 제주는 최근 4~9학년 신입생 선발을 마치고 올 9월에 개교한다. 내년부터 고교 과정까지 신입생을 확대할 예정이다. 커리큘럼은 WASC의 공식 인증을 받아 운영된다. 국내 48곳의 외국인학교 중 14개 학교만이 인증에 성공할 정도로 미국 내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시스템이다.

 KIS 제주를 운영하는 한국외국인학교(경기도 성남시)는 지난해 76명의 졸업생 중 미국대학평가 상위 40위권 내 대학에 59%, 세계 40위권 내 대학에 38%의 학생이 합격할 만큼 해외 대학 입시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KIS 제주 제프리 비디 총 교장은 "프로젝트 기반 교육법을 시행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24시간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기숙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360명을 뽑은 이 학교는 내년에 총 504명의 신입생을 더 뽑을 예정이다.

 올 9월에 KIS제주와 함께 개교하는 NLCS 제주는 영국 본교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다. 교사들도 모두 본교에서 직접 채용해 연수까지 마칠 계획이다. NLCS는 영국의 사립학교 순위 5위 안에 드는 명문학교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선정한 영국내 IB 스쿨 순위에서 4년 연속 1위, 2007년 영국대학학력고사(A-Level)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IB 커리큘럼을 적용하며 한국과 영국 학력을 동시에 인증 받을 수 있다. 올해 634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2012년 1122명, 2013년에 1420명을 추가로 선발할예정이다. 내국인 자격기준은 없다. 피터 데일리 교장은 "올해 신입생 중 최고 수준의 학생들로 별도 구성할 예정인 식스폼 클래스는 IB 디플로마 과정을 적용할 것"이라며 "한국 대학에서 이 과정을 입학서류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IB 디플로마 과정을 재외국민 특례, 글로벌, 국제학부, 입학사정관 전형 등의 서류평가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해 9월 개교한 채드윅 인터내셔널의 토론식 수업 장면. 최근 국제학교 계열의 교육기관이 속속 개교하면서 각 학교의 입학요건 파악이 중요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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