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인생멘토' 김난도 교수가 방황하는 청춘에게' "꽃 같은 청춘들이여, 뭘 할 때 행복한 지 생각하라

무의미한 스펙 쌓기는 시간 낭비…남들과 비교 말고 나만의 역량 쌓길…

인터뷰를 위해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을 때, 그의 책상에는 인생 시계가 놓여 있었다. 본인이 살아온 시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건전지를 빼놓아 움직이지 않는 시계인데, 매년 생일이 되면 18분씩 시곗바늘을 옮긴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24시간을 80년으로 나누면 일년은 18분간을 의미한다고. 현재 그의 시계는 오후 2시경을 가리킨다. 그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시계를 만들면 본인의 인생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많은 학생이 어떤 일을 포기하거나 좌절의 빌미로 시간을 탓하는 경우가 많아요. 10대, 20대는 인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아침에 해당하는 시기임에도 너무 늦었다고 여기곤 하죠.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기임을 알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서울대생이 뽑은 최고의 멘토, 강의 명단에 늘 이름을 올리는 김난도 교수는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본인이 잘하고 있는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인생 선배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주저앉고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아무리 독한 슬럼프 속에서라도, 여전히 너는 너야'라는 메시지를 담은 '슬럼프'라는 글을 포털사이트에 연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멘토링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라는 책도 냈다.

청춘들이 겪는 불안과 고민에 대해 인생선배로서 조언하고자‘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낸 김난도 교수. 
"앞으로 닥칠 미래를 전혀 알 수 없는 시기이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거보다 입시, 취업에서 경쟁이 심해졌기에 더 불안하지요. 하지만 많은 학생이 본인만 고민하는 것처럼 아파하고, 불안해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겨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곤 해요. 곁에서 볼 때 무척 안타깝지요."

그는 자신을 성찰해야 할 십 대 시기에 모든 고민을 뒤로 미뤄둔 채 오직 대학 입시에만 매몰되는 현상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나는 무엇을 가장 잘하는가', '나는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대학생이 되고 보자고 쉽게 생각한 탓에 대학생이 됐을 때 방황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결코 결승선이 아니에요. 오히려 출발선에 가깝죠. 대학 1학년생들이 특히 불안해하는 것은 대학에 입학해도 본인의 고민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갑자기 변한 환경에 낮설기 때문이에요. 10대와 20대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이기에 불안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갑자기 달라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줄이고, 본인의 역량을 쌓으세요."

부모님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요즘 청춘들이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줄어든 것은 부모의 입김과 간섭이 예전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것. '헬리콥터 부모'들에게 공부만 강요하기 보다는 자녀의 인생을 먼저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치열하게 고민하라
그는 학생들에게는 마음껏 고민하라고 말한다. 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을 전제한다.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다. 어떤 외부 조건도 배제한 채 본인을 마주 보고 인생의 지향점에 대해 성찰하라는 조언이다. 막연한 불안감에 피라미 떼처럼 몰려다니며 좋은 학원을 알아보기에 앞서, 하얀 노트에 자신의 꿈과 적성을 먼저 적어보라는 것. 답은 그 안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수능을 본 아들에게도 똑같은 조언을 했다.

"많은 학생이 불안함을 스펙 쌓기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스펙이 전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적성과 목표에 대한 고려가 없는 다다익선 식의 마구잡이 스펙 쌓기는 돈과 시간의 낭비일 뿐이죠. 가장 잘하는 것, 그 한 가지에 집중해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본인을 위한 것임은 물론 입학관계자, 취업관계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입니다."

진로계획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학생들의 절대 다수가 진로에 대한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청춘들의 현실과 고민을 좀 더 파악하고자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얘기를 꺼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학생 가운데 전공과 학과를 선택할 때 본인의 장래희망에 따랐다는 응답은 고작 45% 정도였다. 나머지는 점수에 맞추거나 부모의 권유에 따라, 혹은 취업이 잘되는지 여부를 보고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수, 편입, 전과를 고려한다는 학생들도 70% 이상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본인을 성찰하는 데는 게을리하고 부차적인 것에만 매달려요. 저는 이것을 '분주함 속의 나태'라고 불러요. 본인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본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공부 이외의 것이어도 좋다. 다양한 정보를 찾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폭넓게 책을 읽으라고 했다. 그는 본인의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법학에서 행정학으로, 다시 소비자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한 경험도 있다. 그는 과거의 방황했던 경험들이 지금 학문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혼자서 머리 싸매고 상념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지 말고 힘들 때는 부모, 교사들에게, 혹은 인생 멘토 선배들에게 터놓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