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청소년들에게 꿈을 꾸게 하는 과학교육

국가가 장기적 비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오래전이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는 것을 보고 참으로 부러웠다. 학교 버스가 등하교를 시켜주고 집에서 하는 과제는 거의 없는데도 태양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고 금성, 목성, 화성 등이 밤하늘에 어디에 있는지 아이에게서 배웠다. 담임교사가 한주에 한 번 호수가로 데려가서 낚시를 하며 수온에 따라 어떤 물고기가 나오고 또한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을 가르쳐 주고 있었으며 겉으로 보이기에는 평준화 교육으로 보이지만 각 과목마다 수준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로서 20여명인 한반에 수학 과목을 하는데 진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고 심지어는 교과서까지 틀린 경우도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높은 교육열 때문에 오늘의 발전된 한국이 가능했다는 외국의 평가도 있지만 실제 환경은 회의적이다.

교육환경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지만 아직도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고 평준화 교육을 고집한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있다. 사교육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공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교육 기관의 특성 상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일정한 형식과 틀을 강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면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교육이 중요하다
하버드대학교가 한때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더니 ‘목표가 없다’ 27%, ‘목표가 희미하다’ 60%, ‘목표는 있지만 단기적이다’ 10%, ‘장기적이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 3% 로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대학교는 이 조사 대상을 토대로 25년 후의 모습을 추적해 본 결과 ‘장기적이고 뚜렷한 목표가 있다’고 답변했던 3%는 사회 각계에서 최고의 인사가 되어 있었다.

나는 프랑스의 공상과학소설가 쥴 베른(Jules Berne)을 좋아한다. 그는 바다 밑 이만리, 80일간 세계 일주, 화성 탐험 등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공상과학소설을 썼고 그 시대에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러한 일들이 나중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아왔다. 그래서 세계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을 그의 소설에 나왔던 잠수함 이름인 노틸러스(Nautilus)호로 명명하고 얼음으로 덮인 북극해를 통과하였고 우주여행을 하는 로켓 등도 지금은 실현가능한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라고 하였다. 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지금 세대에서, 아니면 다음 세대, 또 그 다음세대에서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다.

또한 미국의 미래학자 나이스빗(Naisbitt) 교수는 “미래는 교육이다” 라고 하였다. 미래 과학기술 강국인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방식과 교육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준별 교육은 물론이고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시키고 수학, 과학교육을 학생들이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또한 여학생들이 수학, 과학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과학기술계로 보아 엄청난 손실이다. 이스라엘의 중등영재교육기관인 예술과학학교(Israel Arts and Science Academy)에서는 자연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50% 정도가 된다. 수학, 과학교육을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하면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같은 관심을 보이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이다.

교사의 역할이 크다
여기에는 교사의 역할이 아주 크다. 학생들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학생과 교사 간에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며 즐기면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과 시스템이 되어야 자라나는 학생들이 꿈을 가지고 키울 수 있다. 선진국의 수업과는 달리 한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영어 교사들에 대한 실력을 검사한 결과가 신문에 보도되었는데 상당수의 교사가 ‘어떻게 이런 교사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나?’라고 생각되게 하는 실망스러운 실력을 보였고 사교육 기관이라면 이러한 교사들은 바로 퇴출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교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평가에 의한 차등 대우도 필요하고 학교 차원에서 수준별 교육을 비롯한 수업방식과 평가에 대한 연구와 연수, 교사들 간의 상호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환하는 정례적인 모임 등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일회성이 아니고 매학기, 또는 매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교사 스스로가 자기계발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원하여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 국가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수준으로 판가름나게 될 것이며 현재 한국은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가 갈 길은 일본과 같이 확실한 과학기술 우위이지만 만약 무섭게 추격해 오는 중국에 과학기술이 추월당한다면 수출을 위주로 경제 성장을 해 온 한국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래에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국가가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가질 수 있고 그 꿈을 키우는 창의적인 과학교육을 하고 즐기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권장혁 카이스트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

ScienceTimes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