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수요일

그림 대신 눈 앞에서 분해 실험 "물질 반응하고 변하는게 신기해" 학생들, 수업시간 내내 초롱초롱

실험 중심 과학수업
핀란드 25세 이하 성인60%가 "과학에 흥미"

"환경공학이나 화학공학 쪽 학과를 찾고 있어요. 제 관심 분야니깐요."

지난 2일 핀란드 헬싱키의 메세케스쿠스(Messekeskus)에서 열린 진학정보박람회에서 만난 레나(Reena·17)양은 눈 주위를 까맣게 화장한 전형적인 핀란드 여고생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트와일라잇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화학' 과목을 꼽았다. 이유는 '재미있어서'였다.

"수업시간엔 선생님과 함께 실험을 하는데 물질이 반응하고 변하는 게 신기해요."

이날 진학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부스는 이공계 폴리테크닉(전문대학)들이었다. 핀란드 학생들 사이에선 과학 과목이 대표적인 '인기 과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10년 핀란드 과학지표(Tiedebarometri)에 따르면 25세 이하 성인 중 60%가 "과학에 흥미가 있다"고 했고, "과학에 흥미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

헬싱키 인근 카사부오렌중학교. 학교 허락을 받아 취재 간 기자가 2층 과학교실에 들어서니 학생들이 교실 앞쪽에 모여 있었다. 칠판 앞에 서 있는 과학교사 안시 라우하(Anssi Lauha)씨 손에는 실험용 전극(電極)이 들려 있었다. 염화구리 수용액을 분해하는 실험이었다.

핀란드 카우니아이넨시에 있는 카사부오렌중학교 학생들이 과학교사가 염화구리 수용액을 전기분해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물질의 화학분해 과정을 우리나라 학생들은 칠판 그림으로 배우지만 핀란드 학생들을 학교 과학실에서 직접 경험한다.
이 학교 관계자는 "위험성이 적은 실험은 학생들이 직접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처럼 교사가 학생과 함께 실험한다"며 "그렇더라도 학생들이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라우하씨는 수업시간 내내 "염화구리 수용액을 분해하려면 어떻게 할까" "분해 후에는 어떻게 될까"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눈앞의 실험도구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교사의 질문에 답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 라우하씨가 양 전극을 수용액에 넣자 학생들이 우르르 일어나 교탁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실험결과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수업은 5분 정도 늦게 끝났지만 지루해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실생활에 필요한 '응용력'에 초점을 맞춘 OECD 주관 국제학력평가 비교연구(PISA)에서 핀란드는 과학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3·2006년 피사(PISA)에서 과학 과목 1위를 했고, 2009년 피사에선 중국 상하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가 대도시 학생들만 참가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핀란드가 과학 분야에선 사실상 3회 연속 1위를 한 셈이다.

헬싱키대학교 사범대학 야리 라보넨 학과장은 "핀란드가 과학에 강한 이유는 한마디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핀란드에선 교사가 수업방식을 자유롭게 정하고, 대부분이 실험 수업을 빈번히 한다는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중심 과학 수업이 학생들 과학 실력의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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