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사례 증가…학생ㆍ학부모의 ‘폭행ㆍ폭언’이 절반
교사들, “체벌 금지 찬성하지만 교사 자율에 맡겨야”
서울 A중학교 김모 교사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복장을 지도하던 중 한 여학생에게 치마가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가 오히려 학생이 더 큰 소리를 지르며 대들어 황당했다”며 “누가 봐도 내가 혼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떠드는 학생에게 복도로 나가라고 지적하자 학생이 “‘인권조례’가 통과됐는데 왜 이러시냐”며 교사의 말을 무시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10대 학생들 앞에 이미 교권은 무너졌다. 최근에는 성희롱, 성추행, 폭행 등 학교가 ‘사회 범죄의 축소판’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 교사 설 자리는? 피해사례 숨겨진 경우 더 많아
학생들의 도를 넘는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 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폭언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속수무책이다. 교내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는 실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 심각성이 더 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0월 25일부터 한 달 간 ‘학교현장 내 고충사례’를 조사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폭언ㆍ폭행ㆍ협박' 행위가 무려 62건에 달했다. 지난 해 같은 사례로 총 108건 접수된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 2007년에는 79건, 2008년에는 92건이 접수됐다.
◆ ‘대안 없는 체벌금지’가 교권 약화 부추겨
이처럼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당국의 ‘체벌 금지’ 시행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체벌을 금지해 학생들을 보호하겠다던 법이 오히려 학생들 사이에서 교사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도 학교나 교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교사들은 무력감을 느끼고 위축된다”고 말했다.
학급당 30명이 넘는 학생 수와 교사들의 잡무가 많은 것도 교권 하락의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남경희 서울교대 사회교육학 교수는 “업무가 과중하고 학생 수가 많다보니 교사가 학생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일탈 행동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교사의 관리 능력 부족도 교권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학생을 적기에 적절히 제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폭력과 폭언들을 학생의 잘못 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는 것이다.
◆ 체벌 금지엔 공감…“법 보다는 교사 자율에 맡겨야”
그렇다면 무너지는 교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교육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사의 권한을 존중해주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체벌에는 교사나 교원단체 대부분이 반대하지만 이를 교사의 자율이 아닌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성호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안에서는 학생의 지도 관리를 전적으로 교사의 자율에 맡겨야만 교사의 권위가 회복될 수 있다”며 “우선 이것이 전제된 다음에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일부 교육 시민단체들은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도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이돈후 부회장은 “학생 인권을 마치 교권과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교권의 확립 속에 학생들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있는 만큼 이 둘을 상호갈등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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