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사립보다 좋은 공립학교 골라 보내는 영국

나는 지금 영국 레딩의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대학원에서 교사코스를 이수할 때(영국은 교사가 되려면 시험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2년간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 수학과의 경우 반 정도가 중도 탈락했다) 두 군데 학교에서 실습을 했다. 코스를 하는 동안 제출하는 과제 중, 실습한 2개 학교를 비교, 분석하는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는 게 있을 만큼 영국은 학교마다 운영방식이 아주 다르다. 국가가 정하는 커리큘럼을 가르치지만 교장이 누구냐, 어느 지역에 있느냐 등에 따라 교육 내용과 수준이 다르다. 한국에 비해 학교 운영이 훨씬 더 자유로운 셈이다. 내 아들 녀석은 영국에서 공립초등학교를 다닌다.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데, 티셔츠 한 장에 5천원, 바지 5천원 정도로 저렴하고 동네 슈퍼마켓에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다. 그 외 배움에 필요한 모든 재료, 공책과 연필까지 학교에서 주기 때문에 엄마인 내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건 하나도 없다. 영국에는 ‘Ofsted’ 라고 해서 한국으로 치면 ‘장학사’ 같은 개념의 감찰단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Ofsted 보고서를 찾아보면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 아닌지 등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은 사는 동네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데, 동네별로 ‘어느 학교가 좋다’ 는 입소문이 나있기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한국처럼 아이를 좋다고 소문난 학교에 보내고 싶어서 이사를 하기도 한다. 한 반의 정원은 30명이고, 한국처럼 학교 규모가 크지 않아서 보통 한 학년에 2반 정도 있다. 교사 입장에선 학생들을 관리하기가 한국보다 훨씬 수월하다. 학부모가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로 공교육 만족스러워
내 주변의 영국인 친구들은 거의 모두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나마 욕심을 부리는 게 Ofsted 보고서 내용이 좋은, 학교를 골라 보내는 정도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사립학교의 학비(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을 경우 보통 연 3천만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 6천만원 정도)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특별활동의 경우도 사립에선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하지만 공립에선 거의 무료다. 최근 전근 온 교사 중 한 명이 딸 둘을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는데 자기가 버는 돈 거의 전부가 아이들 학비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 반 정원은 공립의 절반인 15명 정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게 성적과 연결되는 건 아닌 듯하다.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사립 출신이 공립 출신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 아이는 사립학교를 나와서인지 뭐가 달라도 달라’ 라는 식의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도 사립과 공립이 있다. 공립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배정을 받고 사립은 돈만 내면 갈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튼스쿨(기숙학교, 연간 1억 2천만원)처럼 학비도 비싸고 학생들의 성적도 우수한 학교도 있지만, 영국의 일반적인 사립학교는 돈만 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사립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적이 우수한 건 아니다 . 사립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학부형들이 부유층일 뿐이지 학생들의 실력은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아주 다양하다고 했다. 학교의 종류 중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입학할 수 있는 학교인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인데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비는 무료이며 아이들의 성적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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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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