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모는 인생 대부분을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보통의 한국 부모들과 사뭇 다르다. 형편이나 환경에 따라 교육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는 층이 있는가 하면 고등학교까지 마치는 것만을 근근이 도와주는 부모도 있으며 한국처럼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부모도 있다. 이처럼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누가 교육에 얼마를 투자한다고 해서 거기에 휩쓸리거나 상처받는 일이 거의 없다.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는 부모 또한 아이를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거나 좋은 대학 입학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아이들이 잘 커나가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어 특정 종교적인 분위기나 철학적 바탕이 있는 학교에 보낸다든지, 예술이나 외국어 등 아이가 재능 있는 분야를 집중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하는 식이다.
미국에서도 사교육은 공교육보다 질 높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 사립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3명 정도로 공립(25명 내외)의 절반 수준이다. 이외에도 밀도 있는 수업, 다양한 특별활동과 대외 활동, 질 높은 급식 등도 사립학교의 장점이다. 또한 공교육에서는 아이들이 크나큰 일탈을 하지 않는 한 어찌됐든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해야 하는 법조항들을 적용받기 때문에 학생통제가 쉽지 않으나 사립학교들은 나름의 교칙을 세워 학습이 부진하다든가 교육환경을 해치는 학생들이 있다면 바로바로 탈락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소득이나 교육격차가 심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대도시의 경우 많은 중상류층은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을 안고서라도 자녀를 안전이 담보되는 사립학교에 보낸다. 또한 사립학교의 경우 그 학교의 교육 방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학교와 부모, 학생 간의 상호협력을 통해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미국학생의 90%가 공립학교를 다닌다는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 년에 1만2천~1만5천 달러(1천3백50만~1천6백70만원)라는 등록금을 내며 사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미국 가정은 많지 않다. 대신 미국에는 공립학교 안에서도 특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마그넷 스쿨(Magnet School)이나 차터스쿨(Charter School) 등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있다. 마그넷 스쿨은 예술·과학 몬테소리·전통교육 등을 집중 교육 시키는 특수 목적 학교로, 등록금은 따로 없지만 인기가 높은 학교의 경우 입학전형이나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초·중·고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마그넷에서 초등학교를 시작하면 고등학교까지 다니는 경우가 많다. 차터스쿨은 공교육의 획일성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학교로, 학부모와 지역 단체 등도 운영에 참여한다. 전반적으로는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게 교육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선호하며 정부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은 무료다.
재능·가치관 따라 학교 선택 갈려
사립학교의 경우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어렵지 않게 입학할 수 있지만 마그넷 학교 등은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또 일반 공립학교 중에서도 평균성적이 우수하고 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교육환경을 가진 학교들도 꽤 있으며 이러한 학교를 보낼 수 있는 한국의 학군격인 해당 존(Zone)으로 편입되기 위해 이사를 하는 학부모 또한 적지 않다. 자신의 존(Zone)에 있는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사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해당 학교 입학 거절을 하고 다른 학교로 편입할 수도 있다.
좋은 대학 입학이나 좋은 직장 입사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목표가 아닌 사회 분위기에서, 미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약간의 여유가 사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학교를 찾아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나 가치관에 맞는 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키고, 그렇게 입학한 학교에서도 부모와 자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질 높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은 부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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