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시교육청 ‘사교육 문제와 대책’ 토론회 진도보다 미리 앞서 공부하는 ‘선행학습’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시교육청 주최로 ‘선행학습형 사교육의 문제와 대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자들은 “교육학적으로 선행학습과 학업성취도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습에 악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성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유독 선행학습형 사교육이 발달한 점에 대해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한국의 공교육은 다른 국가에 비해 교육과정의 난도가 높고 분량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많은 양을 학습하기 위해 원래 의도된 교육과정의 진도보다 더욱 빠르게 진도를 마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이어서 학생과 학부모는 경쟁에 지지 않으려고 지속적으로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교육기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이러한 불안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선행학습을 부추긴다고 김 부소장은 분석했다. 그러나 김 부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보편화된 선행학습은 사실상 그 근거가 없다”며 “다양한 교육학 연구에서 선행학습과 학업성취도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부소장은 또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 측면에서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연구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선행학습이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태 경기대 대우교수도 선행학습형 사교육의 병폐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선행학습은 대충 진도만 나가며 단지 시험 출제 빈도가 높은 공식이나 개념만을 주입한다”며 “아이들에게서 진정한 앎과 연구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말했다. 또 “선행학습은 하나만의 정답을 강요하는 객관식형 문제 형태를 강화한다”며 “이는 과정은 생략한 채 정답만 맞히면 된다는 시험지상주의 교육 풍토를 확대시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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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의 서울 대명초 교사는 초등학교 평가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1~3학년의 중간·기말 등 정기평가를 폐지하고 4~6학년의 정기평가는 학기당 1회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험이 너무 잦아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선행학습을 받은 학생이 아닌 일반 학생의 수준에 맞추는 식으로 교사의 책임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한글 기초교육을 강화하면 취학 전 한글을 떼기 위한 과도한 사교육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호 영등포여고 교사는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학과 영어의 수준별 이동수업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수학·영어의 수준별 이동수업이 학생들에게 주는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또 “현재의 교과서 학습량을 20%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많은 학생들은 수학, 영어, 국어, 과학 교과에서 현재의 교육과정과 교과 내용이 지나치게 어렵고 양이 많다는 지적을 했다”고 밝혔다. 중·고등학교의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지필평가의 비중을 낮추고 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 공동 출제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정형 평가를 확대하고 교사별 학생평가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천 부소장은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은 선행학습형 사교육에 매달리기보다는 학교 수업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해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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