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법정 현실과 가장 밀접해 지식 수준 높아 많은 준비 필요
대학 재학 중에 제섭 무트 코트 경연대회(Philip C. Jessup International Law Moot Court Competition) 국내 예선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다른 세 명의 동기와 함께 6개월 정도 준비했던 것이 기억난다. 겨울방학 동안에는 거의 매일 학교 도서관에 모여 자료를 찾고 변론 준비와 연습을 진행했는데 대학생활 중 가장 깊이 있는 토론 경험이었다.법학을 다루는 모의법정은 다른 여러 형식의 토론 대회보다 현실과 가장 밀접하다.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적어도 억울하게 피해를 보지는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동시에 이성적이고 성숙한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의 유엔이나 국회 등의 토론 대회에는 많이 참가해 보았지만, 모의법정은 처음이어서 제섭 무트 코트 준비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 중에서도 함께 참가했던 친구들이 모두 공감했던 점이 한 가지 있다. 사전에 모의법정 경험이 있었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법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모의법정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대회의 모든 것이 매우 생소했고 그만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물론 다른 토론 대회 참가 경험이 무트 코트 당일 구두 변론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제섭 무트 코트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법정 경험의 여부에서 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모의법정의 경우 다른 토론대회에 비해 법학이라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한다. 특히, 학부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전공자를 위한 모의법정이 많기 때문에 요구하는 지식 수준은 더욱 놓다. 또한, 법학의 특성상 조사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절차나 형식을 맞추어 나가는 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제섭 무트 코트를 준비하는 6개월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한 번이라도 모의법정 참가 경험이 있었더라면 훨씬 수월하게 준비가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왔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부러운 것이 있다. 바로 다양한 기회가 많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때 모의법정 참가 경험이 있었다면, 대학에 진학해 모의법정에 참가하였을 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막연히 변호사나 검사, 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 모의법정에 직접 참여한다면 훨씬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이런 기회를 통해 법학 등 특정한 분야를 경험한다면 진로를 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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