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30% 차지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유대인은 2%에 불과하지만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다. 아울러 미국 4대 일간지와 주요 방송국을 포함한 언론과 영화산업, 금융산업을 이끄는 인물들 가운데 유독 유대인이 많은 것은 우연일까.
요즘 한국 부모들이 열광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유대인들의 남다른 교육법을 살펴보자.
유대 민족은 나라 없이 2천 년을 떠돌았지만 민족이 소멸되지 않고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부활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은 1천3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정치·경제·문화·미디어 등 미국의 주요 산업과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이 유대인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들은 할리우드를 만들어 미국의 영화산업을 주도했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4대 일간지와 ABC, CBS, NBC 등 TV 매체를 탄생시켰다. 또한 미국의 원자탄 발명과 우주산업의 개척을 주도했으며 오늘날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미국 아이비리그 재학생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저력을 말해준다. 유대인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토론을 즐기고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삶의 방식이 오늘날의 유대인을 만들었다. 뜨거운 교육열은 한국 부모들도 비슷하나 유대인들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 그들이 추구하는 공부 목적은 분명 다름을 알 수 있다. 누구든 따라 하고 싶은 유대인들의 특별한 교육법을 들여다보자. part 01 논리력·사고력 키워주는 토론 교육 >>> ”자신의 생각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2009년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유대인의 공부’를 연출한 정현모 PD는 유대인의 저력은 가정교육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가정교육의 핵심은 부모와 자식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이다. 정 PD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길 바라지만 유대인 부모는 아이 스스로 앎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고 주체성을 고양시킬 수 있게끔 많은 대화와 토론을 이어나간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KBS 스페셜’을 준비하면서 만난 유대인 하버드 대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의 특징으로 제일 먼저 부모와의 대화를 꼽았다. 부모로부터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받고, 자신도 질문을 하면서 논리력을 키웠다는 것. 그 결과 유대인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주체성을 키워나간다. 또 부모가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시켜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즉 생각하는 기술, 독서하는 기술, 말하는 기술 등을 스스로 터득하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발견하는 것. 예를 들어 지구의 회전에 대한 과학 지식을 빨리 전달해주는 것보다, 더디더라도 아이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교육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왜 지구에는 낮과 밤이 있을까?’ ‘왜 지구에는 여름과 겨울이 있는 것일까?’ 등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작은 사건에서 궁금증을 갖게끔 많은 질문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보고 있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토론교육의 시작 이러한 토론문화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들은 다른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논쟁을 벌이는 걸 즐기기 때문에 논리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유대인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가정 내 토론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많이 이뤄진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려 노력하는데, 그 시간에 부모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확인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가족 간에 교감을 나눈다. 저녁식사는 세상을 향한 아이의 질문이 시작되는 자리이고 때론 편안한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길어질 때는 3시간 넘게 식사를 하기도 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이면 전 세계 유대인들은 외출을 삼가고 가족과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이른바 안식일 만찬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바빠도 이날만큼은 같이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정현모 PD는 취재 중 만난 하버드 대학생 릴리의 가정을 예로 들며 유대인의 교육 철학을 설명했다. “릴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59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돼 보수파 유대인 부모 밑에서 완벽한 유대인으로 자랐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금요일 저녁식사에서 릴리는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보다 중요한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죠. 실제로 유대인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보면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아요. 일상적인 얘기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종교, 문화, 정치,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죠. 마치 토론 수업이 진행되는 것처럼 모두가 이야기에 집중하며 식사를 하더군요.”
좋은 대답보다 좋은 질문이 우선
이러한 토론문화는 가정에서 시작해 학교로 이어진다. 릴리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닌 유대인 학교에서는 수학과 영어 같은 일반 과목 외에 유대인의 고유 언어인 히브리어와 유대인 법률, 유대인의 경전인 ‘토라’의 해석 수업 등이 진행되는데 수업시간 내내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부모는 “(한국 부모처럼)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말한다. 수업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금한 걸 묻고 토론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PD는 “유대인들을 취재하면서 자주 들었던 얘기가 ‘Good question(좋은 질문이군요)’ 또는 ‘I don’t like your question(그 질문이 마음에 안 들어요)’과 같이 질문에 대한 평가였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히브리어에서 ‘무엇(what)’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인간(human)’이라는 단어의 어원과 같다고 한다. 즉 인간은 ‘질문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이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항상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part 02 정체성 확립 위한 뿌리교육 >>>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큰 힘” 유대인은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이다. 뿌리교육의 교본으로 쓰이는 것은 단연 ‘탈무드’와 ‘토라’. 유대인들은 12~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르는데 성인식 이후 아이들은 예배에 참여하고 양피지 두루마리로 된 유대교 성서인 ‘토라’와 ‘하프토라’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을 읽기 위해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히브리어를 배운다. 한때 고전 히브리어는 일상어로서의 기능이 줄어들고 연구와 종교의식 등에만 사용됐으나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유대인들의 언어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토라·탈무드 배우며 역사 공부
토라를 공부하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토라는 기독교의 구약 중 ‘모세 5경(모세가 쓴 5가지 책)’으로 이뤄졌다. 토라가 모세에 의해 쓰인 것이라면 탈무드는 이를 해석, 세대를 이어가며 내용을 더해나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직접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유대문화를 연구해온 현용수 박사는 안식일에 랍비 코헨씨의 집에 초대받아 다음과 같은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안식일 점심식사는 2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서로 할 말이 많았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린 자녀들에게 식탁 예절을 익히게 하고 남과 대화하는 방법, 즉 인간관계를 가르친다. 오후 2시30분쯤 되자 아이들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곧 코헨씨가 일어나 네 살 된 아들을 다시 데리고 나와 무릎에 앉힌 뒤 식탁 위에 성경 교재를 펼쳤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손님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도 놀라웠다. 그들에게 자녀 교육 시간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때문에 유대인 자녀들은 탈선이나 가출, 약물중독 등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성경 공부는 가정뿐 아니라 유대인의 전통적인 학습기관인 ‘예시바’에서도 이뤄진다.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주로 탈무드를 학습하며 유대인의 가치를 연구하고 배우는데, 그들이 2천 년 넘게 방랑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데는 예시바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곳은 다른 도서관과 달리 특이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모든 사람이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목소리를 높여 토론을 벌인다. 의자와 책상 구조도 일반 도서관과 달리 모든 좌석이 둘 이상 마주 보고 앉도록 놓여 있다. 어느 누구도 혼자 공부할 수 없는 구조인 것. 즉 예시바는 토론과 논쟁을 중시하는 유대인의 공부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유대인들이 뿌리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역사가 어떠한지를 살펴야만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정체성은 미래를 개척해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임감 부여하는 성인식 유대인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성인식이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식은 화려하게 치르는 편이다. 미국 뉴욕의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유대인 성인식을 뜻하는 ‘Bar Mitzvah’가 적힌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치 대형 파티장을 방불케 하는 성인식에서 아이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어른들에게 최고 대우를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성인식이 단순히 축하 받고 즐기는 날은 아니다. 그들이 당당하게 유대 사회의 일원이 됐음을 알리는 행사인 만큼 유아 시절부터 배워온 히브리어로 하객 앞에서 토라를 읽어야 한다. 이러한 성인식의 본질은 ‘책임감’이다. 즉 아이가 열세 살이 되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이때부터는 아이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게 한다. 하객들이 전달하는 선물과 축의금 또한 아이에게 책임감을 불어넣어주는 도구다. 주로 토라와 시계를 선물하는데, 성경책은 성인이 된 아이가 부모를 통하지 않고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하고, 시계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대인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 안식일에는 일하지 마라 전 세계 어디에 살든지 유대인에게 안식일은 종교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유대인이 많이 사는 미국 뉴욕이나 이스라엘에서는 금요일 일몰 후부터 토요일 일몰 전까지 진기한 풍경이 벌어진다. 율법에 따라 모든 문명의 사용이 중단된다. 전기 스위치조차 만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안식일 중에는 불을 끌 수도 켤 수도 없다. 요리를 위해 불을 켤 수 없으니 미리 음식을 만들어 저열 보온 기구에 담아둔 뒤 안식일이 시작되기 직전 스위치를 켜놓는다. 전화기, 리모컨 등 각종 전자제품에 손을 대서도 안 된다. 이러한 모습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안식일 문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싫든 좋든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금요일 만찬을 즐기며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다진다. 가장인 아버지가 식사 기도를 하고 안식일 빵을 자르면 식사가 시작되는데, 이들은 마치 파티라도 벌이는 듯 노래를 부르거나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 그것이 가족의 화목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part 03 세계적 상인으로 키우는 경제교육 >>> ”어려서부터 아이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라”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매년 개인 소유 재산을 분석해서 미국의 부자 상위 4백 명을 발표하는데, 그중 60~1백 명이 유대인이다. 실제 미국 인구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남짓하나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미국 국민소득의 15%에 달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라’고 한 성경 말씀에서 비밀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가난한 것은 집안에 50가지 재앙이 있는 것보다 더 나쁘다’(탈무드)라고 할 만큼 가난을 싫어하며, 청빈(淸貧)이 아니라 청부(淸富)를 추구한다. 또한 ‘아들에게 직업 기술을 안 가르치는 것은 강도로 키우는 것과 같다’ ‘부자가 되려면 자선을 많이 하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돈 버는 법과 돈 쓰는 법을 모두 가르친다. 한 예로 유대인 가정의 아이들은 성인식 때 받은 축의금을 헛되이 쓰지 않고, 예금이나 주식 등 각자 재테크 방식을 선택해 자산관리에 들어간다. 성인식을 기점으로 자신의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지듯 경제 부분도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용돈도 계약의 일종
유대인들은 정당한 권리 행사와 약속 이행을 위해 계약의 내용과 상품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을 첫째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서 유대인 상인들은 대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상품이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도착할 것이라고 무조건 믿는다든지, 상품 발송이 끝났다고 차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계약의 백성’이라고 불릴 만큼 장사나 사업에 철저한 민족이며, 유대인 상술의 진수는 계약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와 계약(약속)을 자주 맺는데, 용돈도 계약의 개념으로 본다. 용돈 지급일과 금액, 용돈 인상일, 용돈 가불 등에 대한 규칙, 용돈으로 지급해야 할 항목 등을 명시해놓고 계약 사항을 변동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토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협상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용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할 때는 무조건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용돈이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아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러한 교육 덕분에 오늘날 유대인들은 세련된 협상술을 발휘하며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여기서 탈무드에 나오는 유대인의 상술과 관련된 유머를 살펴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셋에다 셋을 더하면 몇이냐?” 아들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홉이죠.” “아니야, 여섯이라고 해야 맞지.” “물론 여섯이 맞아요. 하지만 내가 여섯이라고 말하면 아버지는 셋을 깎을 테니까요.” 시간=황금
유대인들이 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탈무드에서는 시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격언이 전해진다. “그 어떤 사람도 경멸해서는 안 되며, 그 어떤 물건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며, 장소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물건은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비즈니스에서도 ‘시간은 황금’이라는 절대 가치를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1초에 얼마’로 환산해서 생각한다. 가령 한 달에 1만 달러를 받는 유대인이라면 하루에 3백33달러, 1시간에 42달러, 1분이면 0.7달러 정도를 버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에는 단 1분이라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간에 정확한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치는 훈련을 받으며 자란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성인식 때 시계를 선물하는 전통은 ‘시간을 잘 지키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한번 하기로 한 계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대인 부모의 특징 중 하나다. 유대인 격언에 ‘시간을 훔치지 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 1분 1초라도 다른 사람의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은 상품이나 금고 속에 넣어둔 돈을 도둑맞는 것과 똑같이 시간도 도둑맞는다고 생각한다.
여성동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유대인은 2%에 불과하지만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다. 아울러 미국 4대 일간지와 주요 방송국을 포함한 언론과 영화산업, 금융산업을 이끄는 인물들 가운데 유독 유대인이 많은 것은 우연일까.
요즘 한국 부모들이 열광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유대인들의 남다른 교육법을 살펴보자.
유대 민족은 나라 없이 2천 년을 떠돌았지만 민족이 소멸되지 않고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부활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은 1천3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정치·경제·문화·미디어 등 미국의 주요 산업과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이 유대인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들은 할리우드를 만들어 미국의 영화산업을 주도했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4대 일간지와 ABC, CBS, NBC 등 TV 매체를 탄생시켰다. 또한 미국의 원자탄 발명과 우주산업의 개척을 주도했으며 오늘날의 컴퓨터와 인터넷을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미국 아이비리그 재학생의 30%, 노벨상 수상자의 23%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저력을 말해준다. 유대인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토론을 즐기고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삶의 방식이 오늘날의 유대인을 만들었다. 뜨거운 교육열은 한국 부모들도 비슷하나 유대인들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 그들이 추구하는 공부 목적은 분명 다름을 알 수 있다. 누구든 따라 하고 싶은 유대인들의 특별한 교육법을 들여다보자. part 01 논리력·사고력 키워주는 토론 교육 >>> ”자신의 생각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2009년 다큐멘터리 ‘KBS 스페셜-유대인의 공부’를 연출한 정현모 PD는 유대인의 저력은 가정교육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가정교육의 핵심은 부모와 자식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이다. 정 PD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지식을 효율적으로 습득하길 바라지만 유대인 부모는 아이 스스로 앎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고 주체성을 고양시킬 수 있게끔 많은 대화와 토론을 이어나간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KBS 스페셜’을 준비하면서 만난 유대인 하버드 대학생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의 특징으로 제일 먼저 부모와의 대화를 꼽았다. 부모로부터 다양한 주제의 질문을 받고, 자신도 질문을 하면서 논리력을 키웠다는 것. 그 결과 유대인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부모로부터 존중을 받으면서 주체성을 키워나간다. 또 부모가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시켜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독서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즉 생각하는 기술, 독서하는 기술, 말하는 기술 등을 스스로 터득하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발견하는 것. 예를 들어 지구의 회전에 대한 과학 지식을 빨리 전달해주는 것보다, 더디더라도 아이들이 이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교육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왜 지구에는 낮과 밤이 있을까?’ ‘왜 지구에는 여름과 겨울이 있는 것일까?’ 등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작은 사건에서 궁금증을 갖게끔 많은 질문과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보고 있다.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토론교육의 시작 이러한 토론문화는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들은 다른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며 논쟁을 벌이는 걸 즐기기 때문에 논리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유대인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가정 내 토론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많이 이뤄진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려 노력하는데, 그 시간에 부모는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확인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가족 간에 교감을 나눈다. 저녁식사는 세상을 향한 아이의 질문이 시작되는 자리이고 때론 편안한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길어질 때는 3시간 넘게 식사를 하기도 한다. 특히 매주 금요일이면 전 세계 유대인들은 외출을 삼가고 가족과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이른바 안식일 만찬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바빠도 이날만큼은 같이 식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정현모 PD는 취재 중 만난 하버드 대학생 릴리의 가정을 예로 들며 유대인의 교육 철학을 설명했다. “릴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59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돼 보수파 유대인 부모 밑에서 완벽한 유대인으로 자랐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금요일 저녁식사에서 릴리는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지식보다 중요한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하죠. 실제로 유대인의 식탁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보면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아요. 일상적인 얘기로 시작하는 것 같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종교, 문화, 정치, 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죠. 마치 토론 수업이 진행되는 것처럼 모두가 이야기에 집중하며 식사를 하더군요.”
좋은 대답보다 좋은 질문이 우선
이러한 토론문화는 가정에서 시작해 학교로 이어진다. 릴리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다닌 유대인 학교에서는 수학과 영어 같은 일반 과목 외에 유대인의 고유 언어인 히브리어와 유대인 법률, 유대인의 경전인 ‘토라’의 해석 수업 등이 진행되는데 수업시간 내내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부모는 “(한국 부모처럼)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말한다. 수업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금한 걸 묻고 토론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PD는 “유대인들을 취재하면서 자주 들었던 얘기가 ‘Good question(좋은 질문이군요)’ 또는 ‘I don’t like your question(그 질문이 마음에 안 들어요)’과 같이 질문에 대한 평가였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히브리어에서 ‘무엇(what)’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인간(human)’이라는 단어의 어원과 같다고 한다. 즉 인간은 ‘질문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이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항상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part 02 정체성 확립 위한 뿌리교육 >>>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큰 힘” 유대인은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이다. 뿌리교육의 교본으로 쓰이는 것은 단연 ‘탈무드’와 ‘토라’. 유대인들은 12~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르는데 성인식 이후 아이들은 예배에 참여하고 양피지 두루마리로 된 유대교 성서인 ‘토라’와 ‘하프토라’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을 읽기 위해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히브리어를 배운다. 한때 고전 히브리어는 일상어로서의 기능이 줄어들고 연구와 종교의식 등에만 사용됐으나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유대인들의 언어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토라·탈무드 배우며 역사 공부
토라를 공부하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토라는 기독교의 구약 중 ‘모세 5경(모세가 쓴 5가지 책)’으로 이뤄졌다. 토라가 모세에 의해 쓰인 것이라면 탈무드는 이를 해석, 세대를 이어가며 내용을 더해나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대인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직접 자녀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유대문화를 연구해온 현용수 박사는 안식일에 랍비 코헨씨의 집에 초대받아 다음과 같은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안식일 점심식사는 2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서로 할 말이 많았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린 자녀들에게 식탁 예절을 익히게 하고 남과 대화하는 방법, 즉 인간관계를 가르친다. 오후 2시30분쯤 되자 아이들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곧 코헨씨가 일어나 네 살 된 아들을 다시 데리고 나와 무릎에 앉힌 뒤 식탁 위에 성경 교재를 펼쳤다. 아버지가 자녀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손님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도 놀라웠다. 그들에게 자녀 교육 시간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때문에 유대인 자녀들은 탈선이나 가출, 약물중독 등에 빠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성경 공부는 가정뿐 아니라 유대인의 전통적인 학습기관인 ‘예시바’에서도 이뤄진다.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주로 탈무드를 학습하며 유대인의 가치를 연구하고 배우는데, 그들이 2천 년 넘게 방랑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갈 수 있는 데는 예시바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곳은 다른 도서관과 달리 특이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모든 사람이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목소리를 높여 토론을 벌인다. 의자와 책상 구조도 일반 도서관과 달리 모든 좌석이 둘 이상 마주 보고 앉도록 놓여 있다. 어느 누구도 혼자 공부할 수 없는 구조인 것. 즉 예시바는 토론과 논쟁을 중시하는 유대인의 공부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유대인들이 뿌리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역사가 어떠한지를 살펴야만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정체성은 미래를 개척해가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임감 부여하는 성인식 유대인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성인식이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식은 화려하게 치르는 편이다. 미국 뉴욕의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유대인 성인식을 뜻하는 ‘Bar Mitzvah’가 적힌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치 대형 파티장을 방불케 하는 성인식에서 아이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어른들에게 최고 대우를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성인식이 단순히 축하 받고 즐기는 날은 아니다. 그들이 당당하게 유대 사회의 일원이 됐음을 알리는 행사인 만큼 유아 시절부터 배워온 히브리어로 하객 앞에서 토라를 읽어야 한다. 이러한 성인식의 본질은 ‘책임감’이다. 즉 아이가 열세 살이 되면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이때부터는 아이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게 한다. 하객들이 전달하는 선물과 축의금 또한 아이에게 책임감을 불어넣어주는 도구다. 주로 토라와 시계를 선물하는데, 성경책은 성인이 된 아이가 부모를 통하지 않고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하고, 시계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대인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 안식일에는 일하지 마라 전 세계 어디에 살든지 유대인에게 안식일은 종교적·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유대인이 많이 사는 미국 뉴욕이나 이스라엘에서는 금요일 일몰 후부터 토요일 일몰 전까지 진기한 풍경이 벌어진다. 율법에 따라 모든 문명의 사용이 중단된다. 전기 스위치조차 만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안식일 중에는 불을 끌 수도 켤 수도 없다. 요리를 위해 불을 켤 수 없으니 미리 음식을 만들어 저열 보온 기구에 담아둔 뒤 안식일이 시작되기 직전 스위치를 켜놓는다. 전화기, 리모컨 등 각종 전자제품에 손을 대서도 안 된다. 이러한 모습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안식일 문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싫든 좋든 온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금요일 만찬을 즐기며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다진다. 가장인 아버지가 식사 기도를 하고 안식일 빵을 자르면 식사가 시작되는데, 이들은 마치 파티라도 벌이는 듯 노래를 부르거나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통을 고수하는 것, 그것이 가족의 화목과 직결됨을 알 수 있다.
part 03 세계적 상인으로 키우는 경제교육 >>> ”어려서부터 아이를 협상 테이블에 앉혀라”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매년 개인 소유 재산을 분석해서 미국의 부자 상위 4백 명을 발표하는데, 그중 60~1백 명이 유대인이다. 실제 미국 인구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남짓하나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미국 국민소득의 15%에 달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라’고 한 성경 말씀에서 비밀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가난한 것은 집안에 50가지 재앙이 있는 것보다 더 나쁘다’(탈무드)라고 할 만큼 가난을 싫어하며, 청빈(淸貧)이 아니라 청부(淸富)를 추구한다. 또한 ‘아들에게 직업 기술을 안 가르치는 것은 강도로 키우는 것과 같다’ ‘부자가 되려면 자선을 많이 하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돈 버는 법과 돈 쓰는 법을 모두 가르친다. 한 예로 유대인 가정의 아이들은 성인식 때 받은 축의금을 헛되이 쓰지 않고, 예금이나 주식 등 각자 재테크 방식을 선택해 자산관리에 들어간다. 성인식을 기점으로 자신의 모든 선택에 책임을 지듯 경제 부분도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용돈도 계약의 일종
유대인들은 정당한 권리 행사와 약속 이행을 위해 계약의 내용과 상품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을 첫째 원칙으로 삼는다. 그래서 유대인 상인들은 대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상품이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도착할 것이라고 무조건 믿는다든지, 상품 발송이 끝났다고 차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계약의 백성’이라고 불릴 만큼 장사나 사업에 철저한 민족이며, 유대인 상술의 진수는 계약에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와 계약(약속)을 자주 맺는데, 용돈도 계약의 개념으로 본다. 용돈 지급일과 금액, 용돈 인상일, 용돈 가불 등에 대한 규칙, 용돈으로 지급해야 할 항목 등을 명시해놓고 계약 사항을 변동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토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협상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용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할 때는 무조건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용돈이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아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러한 교육 덕분에 오늘날 유대인들은 세련된 협상술을 발휘하며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여기서 탈무드에 나오는 유대인의 상술과 관련된 유머를 살펴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얘야, 셋에다 셋을 더하면 몇이냐?” 아들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홉이죠.” “아니야, 여섯이라고 해야 맞지.” “물론 여섯이 맞아요. 하지만 내가 여섯이라고 말하면 아버지는 셋을 깎을 테니까요.” 시간=황금
유대인들이 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탈무드에서는 시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격언이 전해진다. “그 어떤 사람도 경멸해서는 안 되며, 그 어떤 물건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며, 장소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물건은 없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비즈니스에서도 ‘시간은 황금’이라는 절대 가치를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은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을 ‘1초에 얼마’로 환산해서 생각한다. 가령 한 달에 1만 달러를 받는 유대인이라면 하루에 3백33달러, 1시간에 42달러, 1분이면 0.7달러 정도를 버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에는 단 1분이라도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이처럼 시간에 정확한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치는 훈련을 받으며 자란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성인식 때 시계를 선물하는 전통은 ‘시간을 잘 지키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한번 하기로 한 계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대인 부모의 특징 중 하나다. 유대인 격언에 ‘시간을 훔치지 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 1분 1초라도 다른 사람의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은 상품이나 금고 속에 넣어둔 돈을 도둑맞는 것과 똑같이 시간도 도둑맞는다고 생각한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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