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6일 화요일

효과 만점 '일기 활용법'

가족 소통의 장··· 바른 글씨·시간관리 요령도 익혀

많은 어린이가 일기를 단순히 일상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이나 학교 숙제의 하나 정도로 여긴다. 기왕 쓰는 일기, 다양하게 활용해 볼 순 없을까? 이은환(수원 원천중 1)군, 문소현(서울 구의초 2)양, 박소민(서울 반원초 1)양 등 '일기 쓰기의 달인'에게 일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일기로 하나 된 마귀할멈 엄마와 말썽꾸러기 아들
엄마는 친구들과 싸우고 집에 와서 볼멘소리 하는 아들이 못마땅했다. 아들은 참견받을 이유가 없는 친구 관계로 간섭받는 게 싫었다. 엄마는 공개수업에서 발표 한 번 못하고 산만한 아들이 불만이었고, 아들은 자신을 나무라는 엄마가 마귀할멈 같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으르렁대던 모자(母子). 최선화(38·수원시 팔달구)씨와 이은환군의 이야기다. 관계가 회복된 것은 교환일기 덕분이었다. 최씨의 제안으로 하루씩 번갈아가며 서로의 생각을 일기로 적었고 모자는 다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먼저 변한 것은 엄마였다. 화를 내다가도 '차라리 일기장에 적자'라는 생각을 하며 참게 됐다. 그러자 아들도 변했다. 차차 자신감 있고 밝은 성격으로 돌아왔다. 담임선생님에게 엄마와의 교환일기에 대해 칭찬을 들은 뒤로 수업 태도도 바뀌었다. 모자관계와 발표력, 성적, 글쓰기 실력이 모두 함께 발전했고 엄마가 잔소리하던 교우관계 문제도 지금은 은환군 혼자 곧잘 해결한다. 최씨는 "엄마에게도 글 쓰는 건 귀찮은 일이지만 몇 번만 쓰면 습관이 된다. 사춘기 자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이은환군과 엄마 최선화씨. 문소현양과 엄마 강은진씨. /한준호 기자 gokorea@chosun.com 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시간 계획하는 습관, 일기장으로 키우기
문소현양의 일기장 첫 장에는 일일계획표가 붙어 있다. 소현양은 매일 아침 일어나 엄마와 상의한 일과를 일기 앞장에 적은 뒤 하루를 시작한다. 주로 그날 읽을 책 이름이나 다녀올 체험학습장을 시간과 함께 간단히 적어 둔다. 어머니 강은진(37·서울 광진구)씨의 아이디어다.

"시간관리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아침엔 계획표 칸을 채우면서 시간을 조율하고, 저녁엔 일기를 쓰면서 아침에 세웠던 계획이 잘 수행됐는지 평가합니다. 점점 엄마가 시간 계획에 관여하는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스스로 시간을 계획할 수 있게 할 생각이에요."

소현양의 계획은 하루에 그치지 않는다. 방학 동안에 수행할 한 가지 목표 활동을 정해 기록장을 만들어 일기와 함께 엮었다. 그래서 소현양의 일기에는 독서록, 견학 및 체험활동 기록장 등이 모두 한 권으로 묶여 있다. 그동안에 다녀온 체험학습 자료가 모여 묵직해진 일기장을 볼 때마다 소현양은 행복하다.



◆못난 글씨, 네모 칸 공책 일기로 교정해요
박소민양은 반에서 손꼽히는 말괄량이였다. 호기심이 많아서 집중을 잘하지 못했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기도 어려웠다. 작년 6월,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한두 줄 쓰는 일기도 한 시간 넘게 완성하지 못했다. 한 글자 써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장난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소민양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담임 송기정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바른 글씨 쓰기 덕분이다. 송 선생님 반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한 면에는 그림 그릴 공간이, 나머지 한 면에는 글씨를 적을 네모 칸 공책이 마련돼 있다. 네모 칸 안은 격자로 나누어져 모음과 자음의 위치를 바르게 적을 수 있게 돼 있다. 다른 반 아이들은 모두 줄 공책에 일기를 쓴다.

소민양은 "반 아이들을 따라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어 하면서부터 일기 쓸 때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몸이 삐뚤어지면 글도 삐뚤어지니까요"라고 했다. 가끔 글씨연습 하려고 교과서를 베껴 적는데, 글씨를 천천히 쓰면서 책 내용도 더 찬찬히 보게 됐다.

일기를 쓰는 것에 재미를 붙인 소민양은 이제 책상에도 한 시간씩 곧잘 앉아 있는다. 글씨로 여기저기서 칭찬을 들으면서 공부에 자신감도 붙어 책 읽고 공부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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