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말하는 체험학습
교육의 답은 ‘경험’이라고 말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학원 대신 체험학습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김윤정(40·경기 안산시)씨와 최숙진(40·서울 동작구)씨를 만나 그들만의 교육철학, 좋은 체험학습 프로그램 고르는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 ▲ 김윤정·염재원 모녀. 염동우 기자ydw2801@chosun.com
김윤정씨의 체험학습사랑은 딸 염재원(경기 시곡초 5)양이 다섯 살일 때부터 시작됐다. 유치원에 보낼 돈으로 놀이공원의 연간 회원권을 끊어 동물을 구경시키고 숲에서 놀게 했다. 한 주에 한 번씩 공원, 궁궐, 박물관 등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체험학습장은 거의 다 찾아다녔다.
외박해야 하는 캠프는 3학년 때부터 보내기 시작했다. 염양이 3년 동안 다녀온 캠프는 20여개. 참가비는 대부분 3만원 이내였다. 관공서 홍보 관련 부서에 올라온 공지를 뒤져가며 발품을 판 덕이었다. 경제, 법, 환경, 방송 등 테마도 다양하다. 테마를 검색창에 치면 관련된 캠프들이 뜨는데, 엄마들이 각종 카페에 남긴 리뷰를 확인한 후 딸과 함께 갈지 말지를 정했다. 엄마의 노력 덕분에 염양은 비싼 돈을 줘야 배울 수 있는 딩기요트나 리듬체조까지 저렴하게 배울 수 있었다.
김씨는 체험학습의 장점으로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한글도 배우지 않은 채 입학한 1학년 염양은 시험성적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주관식 답안을 정확히 적어내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염양을 계속 격려했고, 덕분에 자신감이 붙은 아이는 발표력도, 성적도 향상돼 지금은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제치고 반에서 3등을 유지하고 있다.
염양은 체험현장에 대한 기억을 담아 둔 일기장을 한 학기마다 책으로 엮어 손이 자주 가는 책꽂이에 놓아둔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관람한 전시회의 팸플릿 등이 붙어 있어 염양의 일기장은 두툼하다. 틈날 때마다 들춰보면 기억은 어느새 추억이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배운 내용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죠. 학원에서 배우는 지식과 비교할 수 없어요."
◆체험학습의 궁극적 목표는 인성교육
최숙진씨 역시 일주일에 세 번씩 아들 정원석(서울 신남성초 3)군을 체험학습장으로 데리고 다니는 체험학습 마니아다. 정군의 일정을 적은 탁상 달력엔 각종 체험학습 내역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주로 관공서에서 주최하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무료 전시 및 공연을 관람한다. 최씨는 각 기관들이 새로운 일정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요일을 외워뒀다가 정기적으로 정군과 함께 한 주의 일정을 정한다.
최씨는 체험학습을 고집하는 이유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들었다. 가장 못 하는 과목이 지리였는데, 교과서에서 배운 곳을 직접 보지 못하니 이해도 안 가고 재미도 없었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 최씨는 동물책을 좋아하는 아들을 가까이 있는 동물원에 매일 데리고 다녔다. 덕분에 정군에겐 생물학자란 꿈이 생겼다.
체험학습은 결국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무료나 저가인 체험학습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받은 대로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모 기업에서 주최하는 '다솜이 가족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장애인 시설 등지에서 40시간 가까이 봉사했다.
"봉사도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배우는 체험학습이에요. 봉사를 통해 원석이가 똑똑하기보단 현명한 아이가, 지식이 많기보다 지혜로운, 나보단 남을 생각하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윤정·최숙진씨가 말하는 '체험학습, 이렇게 즐기세요'
1. 체험학습 찾기 ― ① 관공서 공식 홈페이지의 관광, 홍보와 관련된 부서의 공지를 확인하라. 특히 처음 개최하는 행사는 가격이 싸고, 서비스 질도 좋다. ② 보내고 싶은 캠프의 주제를 정한 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자. ③ 어머니들이 학습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자. 특히 어머니들의 리뷰를 반드시 확인하라.
2. 체험학습 고르기 ― ① 비싸다고 절대 좋은 캠프 아니니 강사나 강의의 내용을 꼼꼼히 따져 결정한다. ② 모집 인원이 적을수록 좋다. 인솔교사당 학생 수가 적어 확실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③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의사다. 최종 선택권은 아이에게 준다.
3. 체험학습 다녀온 뒤 ― 캠프를 다녀온 뒤 아이에게 무언가 써내라고 강요하지 마라. 혼자 일기를 쓰며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부모가 궁금한 것은 직접 물어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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