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창의력, 이렇게 키웠다
부모 교육법
세 자녀를 둔 박점희(43)씨는 주변 엄마들에게서 '대체 교육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학교 1학년인 첫째, 중학교 2학년인 둘째, 초등 5학년인 셋째까지 사교육 힘을 빌리지 않고도 내로라하는 우등생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특히 둘째와 셋째는 영재로 선발돼 관악과학영재교육원, 서울시과학영재학교 등에서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창의력이 뛰어나다. 박씨는 "독서, 체험, 대화, 신문, 이렇게 네 가지가 창의력을 키운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대개 엄마들은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여기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책을 가지고 '놀게' 했어요. 세 아이는 책으로 담을 쌓거나 집을 지으면서 놀았어요. 그러다가 담이 무너져서 책이 펼쳐지면 그 페이지에 있는 그림을 보곤 했죠. 거실 바닥에는 항상 책이 굴러다니게 놔뒀어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글밥이 많은 책을 골라줘야 한다는 편견도 버렸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3~4페이지에 한 마디만 쓰인 책을 주기도 했다. 독후감도 강요하지 않는다. 책과 포스트잇을 함께 주고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서 해당 페이지에 붙여두라"고 권하곤 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았다. 어떤 대회에 나가더라도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부담을 갖지 않으니 아이들은 어떤 대회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공부했다. 그런 과정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문과 성향이라고만 생각했던 둘째가 수학·과학에도 재미를 붙여 발명, 로봇 만들기 활동까지 하게 된 것이다.
박씨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대화'이다. 책이나 신문을 읽고 체험하는 모든 교육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바로 '대화'이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마주 앉아 책이나 영화, 그날의 뉴스 등을 주제로 '수다를 떨곤' 했다.
"독특하고 특이한 것, 꼭 남이 하지 않은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창의력은 아니에요.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이를 종합해서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이죠. 저는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서평까지 읽게 해요. 이런 과정에서 아이가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야 독후감을 쓰게 했어요."
박준하군의 엄마 김정숙(44)씨는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하는 박군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는 말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 때부터 여행을 통해 그림책이 아닌 실체를 보여줬다. 백화점에 가서도 물건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줬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준하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실업계 고교를 선택했을 때도 고민이 많았지만, 아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잖아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죠. 엄마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어요. 이번에 대전 한밭대학교를 선택했을 때도 마음 편히 발명하고 공부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했습니다."
발명을 좋아하는 박군은 모든 발명에는 전기전자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전기전자제어공학부에 입학했다. 서울의 명문대도 있지만, 맞춤형 학습과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 발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명을 등한시하게 되는 환경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창의성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죠. 창의력은 학습에도 연관성이 큽니다. 창의력 있는 아이가 응용력은 물론 사고력도 높거든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 즐거워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세요. 창의력은 규제 없이 자유롭게 자랄 때 빛을 발하거든요."
한슬기양의 엄마 이유정(45)씨도 김씨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이씨는 딸에게 '~을 해라' '~이 돼야 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성적이 상위권이던 아이가 특목고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거절했을 때도 그 의견을 존중했다. 고3 수험생 시절, 장항습지를 돌아다니며 연구에 몰두하는 아이를 말리지 않았다. 말리기는커녕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일 장항습지까지 아이를 데려다 줬다. 그 때문에 성적이 조금 떨어져도 개의치 않았다. 이씨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놔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아이의 표정부터 달라졌고,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엄마로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연구하는 아이의 열정에 놀랐어요. 그 열정 안에 재능이 숨어 있다고 믿고 기다렸죠. 고2 무렵엔 아이 스스로 진로를 정하고, 해야 할 일을 계획해 실천했어요. 공부하라고 강요하기보다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도운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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