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 없애는 '특별반'… 모두가 이해해야 다음 진도
고충 생기면 심리학자 붙여 특별관리
"다들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유카(Jukka)야, 이 그래프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볼래?"지난 7일 방문한 핀란드 카우니아이넨시 카사부오렌(Kasavuoren) 종합학교 2층의 한 교실에선 학생 세 명만이 앉아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베테랑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한 명이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차근차근 설명한 뒤 진도를 나갔다.
- ▲ 카사부오렌 종합학교 수학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문제를 일일이 설명해 주고 있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칠판 앞에만 서 있는 법 없이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오현석 특파원 socia@chosun.com
그렇다고 '특별반'이 우리나라의 '열등반'처럼 성적 낮은 학생들을 1년 내내 모아놓고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수준에 따른 우열반(優劣班) 편성이 금지되는 핀란드에서는 '통합 학급'이 원칙이다. 다만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문제가 생기면 한시적으로 '특별반'에 편성한 뒤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일반 학급으로 옮긴다.
이 학교 리타 레키란타(Rekiranta) 교장은 "우리는 한 명의 아이라도 낙오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모든 아이들을 함께 끌고 나가자는 게 핀란드의 평등교육의 이념"이라고 말했다.
과목에 따라서는 '특별반'을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일반 학급에 특수교사를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학생을 위해서는 핀란드어 시간에 보조교사가 별도로 이 학생의 공부를 도와준다. 이처럼 '특별 교육' 방식은 과목별·학생별로 유연하게 정해진다. 때로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특별 교육'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모가 이혼하는 등 심리적 충격이 있을 경우엔 필요에 따라 학생에게 학교심리학자(school psychologist)를 따로 붙여 특별 관리한다.
이같은 특별 교육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핀란드 종합학교(초·중학교) 전체 학생 55만3329명 중 4만7168명(8.5%)에 달한다(2009년 핀란드 통계청). 12명 중 1명꼴로 특별 교육을 받는 것이다. 난독증(難讀症) 등 언어 장애로 인한 학습 부진 학생이 9749명으로 가장 많고, 단순 학습 부진(8117명), 정서 장애·부적응(6009명) 등의 순이었다.
특별 교육의 대상을 심신장애인으로 한정하는 한국이었다면 단순 정서장애·학습 부진 학생들은 '문제아' 취급만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꾸벅꾸벅 졸 경우 혼내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이겠죠. 하지만 그게 학생에게 도움이 될까요? 부모가 싸웠거나 사랑하는 강아지가 죽어서 밤새 잠을 못 잤을 수도 있잖아요." 레키란타 교장은 "학생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파악해서 알맞은 도움을 주는 게 프로페셔널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은 학생 탓이 아니라 교사들 책임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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