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전문가 4인의 분석
창의력을 강조한 지도 꽤 됐지만 실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창의력을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만나봤다. 남들보다 뛰어난 창의력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축가·소설가·애니메이터·작곡가 4인이 말하는 창의력은 어떤 것일까.◆애니메이터 한창원 “하나의 소재로 상상의 꼬리를 잡아라”
“애니메이터들은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찾기 위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하나의 소재를 선택해 그와 연관된 소재를 계속 떠올리는 거죠.”
국내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빼꼼의 애니메이터 한창원(알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팀장)씨는 브레인스토밍이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물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면 물과 관련된 소재인 수증기, 구름, 호수, 바다, 우물, 얼음 등을 나열해본다. 그런 다음 각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본다. 이런 이야기들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에는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그는 과거보다 상상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상 꼬리 물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한씨는 “어떤 종류나 장르를 불문하고 가능한 한 모든 매체를 접해보는 것이 창의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넓은 식견은 넓은 사고를 만들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고 재미있게 감상하다 보면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자란다”고 했다.
“모든 분야에서 창의력이 중요하죠. 특히, 애니메이션은 대중과 함께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구태의연하거나 참신하지 않으면 외면받기 일쑤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소년기부터 창의력에 관한 노력을 한다면 더 나은 다양한 작품, 다양한 직업군들이 탄생하겠죠. 무엇을 보든 관찰하고 브레인스토밍 하는 것 잊지 마세요.”
◆건축가 오영욱 “치열한 고민과 다양한 경험이 훌륭한 창의성 만들어”
“창의력은 분명 개인차가 있죠. 하지만, 경험만큼 창의력을 키우는 데 훌륭한 자양분은 없는 것 같아요.”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여행 작가인 오영욱(오기사디자인 대표)씨는 “디자인의 기틀이 되는 창작의 과정에서 건축가들은 치열한 고민을 한다. 고민 끝에 창의성, 기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축적 창의성을 위해 여행과 책, 영화, 그림을 추천했다. 공간과 건물에 관한 창의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본 가옥이나 건축물들,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 상상한 공간, 영화나 그림 속 공간 등을 보며 다양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오씨는 청소년기에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좀 더 다양한 책과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고전도 좋고 현대문학도 논설도 좋다. 편식하지 않고 두루 섭렵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취향, 선호도는 20대부터 정해도 괜찮다. 음악 역시, 클래식부터 다양하게 들어보자. 청소년기에는 그 어떤 선입견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탈이란 단어를 좋아합니다. 정해진 룰에서 살짝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죠. 청소년기에는 건강한 일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자기애가 바탕이 되어야겠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소중함을 지닌 일탈이요. 많은 경험이 호기심을 낳고 그 호기심이 뛰어난 창의력을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해보고 고민하다 보면 나만의 독특한 창의력이 생성될 것입니다.”
◆소설가 오현종 “왜? 라는 질문으로 상상의 물꼬를 튼다”
“소설을 쓸 때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들에 관해 의문을 던져보는 거죠. 장편소설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역시, 그런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소설가 오현종씨는 무엇을 보든, 무슨 현상이 생기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따라가다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되는 것이다. 오씨는 “이럴 때 ‘에이, 영화니까 그렇지’ 하고 대답해버리면 이야기는 절대로 시작되지 않는다. 늘 궁금해하고 다르게 생각해보고 자신의 상상을 틀에 가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해 왕따를 당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남들과 똑같은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친구들과 조금 다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즐겼다. 그녀는 “친구들과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인터넷게임을 한다면 결국 같은 생각밖에 할 수 없다. 타인의 취향을 억지로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했다.
남들은 싫어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영화, 인터넷에서 찾아낸 특이한 사진, 나만의 요리비법 등 남과 다른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이 ‘창의력을 즐기는 진정한 창의력자’라는 것이다.
“창의력이란 결국, 나만의 생각을 믿어주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이상한 거 아냐?’ ‘이런 걸 글로 쓰면 야단맞겠지?’ 같은 생각은 던져버리세요. 이 세상에 글로, 상상으로 안 되는 이야기란 없으니까요.”
◆작곡가 조영수 “기본기가 탄탄한 상상은 훌륭한 창의력의 기초단계”
“곡을 쓰는 작곡가에게 상상력은 경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 곡을 노래할 가수를 상상해보죠. 안무나 메이크업, 무대 등등 다방면으로 상상해 봅니다. 그래도 떠오르지 않을 때는 모니터링을 하거나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상상력을 끌어내는 것 같아요.”
작곡가 조영수씨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에 대한 관심은 관련 음악으로 넓혀졌고 관심은 곧 다양한 음악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그는 “음악에 있어 창의력은 전부라고 생각한다. 신선하고 새롭지 않은 음악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고 했다. 청소년기 음악적 창의력을 높이고 싶다면 음악의 기본인 클래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화성과 음악적 바탕, 지식이 담긴 음악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를 다졌다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나만의 방식으로 리메이크해 보세요. 댄스 음악을 발라드로, 발라드 음악을 힙합으로 새롭게 음악을 창조하는 거죠. 청소년기에는 조급하게 창의력에 목매는 시기가 아닙니다. 조금씩 변화를 주고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서툴러도 좋으니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는 것이 중요하죠. 창의력은 그 속에서 차츰 무르익게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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