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대입 스펙' 쌓기,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라

'진작에 ○○○시켰더라면…' 고교생 엄마들의 후회

가장 치열하게 대입에 매달려야 하는 고 2~3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요즘 무척 초조하다. 앞으로 어떻게 성적을 올려야 할지, 해마다 복잡해지는 입시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 '진작에 이런 것을 시켰더라면…'하고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고 2~3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요즘 어떤 후회를 하고 있을까. 이들의 경험담을 듣고,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독서 이력 관리, 중학교부터 시작하자
고 2~3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중학교 때 무엇보다 독서에 신경 쓰라"고 조언한다. 독서는 '논술'과 직결되고, 최근에는 '독서 포트폴리오'가 입시에서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2 자녀를 둔 심명희(45·서울 대치동)씨는 "중학교 때 일부러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하긴 했는데, 그때부터 장래 진로와 관련지어 독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가 꿈이 축구해설가라며, 한창 수능공부 할 시기인 고2 2학기에 '축구의 이해' 같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 시기에 저런 걸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중학교 때부터 고1까지 장래 진로에 맞춰 독서 이력을 관리해 뒀다면, 지금은 훨씬 수월하게 공부했을 거예요."

고3 자녀를 둔 오순자(49·서울 홍제동)씨는 "독서뿐 아니라 한자나 사자성어, 우리말 어휘력을 키워두면, 언어영역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고3 이과생인 저희 아이도 어휘력이 부족해 언어영역에서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어영역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부모가 의외로 많았다. 고2 자녀를 둔 염형미(47·서울 시흥동)씨는 "중학교까지 외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 지금 언어영역 성적이 발목을 잡는 것을 보니, 중학교 때 독서 등 언어영역 공부에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중학교 때 자녀와 소통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그래야 고 2~3학년 시기에 제2의 사춘기를 겪지 않는다. 염형미씨는 "중학교 때 아이가 외고 입시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요즘 들어 아이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굴 때가 잦은데, 아이와 대화해 보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중학교 때 아이와의 소통이나 대화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3 자녀를 둔 한성수(46·경기 부천)씨도 이에 동감한다. 한씨는 "중학교 때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거나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는 종종 나들이를 가곤 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 공부에만 몰입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에 대한 관심은 적어졌어요. 대개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부모도 나이가 40대에 접어들고, 회사일로 더욱 바빠지잖아요. 자연스레 대화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리고 고3이 돼서야 '뭐가 되고 싶니, 어느 학교에 갈래'라고 대충 물어보고, 어디든 대학에 보낼 생각만 하게 마련이죠. 저희 아이 꿈은 푸드 스타일리스트인데, 이와 관련된 입시 준비를 전혀 못했어요. 만약 중학교 때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고1부터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했다면 입시가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 진지하게 진로 고민하고, 비교과 경력 쌓아야

공부를 하는 데는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야 치열한 대입 경쟁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심명희씨는 "아이가 외고 입시에서 실패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져 적잖이 고생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요즘은 중학교 때 누구나 한 번쯤 외고 입시 준비를 하잖아요. 저도 '목표가 있으면 공부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외고 입시 준비를 시켰어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여겼죠.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가 크게 상처를 받았어요. 저는 고1 말에야 그 사실을 알았죠. 중학교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기에 공부를 덜 한 탓이라고만 여겼는데,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어요."

아이가 취약한 부분도 일찌감치 바로잡아 줘야 한다. 고3 자녀를 둔 김성숙(45·경기 안양)씨는 "아이가 수학을 무척 어려워하다가 고2 말에 과외를 받았다. 3학년 때 성적이 올라서 다행이지만, 1, 2학년 내신은 바꿀 수가 없다. 문과여도 1, 2학년 수학 내신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조금 더 일찍 수학에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수시 모집,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비교과 활동 경력'을 쌓지 못한 것이다. 심명희씨는 "가고 싶은 대학 전형을 보면 내신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교과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수능시험 준비는 지금부터라도 가능하지만, 비교과, 내신, 논술 등을 생각하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성숙씨는 "아이가 중1 때 입학사정관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는 입학사정관제의 뜻도 막연해서, 학교 활동이나 봉사활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진로나 지원 학과에 맞춰 비교과 활동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순자씨는 "이과생이라도 영어공인성적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데, 영어 실력이 있음에도 공인성적을 받아 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 중학생이나 고1 때 미리 공부하고, 고2 초반에 성적을 받아두면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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