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고교시절 어떤 책을 읽었나
'공부하기도 바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소설책 볼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어!' 당장 모의고사 성적 1점이 더 급한 고교생과 학부모에게 '독서가 중요하다'라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은 "공부는 물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독서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생들은 고교 시절 어떤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키웠을까? 서울대생의 독서 이야기를 들어봤다.◆책에서 꿈을 찾고, 책으로 꿈을 키웠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입학을 앞둔 노경주(18)군은 중고교 시절에 만난 책 덕분에 '이론물리학자'라는 꿈을 갖게 됐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라는 책에서 특수상대성이론을 접하고, 우주의 원리를 탐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이휘소 평전'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소립자물리 분야에 이렇게 뛰어난 학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이휘소 박사님이 이루지 못한 업적을 제가 대신 이루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2학년 최유진씨는 고교 시절 공부계획을 세울 때 일주일에 3시간가량의 독서 시간을 따로 정해뒀다. "언어영역은 EBS 문제집만 풀며 공부했고, 다른 문제집을 볼 시간에 인문 서적을 주로 읽었다"고 했다. 철학과 경제에 관심이 많아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남경태)' '경제를 보는 눈(홍은주)' '자원전쟁(에리히 폴라트 외 공저)' 등 관련 도서를 많이 읽었다. 이외에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경제학 프레임(이근우)' '상식 밖의 경제학(댄 애리얼리)' '세계를 감동시킨 CEO 리더십(손영석 외 공저)' 등을 꼽았다. 최씨는 "저는 독서 시간을 아깝다고 여긴 적이 없다. 제시문을 읽을 때의 집중력, 속도,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즉 문제를 이해하는 힘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책을 읽을 때는 내용을 구조화하며 읽었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앞에 앉은 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할까를 생각하며 한눈에 들어오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로 정리하곤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아동학부 1학년 전주영군은 고교 시절 독서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공부가 안될 때는 삼국지나 해리포터와 같은 재미있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어려운 비문학 책보다는 언어영역 모의고사 제시문에 문학 작품을 많이 읽었다. 서울대 자기소개서에는 그동안 읽은 책 중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와 '오발탄(이범선)' 등을 적었다. 전군은 "입시에 얽매이지 말고 관심분야의 책으로 재미있게 독서하라"고 조언했다.
경영학과 1학년 김동영군은 고3 때도 한 달에 두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1~2학년 때 언어영역 성적이 낮아 문제집을 많이 풀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고3 때 언어영역 공부하는 셈치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으며 독해력을 길러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경제학 콘서트' '넛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안철수)' '불황을 넘어서(앨빈 토플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등을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았다. 김군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했다. 너무 어려운 부분은 그냥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다시 읽었다"고 말했다.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치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작가의 생각과 다른 제 생각을 메모하면서 읽었어요.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 때 표시해둔 내용을 보면서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구나'라고 지금의 생각과 비교해보면, 그동안 제가 얼마나 공부하고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들기 전 30분, 등하교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읽어라
소비자아동학부 1학년 김보경양은 초등학교 때보다 중학교 이후에 책을 더 많이 읽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독서시간이 부족해 주로 자기 전에 책을 읽었다. 김양은 "고3 때 책을 통해 제 관심사를 알았다. 그동안 읽은 책을 분석해보니 심리학과 경제학 관련 서적이 많았기 때문에 소비자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특히 아버지의 권유로 고3 때 읽은 '넛지(캐스 R. 선스타인 외 공저)'는 서울대 자기소개서에도 썼을 만큼 기억에 남았다. 인간 심리를 다룬 경제학 책이어서 제 희망 전공과도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지구환경과학과 1학년 박현지양도 잠자기 전 30분을 독서시간으로 삼았다. 수능 모의고사 지문에 나온 문학작품, 관심 있는 사회과학 서적, 베스트셀러 등 다양한 장르를 읽었다.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노벨상과 함께 하는 지구여행(김경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등의 전공 관련 서적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고승덕)' 등을 기억에 남는 책으로 꼽았다. 박양은 "독서시간이 없다면 언어영역 지문에 나오는 책부터 읽어라. 제 경우에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을 고교 때 읽었는데, 실제 수능에도 나와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밝혔다.
동물생명공학과 2학년 명호성씨는 고교 시절 하루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었다. 아침 등교시간 15분과 학원에 가는 시간 50분 정도를 활용했다. "자신의 진로 등을 더욱 확고히 해줄 수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제 경우에도 황우석 사건 등을 통해 동생물과학에 관심을 가질 무렵,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등을 읽으며 더욱 흥미를 키웠다"고 전했다.
바이오시스템조경학계열 1학년 이지현양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등을 읽었다. "중학교 진학 후 쉽고 재미있는 책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공부나 인생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양은 또 "대학 입학이 수능 공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면접, 논술 등 다양한 전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대비하는 데는 독서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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