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6일 화요일

남녀 아이의 교육·육아 방식 차이 둬야

스포츠가 극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야말로 극본 없는 드라마가 아닐까? 며칠 전 필자가 맡은 방송 녹화장에서도 액션 드라마 한편이 펼쳐졌다. MC와 함께 게임을 하던 아이들 사이에서 경쟁이 과열되는 바람에 몸싸움이 난 것이다. 남자 아이, 여자 아이 둘 다 울음보가 터져 녹화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하고, 녹화가 중단됐다. 어디 꼬집히기라도 한 게 아닌가 싶어 달려가 봤지만, 둘 다 아파서 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남녀 아이가 우는 이유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자 아이는 일등을 코앞에서 놓친 게 억울해서 운 것이고,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가 밀치자, "○○이가 나를 싫어하나 봐. 이제 나랑 안 놀면 어떡하지?"라며 서러워서 대성통곡을 한 것이다. 밀친 아이가 자신을 엄청 싫어하는 게 틀림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문득 심리학자이자 의학자인 레너드 삭스의 '남자 아이, 여자 아이'에 대한 연구가 떠올랐다. 그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하며, 교육방식이나 육아 방식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흔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그 차이가 존재할 뿐 아니라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육아트러블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통해 남녀 아이의 차이를 알아봤을 때 실제로 놀라운 차이를 보였다. 물론 모든 아이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 아이들의 차이점 몇 가지를 알아보자.

우선 엄마가 못질하다 다치면, 여자 아이는 달려와 함께 울어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만, 남자 아이는 망치에 관심을 보이며 망치를 갖고 놀고 싶어한다. 아들 가진 엄마가 서러워지는 순간이 바로 이럴 때이다. '공감'을 잘하는 여자 아이와 달리 남자아이는 '체계화'를 잘한다는 것을 알면 조금은 위로가 되리라.

언어발달도 다르다.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언어 발달 능력이 느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글이나 영어 교육에서 우리 아이가 늦되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특히 남자 아이에게 언어교육을 할 때는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좋고, 여자 아이에게 언어교육을 할 때는 '감성'적인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잘못을 했을 때도 역시 차이를 보인다. 여자 아이는 엄마의 눈빛만 보고도 금방 알아채지만, 남자 아이는 "왜요?" "왜 그래야 해요?'라고 되물어 엄마의 화를 돋우곤 한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남자 아이가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아들이었던 적이 없는 엄마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세계, 한 번도 딸이었던 적이 없는 아빠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딸의 세계. 그 오묘한 차이를 이해하며 키운다면, 우주만큼 먼 부모와 자녀, 남자와 여자의 거리가 조금은 좁혀지지 않을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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