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7일 금요일

아찔, 우주쓰레기! 우주인들 위협하는 '쓰레기의 역사'

우주인 3명이 머물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16일(러시아 시간) 우주쓰레기와 부딪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ISS 승무원들에게 “대형 우주쓰레기가 접근하고 있다”는 긴급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ISS으로 향하던 물체는 1979년 발사된 옛소련 기상관측위성 메테오르2의 잔해였다. 우주인들은 일단 ISS에 도킹해 있는 러시아 소유스 우주왕복선으로 긴급 대피했다. 여차하면 비상탈출을 하기 위해서였다.

통상 우주인들은 우주쓰레기가 접근해오고 있다는 지상의 경고를 받으면 ISS 궤도를 살짝 바꿔 충돌을 피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주쓰레기 발견이 늦어 그럴 시간이 없어 우주선으로 대피했다. 다행히도 위성 잔해는 ISS를 비껴갔으나 자칫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로스코스모스(러시아 연방우주청)는 “충돌 위험에서 벗어나 승무원들에게 정상 복귀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ISS에는 러시아인 겐나디 파달카와 미하일 코르녠코, 미국인 스콧 켈리 3명이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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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스호에 타고 있던 ESA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가 2011년 5월 ISS에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도킹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사진 ESA·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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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고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했으나 우주탐사선이나 인공위성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들은 늘 ISS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우주쓰레기는 지구에서 인간들이 쏘아올린 물건이 부서지고 버려진 채로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걸 총칭한다. 옛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 인공물체를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래로 인류는 계속 무언가를 쏘아보냈고,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나서면서 대기권 밖은 쓰레기더미가 됐다.

우주탐사의 역사는 곧 우주쓰레기를 방출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쓰레기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주선의 잔해를 들 수 있다. 1958년 미국은 뱅가드1호를 쏘아올렸다. 뱅가드1호의 잔해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가장 오래된 우주쓰레기다. NASA는 이 쓰레기가 240년 정도는 우주공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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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1호. /위키피디아
진짜 ‘쓰레기’와 분실물 같은 것들도 있다. 1965년 6월 3일, 미국 우주인 에드워드 화이트는 미국인 중에서는 최초로 우주유영을 했다. 그 때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1966년 또 다른 미국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는 제미니10호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가 카메라를 한 개 흘렸다. ISS의 전신 격인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2001년 3월 폐기될 때까지 15년간 지구 주변을 돌았는데, 거기 머물던 옛소련과 러시아 우주인들은 쓰레기 봉지를 우주공간에 내다버리기도 했다.

발사 추진체도 쓰레기가 된다. 2000년 3월 중국이 장정(長征) 4호 로켓을 이용, 브라질과 합작으로 만든 CBERS-1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는데 이것이 폭발했다. 산산조각난 물질들이 구름을 형성했을 정도였다. 러시아의 브리즈-M 부스터는 2007년 2월 호주 상공에서 폭발했는데 역시 쓰레기 더미가 생겨났다.

우주유영을 하다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미국 우주인 에드워드 화이트. /위키피디아
냉전 시기 ‘스타워즈 경쟁’은 쓰레기를 양산했다. 1985년 미국은 지구 상공 525km에서 돌고 있던 1톤 크기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했다. 이 위성은 1cm 크기가 넘는 잔해들 수천개를 남기며 폭발했다.

미사일 요격실험이 빚은 최악의 쓰레기 참사는 중국 때문에 일어났다. 2013년 1월, 러시아의 과학실험용 인공위성 블리츠(BLITS)가 중국의 펑윈1호 잔해에 부딪쳐 고장나 궤도를 이탈했다. 펑윈1호는 중국이 1999년 발사한 기상위성이다. 중국은 2007년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이 위성을 파괴했다. 그 찌꺼기들이 6년 가까이 지구 주변을 떠돌다 블리츠에 부딪친 것이다. 중국이 요격실험을 할 때 미국은 펑윈1호가 수백조각으로 깨져나가면서 잇단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돼 러시아에 불똥이 튄 셈이다.

대부분의 우주쓰레기는 직경 1cm 이내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면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불타 없어진다. 하지만 대기권 밖에 머물면서 지구 주변을 맴도는 쓰레기들도 많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궤도에 50만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인공위성이나 ISS에 직접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제법 큰 쓰레기만 해도 2만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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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쓰레기들에 얻어맞은 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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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쓰레기로 인한 사고는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인공위성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에 나가 있는 사람들 혹은 우주선을 타고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주쓰레기가 다 타지 않은 채 지구로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2009년 2월,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33호가 고장나 버려진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시베리아 상공에서 부딪쳤다. 같은 해에는 우주쓰레기가 ISS 쪽으로 돌진해오는 바람에 우주인 3명이 대피용 캡슐로 몸을 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주왕복선들이 입는 피해도 커졌다. 1994년 엔데버호가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에 우주쓰레기들에 부딪쳤는데, 두꺼운 유리창이 절반 정도 파였다. 2006년 아틀랜티스호도 우주쓰레기에 부딪쳐 화물칸에 구멍이 났다. ISS의 경우 작은 쓰레기들 정도에는 능히 퍼티지만 태양광패널처럼 약한 부분은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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