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lestory 예일대 엄친딸 이래나의 리얼 다이어리_05 |
우먼파워 & 동양파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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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정말 빠르게 잘 흐르는 것 같다. 한 학기가 끝났고, 나는 또 한 번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에는 어려운 과목이 있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나름 기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성적표를 보니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하던 모습과 도서관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
▲ 교수는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과 학문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이내 마음의 문을 연다. 교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학교만의 재미있는 전통이 있다. 시험 전날 12시에 시니어 학생들이 옷을 다 벗고 도서관을 뛰어다니면서 사탕을 던지는, 일명 ‘네이키드 런(naked run)’이다. 시험 전날 마지막으로 열정을 불태우자는 의미인 것 같은데,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뛰어다니는 장면이 정말 놀랍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나는 한동안 충격에 빠졌는데, 더 놀라운 것은 오래된 전통이라 학교도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대단히 의미심장한 행동인 것 같지만, 내가 시니어가 되어도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잘 흐르는 것 같다. 한 학기가 끝났고, 나는 또 한 번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에는 어려운 과목이 있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나름 기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성적표를 보니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하던 모습과 도서관 풍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새벽 2시 45분까지 불이 켜져 있는 도서관, 단과대학마다 쌓여 있는 치킨과 햄버거 등도 생각난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험 정보를 나누던 기억도 이제는 아련하다.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보니, 피곤하고 긴장했던 그때의 시간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역시 이 맛에 다들 그렇게 열심히 전투적으로 공부를 하나 보다. 시험이 하도 어려워서 이번 학기 성적은 형편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비교적 나쁘지 않게 나왔다. 철저한 상대평가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성적이 좋다. 많은 친구가 내게 어떻게 성적이 잘 나왔느냐고 비결을 물어온다.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적극적인 자세와 존중, 존경의 마음이 좋은 성적의 필수 조건인 것 같다. 학문을 대하는 태도, 특히 교수를 존중과 존경으로 대하는 태도가 학생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싶다. 나는 대부분의 수업을 들을 때 강의실 제일 앞자리에 앉는다. 교수와 시선을 마주치기 위해서다. 눈이 따가울 정도로 집중해서 수업을 경청하고, 노트도 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체구가 작은 동양의 여자아이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교수들에게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는지, 나는 교수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편이다. 교수는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과 학문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이내 마음의 문을 연다. 교수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교수에게 수업과 관련 있는 기사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메일로 질문을 했다. 이 작은 행동은 ‘내가 당신의 수업을 재미있게 듣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교수는 본인에게 들어오는 몇 천 통의 메일을 꼼꼼하게 읽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아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수들은 평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동양인 되기 아이비리그 대학은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예일의 학생들은 한마디로 무난하지 않다. 어떤 부분이든 각자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 이런 곳에 있으면 열등감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각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나름 잘나가던 아이들인데 이곳에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울증에 걸린 학생이 많고 자살률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동양인은 동양인이라는 사실 자체에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멸시하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인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하므로 결코 이해할 수는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현재 미국에 사는 아시아인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유는 동양인에게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우월하지 않고 백인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은 동양인이 먼저 한다. 이내 주눅이 드는 것이다. 나는 그 풍토가 굉장히 안타깝다. 학교 분위기가 어떠하든 나는 적극적이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성적을 잘 얻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백인보다 당차고 똑똑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서다. 나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굉장히 높은 편이어서 언제 어디서든 남들보다 뒤지지 않고 싶고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동양인 여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면 많은 관심을 받는다. 백인 남자들이 동양 여자가 지나가면 좋아하고 시선을 던지는 분위기는 사실이다. 외모가 예쁘든 못생겼든, 일단 관심을 받게 되어 있다. 캠퍼스 어디를 가든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도, 강의실에서도, 심지어는 헬스장에서도 남녀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동양 여자들이 조금 더 보수적이었으면 좋겠다. 헬스장에 가면 마음에 드는 남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학생이 정말 많다. 나는 목 끝까지 올라오는 땀복을 입고 운동에만 전념하는데, 그 모습이 더 멋진 것 같다. 동양 여자들이 쉽게 행동하고 아무하고나 어울린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나는 더 몸가짐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대학에 와서 백인이라고 우월하게 굴거나 동양인이라고 으레 기가 죽어 있는 모습은 매력이 없다. 내가 동양인인데 백인처럼 굴 필요도 없고, 있는 그대로 내가 생각하는 예의의 범주만 잘 지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동양인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서 백일들이 자기들과 다르다며 비웃을 때도 있는데, 그럴수록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대부분의 교수는 본인에게 들어오는 몇 천 통의 메일을 꼼꼼하게 읽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아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수들은 평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준다. 여자를 위한 든든한 제도, 타이틀 나인(title 9) 예일대는 여학생을 위한 배려를 잘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제도도 잘 마련되어 있고, 그것이 엄격하게 잘 지켜지고 있다. 힐러리를 포함해 잘나가는 여자 동문이 많아서일까 하고 잠시 생각하다 예일대에는 유난히 똑똑한 여성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당연히 여자들의 파워도 세다. 내가 감동한 학교의 시스템은 ‘타이틀 나인(Title 9)’이라는 제도다. 학교 내 성추행이나 성 관련 범죄에 대해 학교가 관여하고 제재를 한다. 일종의 블랙리스트 제도다. 그런데 이 타이틀 나인 제도가 여자 입장에서 꽤 효과가 있다. 여기에 이름이 올라가면 미국 어디에서도 취직할 수 없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일의 여학생들에게는 파워가 주어진다. 문자 하나만 잘못 보내도 타이틀 나인에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고 제도도 불편할 뿐 아니라 처벌 수위도 낮은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여자들이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제도가 잘 갖춰진 것 같다. 우리나라 학교나 기업에서도 타이틀 나인 제도를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 여학생을 배려하는 제도 덕분에 나도 모르게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나도 괜찮은 여자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 자신을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 일 년 동안 미국에 떨어져 혼자 모든 것을 해오면서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더 뜻깊은 일을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어드바이스를 많이 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 몰랐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예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사람과 교류했다. 가장 큰 소득은 여자로서, 동양인으로서 은 상황에 부딪히면서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인턴십을 할 계획이다. 최근 관심이 생긴 여자, 차별 문제와 관련이 있는 일을 찾고싶다. 서머스쿨 수업은 미리 신청해두었다. 마다가스카르에 혼자 가서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가 부럽지만, 나도 나름대로 치열한 방학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래나는… 1994년생. 리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키스 스쿨(Keith School), 스위스 레잔 아메리칸 스쿨(Leysin Ameriacn School), 한국지구촌고등학교(GCFS)를 졸업했다. 서울시장배 동호인 펜싱대회 1위, NAC(North American Cup) 32강에 드는 수준급 펜싱선수이기도 하다. 사랑의 구보대회, 여성탈북자를 위한 모금운동 등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다. 현재 예일대에 재학 중이며, 경제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여성조선 |
2015년 7월 7일 화요일
예일대 우먼파워 & 동양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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