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7일 화요일

예일대 시험기간

예일대 엄친딸 이래나의 리얼 다이어리_04 시험기간
곧 학교축제가 열린다. 12시간 동안 캠퍼스는 파티장으로 변신하고 학생들은 잔디에 앉아서 맥주도 마시고 음악도 듣는다. 전교생이 열광하는 일 년에 한번인 이벤트. 그런데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축제가 끝나자마자 시험기간이 시작된다. 대학생활의 꽃,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뉴헤이븐의 날씨는 정말 좋다. 캠퍼스의 풍경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강의실 안에 있기에 아까운 날씨. 슬슬 학기도 끝나가니 몸도 근질거리겠다, 많은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 광합성을 한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고 느긋할 수만은 없다. 무언가가 뒷목을 잡아챈다. 시험 시즌이다! 고난의 시험 기간이 지나야 꿀 같은 방학도 맞을 수 있다. 학교엔 벌써부터 전운의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올 것이 왔구나’ 느낄 수 있는 조짐이 있다. 수업마다 슬슬 리뷰 섹션이 시작됐다. 일주일 정도 되는 리뷰 섹션은 일명 복습 시간으로, 시험을 위한 스텝 바이 스텝이라 할 수 있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수업을 교수님들 혹은 조교들이 되짚어주면서 리마인드를 해주면 이를 잘 듣고 각자 시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오피스 아워’를 통해 시험에 대비하기도 한다. 오피스 아워는 교수님들과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다. 교수님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직접 물어볼 수 있어서 모든 학생들이 이 기회를 노린다. 시험기간일수록 이 시간의 열기는 더 뜨겁다.

가자, 마트로!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스타일 좋기로 유명한 예일이지만 시험기간이 되면 어쩔 수 없다. 다들 민낯에 트레이닝복 차림이 된다. 패션은 물론 얼굴도 전투적으로 변신한다. 민낯은 기본이요, 잘 씻지 않는 경우도 아주 많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마트에 가서 시험대비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 먹을 것들을 한 보따리 사온다. 일명 전투식량이다. 밥 먹으러 가는 시간도 아껴서 시험공부를 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이런 진풍경이 매번 일어난다. 학생들이 한 번 휩쓸고 오면 마트는 수시로 텅텅 비는데, 그 장면도 재미있다.

건강관리도 중요할 때다. 나 역시 시험을 앞두고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피트니스센터에 달려가서 매일 2시간씩 운동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예일대에는 다른 학교에 비해서 살이 찌거나 스타일이 뒤지는 학생들이 없는 것 같다. 학교 안에 있는 피트니스센터는 여러 가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학생들이 자기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해준다. 캠퍼스가 너무 넓어서 15분 만에 이동하려면 뛰어다니게 되고, 운동효과도 생긴다. 환경이 그런 만큼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자기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본격적인 시험기간에 돌입하면, 캠퍼스에는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전혀 없다. 이 기간에는 서로 안 건드리는 게 좋다. 아주 까칠하고 예민하다. 자기관리에 뛰어난 학생들도 잘 씻지 않고 허름한 차림새로 다닌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공부하는 특이한 친구들도 종종 눈에 띈다.

시험기간이 되면 내 별명은 빨간 트레이닝 셔츠다. 평소에는 패션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공부를 할 때는 그 옷을 입어야 집중이 잘 된다. 빨간 트레이닝 셔츠는, 쉽게 말해 나의 전투복이다. 입시공부를 할 때부터 입던 옷인데, 손때가 묻은 옷이라서 그것만 입게 된다. 엄마는 제발 그 옷 좀 입지 말라고 하시는데, 나는 그 옷을 입으면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생각이 나서 집중이 잘 된다. 고통의 시간이었지만,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던 그때의 마음이 되살아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좌우명을 생각할 수도 있어서 좋다.

학생들이 가장 바글거리는 곳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자리 예약하기는 어렵다. 나는 다행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편안하다.

시험기간이 되면 아침에 눈뜨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럴 때면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엄마는 ‘매 순간 딜(deal)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나는 것, 하기 싫은데도 공부를 하는 것 등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특히 나 자신과의 딜을 자주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매 순간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마인드를 컨트롤하라 
미국 대학은 각종 클럽이 정말 많다. 대학의 사교 동아리인 Fratery(라틴어로 Brother라는 뜻), Sorority(라틴어로 Sister라는 뜻)가 유명한데, 큰 대학일수록 전통이 있을수록 영향력 있게 활동하는 모임이다. 잘 나가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사교클럽으로, 이들은 졸업 이후에도 가족 이상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소개가 되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 이곳에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보수적인 성향이 큰 나에겐 미국식 문화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펜싱 이외에 다른 클럽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가톨릭 모임 활동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꼭 필요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돌아보고 회개하는 시간을 통해 다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유학생활에 지치거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봉사활동도 하고 기도도 열심히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할 때 나는 부모님을 자주 떠올린다. 한국에서는 늘 엄마, 아빠와 함께 잠을 잤다. 셋이 불을 끄고 누워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때 나눴던 이야기들과 평생 종교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부모님이 학교생활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시험이 끝나면 늘 보상을 해주시던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웃게 만든다. 시험 점수가 높으면 늘 원하는 선물을 주시고 기쁘게 칭찬을 해주시던 아빠. 승부욕이 큰 편이라서 시험을 잘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이런 아빠의 노력 덕분에 힘든 시험도 기쁜 마음으로 넘기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시험 끝, 방학 시작
고난의 시험기간이 끝나면 방학이 시작된다. ‘일단 떠나고 보자’라는 마음이 제일 먼저 앞선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에 다들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 같지만,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간다. 트렁크를 든 채 시험을 보러 가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다. 얼마나 집이 그리우면 그럴까.

3학년 이상은 인턴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금융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정직원은 아니고 인턴이지만, 경험이나 인맥을 쌓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인턴십이라고 하지만 연봉도 꽤 높은 편이다. 한국보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 같다. 예일대 출신의 가족은 물론 교수들도 많아서, 추천서를 활발하게 써주는 편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생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시간을 보낸다. 세계 여행을 하기도 하고, 오지로 봉사활동도 떠난다. 썸머스쿨 수업을 들으면서 부족한 공부를 채우기도 한다.

나 역시 시험이 끝나자마자 한국으로 가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또 봄방학 때 짧게 배웠던 중국어를 마스터할 계획이고 인터넷으로 썸머스쿨 수업을 들어서 학점도 채울 생각이다. 미국 시간에 맞춰야 해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어야겠지. 요리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방학에 꼭 실천해봐야겠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기간을 무사하게 잘 넘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래나는… 1994년생. 리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키스 스쿨(Keith School), 스위스 레잔 아메리칸 스쿨(Leysin Ameriacn School), 한국지구촌고등학교(GCFS)를 졸업했다. 서울시장배 동호인 펜싱대회 1위, NAC(North American Cup) 32강에 드는 수준급 펜싱선수이기도 하다. 사랑의 구보대회, 여성탈북자를 위한 모금운동 등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다. 현재 예일대에 재학 중이며, 경제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사진 이보영, 셔터스톡
여성조선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