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에겐 어려운 어휘, 고학년에겐 유치한 스토리
스토리텔링 수학 교과서는 이야기를 통해 수학적 원리와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창의력을 키우는 게 기본 취지다. 현장 교사와 학부모는 “수학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춘 게 태반”이라며 “충분한 준비 없이 급히 도입돼 수학과 스토리가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온정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와 이정균 관산초등학교 교사의 조언을 받아 문제가 될 만한 수학 교과서의 실제 사례를 찾아봤다.
친숙하지 않은 설정, 엉성한 이야기
5학년 교과서의 ‘오봉산’은 이야기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 전래동화의 맥락을 끌어오긴 했지만, 이 안에 수학적 내용이 온전히 녹아있지 못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듯 부자연스럽다. 게다가 불필요한 정보가 지나치게 많다.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의원들이 하나같이 무슨 병인지 몰랐다’와 같은 전래동화의 흐름이 분수의 곱셈이라는 수학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수학의 원리를 찾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무리하게 수학을 스토리 안으로 끼워 맞춘 사례다.
내용과 연관 없는 정보 남발
초등학생이 분수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1보다 작은 숫자’라는 개념을 실생활에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체는 1인데, 그보다 작은 부분으로 나뉠 수 있고 그 부분들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분수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피자’는 분수의 개념을 알려주기에 적절한 소재다. 문제는 스토리를 ‘피자 만들기’로 삼았다는 데 있다. 분수를 배우는 데 피자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건 단원 내용과 아무 관련이 없는 불필요한 정보다. 피자 한 판을 어떻게 나누고 합칠 수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설정하는 편이 맞다. 같은 크기의 피자를 12조각과 6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한다.
나이에 맞지 않는 스토리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의 관계를 알아보고 입체도형의 구성 요소를 살피는 단원이다. 스토리텔링은 ‘마법사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나 등장인물 없이 단순히 마법사 마을의 집 모양에서 입체도형을 찾아보고 꼭짓점, 모서리, 면의 개수를 세어보는 활동이다. ‘마법사 마을’이라는 이야기의 배경이 초등학교 1, 2학년에게 주어졌다면 주의를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6학년에게는 다소 유치한 설정이다. 이야기 자체가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 힘들다. 1단원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야기라면 ‘실생활 속 수학적 문제 해결’이라는 창의적 단계로 나아가는 편이 적절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