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일 토요일

한국학생이 40%… 외국인학교 맞나요



“외국인학교에 한국 학생이 너무 많으면 자기들끼리 모여 노는 분위기에 자신의 자녀가 소외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외국인 부모를 종종 봤죠.”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은 11일 한국에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의 걱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 한국인이 많아지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한국어만 사용하게 돼 수업 외 부분에서 함께 어울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에는 외국인학교가 21개 있다. 이 가운데 재학생 수 대비 내국인 비율이 30%를 넘는 학교가 무려 11개에 이른다. 재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서울용산국제학교도 842명의 재학생 중 내국인이 342명으로 40.6%나 된다. 연간 학비가 2500여만 원인 국내 첫 영국식 사립학교 덜위치칼리지도 220여 명의 학생 중 한국 학생이 90명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외국인학교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학교를 추가로 설립하고, 외국인학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내국인 비율을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내국인 비율 높은 이유를 들여다보니

2009년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시행되기 전까지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비율에 대한 제재 수단은 전혀 없었다. 법 시행 이후 내국인 비율을 30%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중국적자와 영주권자도 3년 이상 해외거주 요건을 갖춰야 외국인학교에 입학이 가능해졌다. 이 규정은 지난해 3월부터 적용돼 법 시행 전 입학했던 학생들이 모두 졸업하게 되는 7∼10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 환경이 기대치에 못 미쳐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았던 것도 한 이유다. 일부 외국인학교를 제외하고는 규모나 시설, 커리큘럼이 외국인이 원하는 교육서비스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그 빈자리를 내국인들이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가 칼을 뽑다

결국 우수한 외국인투자가 유치를 위해 서울시는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비율을 낮추고 이름 있는 학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시는 최근 유치한 덜위치칼리지나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미국 드와이트스쿨과는 이미 계약 당시 내국인 비율을 25%와 20%로 엄격하게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어길 경우 학교로부터 받고 있는 1%의 임대료를 최대 4%까지 인상해 받을 수 있는 조항을 달기도 했다.

21개 외국인학교 중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너무 부족해 추가로 영어권 학교 중 명망 있는 학교를 유치할 계획도 세웠다. 이미 강남구 개포동 수도전기공고 옆에 있던 일본인학교 용지를 매입해 현재 덜위치칼리지나 드와이트스쿨 같은 우수한 학교와 올해 안에 계약한다는 방침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외국인생활지원과 관계자는 “영어권 학령아동 6300여 명 중 2400여 명이 강남에 살고 있는 만큼 강남에 영어권 학교가 추가로 꼭 필요했다”며 “앞으로 해외 경쟁도시보다 국제인증과 표준화교육과정을 갖춘 학교를 더 많이 유치해 외국인투자가가 최소한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걱정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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