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7일 금요일

국내 생물학·의학 연구원 70% "연구 不正 경험"

포스텍 브릭, 연구윤리 설문
암센터 교수 논문 논란 계기… 김 교수 아들은 하버드 진학
국내 생물학·의학 분야 교수와 연구원 10명 중 7명은 최근 3년간 자신이 속한 연구실에서 '연구 부정'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공식 홈페이지인 브릭(BRIC)이 14일부터 3일간 전국의 생물학·의학 교수와 연구원 11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윤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답변자의 66%(759명)는 "최근 3년 사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로 끼워넣거나 저자의 우선 순서를 바꾸는 연구 부정행위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최근 불거진 국립암센터 김모 교수의 가짜 저자 논란을 계기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2011년부터 자신이 발표한 3편의 국제 학술지 논문에 당시 고교생 아들을 국립암센터 소속, 제1저자(논문을 직접 쓰거나 가장 중요한 연구를 진행한 사람)로 기재한 사실이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교수의 아들은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국립암센터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문제가 공식화되자 지난 4~5월 이 논문들에서 아들의 소속을 '육군'으로 변경하고 저자 순서도 제6저자 등 후순위로 변경했다.

브릭 조사 결과 이런 일은 국내 과학계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연구 부정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 중 83%(632명)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자가 저자에 포함된 경우'라고 밝혔다. 국제 학술지 논문의 저자는 10명 이내가 일반적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각종 이유로 저자에 포함시키다 보면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도 논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한국의 제왕적인 교수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의 45%는 '교신저자(교수 또는 책임연구자)가 혼자서 논문 저자를 결정한다'고 답했고, '교신저자가 결정한 뒤 의논한다'가 25%, '교신저자와 제1저자가 논의한다'가 21%였다. '참여 저자들이 함께 논의한다'는 1%에 불과했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 부정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실제로 3개월 감봉 처분을 받은 김 교수에 대해 응답자의 41%는 '징계가 매우 부족하다', 25%는 '징계가 다소 부족하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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