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단축한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트랜스지방 과다 섭취나 흡연만큼 나쁘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은 비만, 심장병, 당뇨, 암 등 거의 모든 중증 만성 질병과 관련 있다. 혈액 순환이 잘 안되고 자세가 나빠지며 척추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소화장애, 편두통, 우울증, 혈전 생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욱이 업무 생산성도 떨어진다.
입식 책상(서서 일하도록 만들어진 책상)이 갈수록 인기를 끄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직원의 요구에 따라 입식 책상을 구입해주는 회사도 늘어난다. 그러나 정년까지 무사히 일하려면 하루에 얼마나 서 있어야 하는지 지침을 알려주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최근 학술지 영국스포츠의학저널(BJSM)에 실린 논문은 직장인에게 근무시간 중 최소 2시간은 서 있도록 노력하고, 가능하다면 최소 4시간까지 서 있는 시간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
이 지침은 좌식 생활과 건강의 상관 관계를 탐구한 기존의 연구 60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한다. 이 논문은 영국 공중보건국(PHE)과 영국의 사회적 기업 액티브 워킹 CIC의 전문가들이 작성했다.
액티브 워킹 CIC는 영국에서 ‘서 있기 운동(Get Britain Standing)’을 일으킨 뒤 미국에서도 비슷한 운동(Get America Standing)을 시작했다. ‘몸을 비꼬든 앞뒤 좌우로 비틀거나 흔들든 걷든 상관 없으니 제발 앉아 있진 마라’가 그들의 표어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브래들리 대표는 영국에서 60여년 전 직업에 따른 건강 문제를 연구한 논문이 여러 편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직원의 건강 상태를 오랜 기간 추적 조사했다.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계속 걸어 다니는 직원과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우표를 파는 직원의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내근 직원이 배달 직원에 비해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2배나 됐다.
이번 논문의 주 저자인 영국 체스터대학 존 버클리 응용운동과학 교수는 기존의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하루 근무 중 서 있는 시간은 2시간이 건강 유지의 ‘하한선’이며, 서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앉아 있는 자세의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서서 일하기 운동을 확산하려면 직장인의 태도·습관과 함께 기업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좌식·입식 겸용 책상만이 아니라 대회의실에 의자를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 동료와 업무를 논의할 때 밖에서 산책하며 이야기하면 건강에도 좋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버클리 교수는 입식 책상을 구입하는 사람 중 다수는 하루에 얼마 동안 서서 일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또 한곳에 너무 오래 서 있는 것은 고통스럽고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열쇠는 근무 중 앉아 있는 시간과 서 있는 시간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라고 버클리 교수는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는 서서 일하는 것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수익에도 기여한다고 지적했다. 활동적인 근무 환경은 궁극적으로 직원의 의료비를 줄여 회사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논문의 저자들이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의료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또 약 80%는 결근이 줄고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존슨 앤드 존슨, 셰브론, 마이크로소프트, 허니웰, 캐피털 원 등 미국 기업도 서서 일하는 문화를 권장한다.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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